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마환생

광마환생 14화

원장실에서 나오자 몇몇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그들을 바라봤다. 한두 명은 대놓고 주위를 맴돌기도 했다. 교주는 아이들이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원장님이 잘 해주시냐?”

이자하는 그중 한 아이를 보며 물었다. 아이는 우렁차게 대답했다.

“아뇨!”

“엥?”

이자하는 두 눈을 끔뻑였다.

“오늘도 과자 못 먹게 했어요.”

“야, 그건 네가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 거잖아.”

대답하는 아이의 근처에 있던 다른 아이가 딴지를 걸었다.

“세 봉지밖에 안 먹었어!”

“그게 많은 거지!”

두 아이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자하는 그 자리에서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이자하와 아이들을 지켜보던 검마도 작게 미소를 지었다.

몽연 또한 웃었다. 그러다 문득 교주를 향해 물었다.

“요란이는 만난 적 없으십니까?”

“아직 보지 못했다.”

“그렇군요….”

“만나면 이번에는 내가 가르쳐볼까 했었다. 비상한 아이였으니 무학이 아니라도 어떤 방향으로든 대성할 수 있을 테지.”

아쉬워하던 몽연은 제자가 칭찬받자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너희가 나타났구나. 사부가 이미 셋이나 있는데 욕심낼 수는 없는 노릇이지. 그러고 보니 육합은 없나?”

“아, 농사짓고 있소.”

이자하의 답에 교주가 의아한 낯빛을 했다.

“복숭아 농원을 하고 있소. 꽤 본격적으로. 요새는 바빠서 우리도 얼굴을 자주 못 보고 있지.”

“복숭아 농원이라…. 연락처를 줄 수 있나?”

“뭐하러? 복숭아로 천옥이라도 만들게?”

“아이들에게 과일을 자주 먹이고 싶기 때문이다. 지인 중에 과일 도매상이 있으면 좋지.”

“흠…….”

이자하는 교주를 빤히 쳐다봤다. 지금도 아이들 몇몇이 교주에게 매달렸다가 교주의 토닥임 몇 번, 낮은 말 몇 마디에 달래진 뒤 그의 뒤를 졸졸 따라오고 있었다. 이자하는 자신의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아 눈을 여러 번 고쳐 떴다. 그래도 눈앞의 광경은 변하지 않았다. 이자하 또한 태권도장에서 아이들과 부대끼는 시간이 많기에 잘 안다. 아이들은 교주를 경계하거나 무서워하지 않는다.

전생의 교주도 결국 사람이었다. 사람이어서 냉혹해질 수 있었던 만큼, 사람이어서 관용적인 면도 있었다. 사람은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진다. 그중 어떤 얼굴을 하고 무슨 길을 나아갈지는 본인의 선택이다. 교주는 이번 생에서 전생과 다른 선택을 했다. 전생의 그는 죽이고 빼앗고 짓밟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을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들을 이해하고 보듬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듯 보였다.

아마 저절로 알게 된 것은 아닐 테지. 교주가 겪었을 시행착오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던 이자하는 여전히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채 교주에게 육합의 번호를 알려주었다. 덤으로 검마와 몽연, 그리고 자신의 번호도.

“좋군. 다음에는 따로 만나지.”

“안 바쁘시오?”

“원래 출근하는 교사들이 있다. 오늘은 사람이 적어서 바쁜 것뿐이다.”

이자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적당히 인사를 주고 받은 뒤 보육원 건물을 빠져나왔다. 이자하가 손을 흔들자 아이들 몇몇이 마주 손을 흔들었다. 가장 크게 흔드는 것은 이자하와 말 몇 마디 섞은 아이였다. 점점 멀어지고 있어서 교주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이자하는 그가 웃고 있다고 생각했다.

“저렇게 보니까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몽연이 여전히 아리송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울리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야.”

“무슨 소리야?”

“선택의 문제란 소리.”

몽연은 더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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