여름 자명종

미츠이 히사시 × 미야기 료타

전야 by 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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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뉴스에서는 이상기후 탓에 예년보다 철새의 도래 시기가 앞당겨졌다고 했다. 전지구적인 변화 속에서도 미츠이 히사시의 여름은 변함없이 오월의 한가운데로부터 시작된다.

철로 된 새가 쉼 없이 날아 태평양을 횡단한다. 목적지는 하네다 공항. 희고 검은 이름의 숲 속에서 미야기 료타는 자신을 찾는 사람을 그보다 먼저 찾아내곤 했다. 

여름을 기다리다 못해 마중까지 나가게 된 지는 벌써 햇수로 오 년이 넘었다. 반팔 아래로 뻗은 두 쌍의 팔이 교차하며 서로를 껴안는다. (미츠이는 늘 애인이 오기 직전에 옷장 정리를 한다. 날씨가 변덕 부리길 포기할 즈음이면 어느새 반팔을 입어야 할 계절이 와 있었기 때문이다.)

방학을 맞아 귀국한 미야기는 거의 빈손이나 다름없는 모양새였다. 굳이 가방을 가득 채워올 필요가 없었다. 필요로 하는, 그리고 그리워해온 것들는 언제나 있어야 할 자리에서 미야기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미츠이 히사시가 미야기 료타에게 몇 번이고 돌아왔던 것처럼, 미야기 료타가 미츠이 히사시에게 몇 번이고 돌아오는 것. 그게 우리 관계를 설명하는 문장이 아닐까. 미야기는 종종 그런 생각을 했다.

보고 싶었어?

보고 싶었죠.

보고 싶었어.

가벼운 캐리어가 아스팔트 위를 덜커덕거리며 남기는 궤적을 뒤로 한 채 그들은 걸었다. 

인지할 수 없더라도 한 철 동안 지구가 사 분의 일 바퀴를 공전하는 것처럼 그들은 여름을 분주하고도 고요하게 보냈다. 지난 가을, 겨울, 봄에 대해 얘기하면서. 당신 없는 계절들을 어떻게 보냈는지,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지...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함께할 수 있는 한 철. 그리고 죽지 않고도 갈 수 있는 둘만의 천국.

긴 봄 지나 짧은 여름이 온다. 아쉬울 만큼 짧지만 반드시 돌아오고야 마는, 미츠이 히사시와 미야기 료타의 계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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