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키스로 감기 옮아 낫게 도와주기(부제:감기(下))
ADVENT MHTS / 동거 n년차 뿅감독×송선수 setup
감기야 빨리 나으면 좋긴 하지만 이번엔 명헌이 심하게 유난이었다. 이유가 무엇인지 태섭도 알고 있다. 사흘 뒤 있을 명헌네 구단과의 친선경기는 선수평가에 큰 영향을 줄 경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컨디션 난조가 경기를 뛰는 데 방해를 하게 하고 싶지 않았겠지. 자기네 구단 선수들은 놔두고(아닌 거 안다) 남의 팀 선수 케어에 이렇게 열을 올리고 있는 이감독님. 이거 기분이 꽤 나쁘지 않아 오후 일정은 얌전하게 말 잘 들었다. 병원가서 주사도 맞았고 따뜻한 설렁탕도 점심으로 완탕했고, 집에 돌아와서는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도 먹고 명헌이 잘라 준 사과도 맛있게 먹고 온도 조절이 적당하게 된 방에서 낮잠도 푹 잤다. 종일 자는 게 가능한 걸 보니 몸이 아프긴 한가 싶다. 그런데 이젠 머리까지 아프다.
“가까이 오지마요”
이명헌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며 침대 위로 올라온 명헌의 어깨를 한 발로 밀며 버티는 중이었다. 빠른 회복을 위해 종일 최선을 다한 덕분인지 증상은 악화 없이 흘러가는 중이었다. 체온계의 숫자도 튀지 않았는데 정말 왜 이러는지 알 수 없다.
“얼른 나아야 한다니까용”
“이게 그렇게 해서 낫는 거예요?”
“해보면 알지 뿅”
또 쑥하고 들이밀듯 다가옴에 어깨를 미느라 접힌 다리의 각도도 쑥하고 커져 허벅지가 배에 닿을 지경이었다. 오지 말라고 몸을 뒤로 물리는 것도 이젠 침대의 헤드에 막혀 더는 할 수 없었다. 저녁 분의 약과 레몬 사탕을 먹을 때까지만 해도 명헌은 그저 침대에 걸터앉아 태섭에게서 물컵을 건네받으려 대기를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약을 다 먹고 내민 컵을 싱크대에 두고 오겠다고 나간 명헌이 돌아왔을 때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시작됐다. 도대체 감기를 타인에게 옮기면 낫는다는 미신은 누가 만들어낸 건데…!! 그리고 옮기는 수단은 왜 키스여야 하는 건데.
“이감독님 이성 어디 갔는데요”
“감독은 아파도 되지만 선수는 안돼용”
“솔직히 말해. 핑계지”
“진지 뿅”
태섭도 진지하다. 중요한 경기이기 때문에 감독으로써 신경을 써주는 것도 알고, 연인으로서 걱정하는 것도 다 알겠고 오늘 하루 극진한 수발을 받은 것도 기분 좋아. 다 좋은데 아무래도 이건 아니지. 입속의 레몬 사탕이 주던 새콤함이 갑자기 혀를 때리는 것 같은 착각도 든다. 머리칼을 손으로 쓸어 넘겨 정리 해주는 커다란 손,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는 색이 짙었다.
“이명헌 내 사탕 뺏어 먹고 싶어서 이러지”
“맞다 뿅”
“이명헌 그냥 송태섭한테 손대고 싶은 거지”
“맞다 뿅”
“이명헌 그냥 바보지”
“ㅁ, 아니 뿅”
“ㅋㅋㅋㅋㅋㅋ”
그래,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 나쁜 일을 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그럼 약속”
“말해용”
“내일 아침엔 나도 커피 마실래요”
“당연, 태섭은 지금 다 나을 거니까요”
“그게 뭐야”
터무니없는 짓을 하려는 건데도 엉뚱한 말에 힘이 있어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태섭이 결국 웃으며 발을 내리고 양팔을 벌렸다. 조금만 다가오면 되는데 명헌은 오히려 뒤로 몸을 물렸다. 지금 아냐?. 맞다 뿅. 그리고 갑자기 훅 꺼져내려 눕혀진 몸에 벌리고 있던 양팔이 만세가 되어버렸다. 당겼던 발목을 놓고 태섭의 팔도 바르게 몸 양 옆에 놔준 다음 그 위로 이불도 폭 덮은 후에야 태섭의 위에 올라앉는다. 어깨까지 덮인 이불 위 양옆으로 손을 짚어 몸을 숙여오는 명헌 때문에 송태섭 지금 키스하는데 통나무처럼 있게 생겼다.
“아, 잠깐만. 팔 좀 빼ㄱ,흣”
입술을 살짝 물다 고개를 틀어오는 움직임에 맞춰 태섭의 턱이 조심스레 들렸다 내려간다. 수없이 닿은 연인의 열기를 기억하는 몸은 어긋남이 없는 리듬을 맞춘다. 아직 다 먹지 못한 레몬 사탕이 겹처오는 혀 사이에서 이리저리 구른다. 자유롭지 못한 팔이 답답했다. 잠시 입술이 떨어진 순간 태섭은 사탕을 와작 씹어버렸다. 다시 명헌의 혀를 허락한 입속은 까슬한 사탕조각들이 어지럽게 돌아다녔다. 입속이 온통 간지러워 태섭은 몸을 뒤틀어봤지만 통나무에게 자유란 없다. 땀에 푹 절은 애인 뭐가 이쁘다고 이렇게 사랑이 가득한지. 까끌하던 조각들도 두 사람의 열기에 녹아 사라지고 설탕물 범벅이 되어 번들거리는 명헌의 입술을 보자마자 아주 빵 터졌다.
“이제 사탕 그만 먹어용”
“ㅋㅋㅋㅋ, 형이 줬잖아용”
“용…”
이명헌이 정말 감기를 가져갔냐고…?
아니. 하지만 태섭은 다음날부터 펄펄 날아다녔으니 어떤 의미론 효과가 있었던 게 아닐까.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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