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마환생 10화
띵동.
대문과 연결된 초인종이 울렸다. 육합은 일하며 땀 흘리고 흙 묻은 상태 그대로 대문 쪽으로 나와 담 너머의 인영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고개를 뻗어 안쪽을 기웃대던 몽연과 눈이 마주쳤다.
“큼큼, 일손 필요하지 않나?”
몽연이 헛기침하며 말하자 옆에서 심드렁한 목소리가 들렸다.
“됐고, 빨리 열어. 내가 전생에 갈고닦은 낫질 실력을 보여주마.”
육합은 얼떨떨하게 대문을 열었다. 몽연과 이자하는 자연스레 문 안으로 들어오더니 집 건물 뒤로 돌아 들어가 넓게 펼쳐진 복숭아나무 농원을 바라보았다.
“이야, 되게 본격적인데?”
“뭐부터 하면 되지?”
몽연은 옷을 걷어붙이며 육합에게 물었다. 육합은 생을 건너왔음에도 변하지 않은 그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형태는 바뀌었으나 서로 의지하고자 했던 뜻은 이어지는 것이다.
“옷부터 갈아입어라.”
육합은 그들에게 몸빼바지와 흙이 묻어도 괜찮은 허름한 셔츠, 토시, 장화, 장갑, 밀짚모자를 내밀었다. 처음에는 인상을 구기던 몽연도 이자하한테 한 소리, 아니 다섯 소리 정도 듣더니 툴툴거리며 갈아입었다.
“그러고 보니 맏형은?”
“바쁘대.”
이자하가 답하고 나서 육합을 보았다.
“그보다 낫 어딨어, 낫.”
“풀 베는 일은 다 끝났다.”
“에이.”
한참을 육합의 지시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며 땀을 뺀 몽연이 흙바닥에 주저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나가떨어져? 운동 안 하냐?”
복숭아가 가득 든 바구니를 들고 지나가던 이자하가 그런 몽연에게 핀잔을 주었다.
“헬스를 한동안 안 가서 그런가.”
“헬스?”
“뭐, 왜.”
“옥화빙공은 무적이라며.”
몽연은 잠시 입을 다물고 하늘을 쳐다봤다.
“……여기서는 무공을 못 쓰잖아.”
이자하는 그런 몽연을 잠깐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어 그 너머를 보았다. 시선 끝에서는 육합이 물과 간단한 음식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오고 있었다.
“오, 뭐야?”
몽연이 화색이 되어 물었다.
“주먹밥이다.”
육합은 익숙하게 바구니를 내려놓고 앉았다.
셋은 한동안 실없는 소리를 하며 주먹밥을 나눠 먹었다. 속에는 멸치볶음과 깍두기가 들어가 있었다. 둘이 일하는 동안 육합이 직접 뭉친 것이었다.
“그런데.”
이자하가 먼저 운을 떼어놓고 물을 한잔 들이키더니 말을 이었다.
“가족은?”
“아버지는 지금 병원에 계시고 어머니도 오늘은 아버지 상태를 보러 병원에 가셨다.”
“병원? 어디 아프신가?”
몽연의 물음에 육합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셋은 말없이 주먹밥을 입에 넣었다.
그러다.
“……미안하다.”
육합이 대뜸 사과했다.
“뭐가?”
“나는 이번 생의 소중한 사람들 곁을 끝까지 지키기로 했다. 그래서…….”
“에헤이, 그만. 탓하러 온 거 아냐.”
“그냥 오고 싶어서 온 거지.”
“난 딱히 올 마음 없었는데.”
“결국 왔잖아.”
이자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와줘서 고맙다.”
육합의 말에 이자하와 몽연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이번 생의 둘째는 과하게 솔직하네.”
“좀 그렇긴 하지?”
“…….”
육합은 헛웃음을 지으며 물을 마저 마셨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질문을 던졌다.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들 소식은 없나?”
“소백 형님은 지금 경찰청장으로 계신다."
이자하의 대답에 육합이 머릿속으로 그 모습을 상상해보곤 말했다.
“어울리는군.”
“모용 선생은 정신과 의사를 한다던데.”
“엇.”
“왜 그래?”
“그러고 보니 내가 모용 선생을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음?”
“몇 년 된 일인데, 전생의 기억 때문에 혼란스러워서 잠깐 병원에 다녔던 적이 있었다. 그러다 복도에서 선생과 마주쳤는데, 나는 내 기억이 망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는 척하지 않았고 그쪽도 그냥 지나치더군.”
“흐음.”
“전생을 잊기도 하나?”
“소백 형님 말로는 그렇대. 마음먹기에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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