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마환생 9화
사내는 달렸다.
그리고 그들 중 운전석에 타려는 이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워메 시벌 깜짝아 뭐야?”
“아, 죄송, 아니, 어, 그러니까…… 내가 왜…….”
산발 청년은 말없이 한숨을 쉬더니 슬쩍 한쪽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잘 생긴 청년이 그 손목을 붙든다.
“미친놈아 뭐 하려고?”
“오락가락하는 것 같길래 한 대 맞으면 정신이 들까 해서.”
“셋째야, 여기 21세기다.”
“아, 맞다.”
중년인의 말에 산발 청년은 들었던 손에서 힘을 빼고 그대로 뒤통수로 가져가 벅벅 긁어댔다.
“뭐……. 나중에라도 생각나면 이쪽으로 와라.”
“이쪽이라면……?”
산발 청년은 자신이 등지고 선 자동차에 큼지막하게 적힌 글씨를 가리켰다.
하오문 태권도.
“하오문…….”
사내는 낮게 읊조렸다. 익숙한 문파다. 어디서 들었지?
여전히 혼란스러운 와중.
“전국에 하나뿐이다.”
산발 청년이 그렇게 말하며 자랑스럽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당연히 그렇겠지. 누가 하오문을 도장 이름으로 쓰냐.”
잘생긴 청년은 그러고 나서 사내를 향해 온화하게 웃는 낯으로 말했다.
“떠오르지 않더라도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해요.”
그러더니 품에서 지갑을 꺼내 명함을 건네오는 것이다.
“헐. 명함이 있어? 아무것도 안 하는 놈팽이 주제에?”
“닥쳐라,”
사내는 얼떨결에 명함을 받아들고 멍하니 서 있었다.
몽연.
이것은 막내의 이름이 아닌가. 막내?
그렇다. 사내에게는 형제가 있다. 피를 나누진 않았으나 허름한 객잔에서 술을 나누며 형제가 되었다.
“가자.”
중년인이 짧게 말하자 청년 둘이 여전히 입으로는 티격태격하면서도 순순히 차에 올라탔다.
산발 청년이 운전석에 앉아 여전히 멍한 사내를 보며 말했다.
“억지로 떠올리지 않아도 돼. 못난 시절을 떠올리기 싫다면 그걸로 그만인 일이지.”
“…….”
“물 잘 마셨다.”
곧 태권도장 이름을 큼지막하게 새긴 노란색 차량이 시골길을 달려 시야에서 사라졌다.
사내는 그 뒤에도 한참 동안 길 위에 서 있었다. 가물가물하다가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기억 속에서 그는 자신이 잃은 이들을 되새겼다. 가슴이 찢어지는 감각이 다시 찾아왔다. 이번에는 망상도 꿈도 아니었다. 지옥 같은 아픔 속에서 또한 얻은 이들이 떠올랐다. 사대 악인뿐만 아니라 종남에서 만난 인연들. 썰물처럼 밀려오는 기억 속에 사내는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차량이 사라진 길을 바라볼 뿐이었다.
“어이구야, 여기서 왜 이러고 있냐?”
마실 나가셨던 어머니가 돌아오는 길에 사내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며 물었다.
사내는 시선을 돌려 어머니를 보았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들어가요.”
그렇게 말하며 육합은 웃었다.
며칠 뒤, 하오문 태권도 앞으로 복숭아 두 상자가 배달됐다. 이자하는 일찍 도착한 아이들과 복숭아를 나눠 먹었다. 아이들은 처음에 깎은 모양이 못생겼다며 불평하더니 보기에는 그래도 맛이 좋은지 계속 집어먹었다. 그러고도 남아 집에 가져갈 생각을 할 때쯤, 몽연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너도 받았냐? 복숭아.”
“어. 너한테도 보냈나 보지?”
“그래. 이거 아무래도…….”
“육갑이 육갑 떠는 거지.”
“오지는 않겠다는 건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어느 쪽이란 거야.”
“똥싸개야. 전생 명문가 현생 재벌이라서 모르나 본데, 농사일이라는 건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하루라도 게으름 피우면 티가 나지. 심지어 수확 철이면 더더욱 자리를 비우기 쉽지 않아. 알겠냐?”
“그러니까 당분간은 바빠서 못 오니 대신 복숭아를 보낸다?”
“대충 그런 거지.”
“그럼 우리가 가면 되겠네.”
“나도 바쁘다.”
“나 혼자라도 간다.”
“그러든가.”
“…진짜 안 갈 거냐?”
*결제선 아래에는 광마환생 기반 이자하 낙서 한 장과 주저리가 있습니다... (진짜 별거 아님...)
나중에 이런 낙서가 좀 모이면 트위터에도 올릴 예정이라 구매하지 않으셔도 언젠가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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