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마환생

광마환생 7화

“그만 가겠네. 시간을 너무 많이 뺏었군. 기회가 된다면 또 보지.”

“살펴 가게.”

그렇게 검마도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혼자 남겨진 임소백은 반쯤 열린 집무실의 문을 닫으며 벽에 반사되는 적막을 들었다. 그러나 곧 기다렸다는 듯이 책상 위의 전화가 울리며 그 적막을 지워냈다. 수화기를 집어 들자 수행비서가 일정을 알려온다.

“알았다.”

무뚝뚝하게 대꾸한 임소백은 조금 전까지 세 명의 강호인이 앉아 있던 소파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로부터 열흘 뒤, 사대 악인은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태! 권!”

하오문 태권도장.

아이들이 이자하를 따라 정권 지르기를 맹렬하게 연습하는 중이었다.

몽연은 주소를 알고 난 뒤 바로 육합을 찾아가려 했으나 검마와 이자하에겐 생업이 있었기에 흐지부지되었다. 이자하에게 똥싸개, 철없는 놈, 예의 없는 놈 등의 욕을 들은 건 덤이다. 남말 할 처지인가? 누가 경찰청장을 그런 식으로 찾아가? 하지만 그런 생각을 밖으로 뱉었다간 이제 흙바닥이 아니라 아스팔트 바닥에서 개싸움이 벌어질 기세였기에 몽연은 그저 썩은 표정을 짓는 것으로 갈음했다.

어쨌든 논의 끝에 모두 반나절 이상 시간을 낼 수 있는 날짜가 정해졌고 그게 오늘이다. 이자하의 수업이 끝나면 바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제자야.”

“예, 사부님.”

“둘째까지 모이면 무엇을 할 작정이냐.”

“예?”

“아무 생각도 없이 시작한 일이더냐?”

몽연은 통유리창 너머 이자하를 보았다. 이제는 아이들에게 품새 동작을 알려주고 있었다.

“별 목적은 없습니다. 저는 그냥 예전처럼, 그러니까 전생처럼 이곳저곳 함께 유람이라도 하며 지내려고 했습니다. ……사부님이 걱정하시는 것도 압니다. 무공이 통하는 시대도 아니며 전생의 기억을 빼놓고도 각자의 삶이 있으니까요. 그러니 만약 둘째가 기억하지 못한다면 존중해줄 겁니다.”

검마는 조용히 제자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그것을 걱정하는 게 아니다. 혹여 네가 전생을 빌미로 억지를 부리려는 기색이 있었다면 이미 혼을 냈을 것이다.”

“그럼 무엇이 문제입니까?”

“네가 문제다. 너는 이곳에서의 삶이 만족스러우냐?”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부모 잘 만나놓고 무슨 우는 소리냐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전생과 별반 다르지 않은 처지입니다. 중학교 때였나, 답답한 마음에 전생 이야기를 했더니 저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더군요.”

“임 청장의 말이 낯설지 않았겠구나.”

“예. 그래서 셋째의 거취를 알게 된 후 바로 찾아온 것입니다. 어쩌면 셋째도 저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을지 모르니까요.”

“직접 보니 어떠냐.”

이자하는 이제 아이들과 함께 마무리 체조를 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잘 지내고 있어서 놀랐습니다.”

“나는 어떠냐.”

몽연은 검마를 보지 않고 답했다.

“……사부님도 잘 지내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섭섭하더냐.”

“…….”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제자야.”

“예.”

“셋째도 나도 강호인으로 남기를 택했다. 그러나 그것은 현생이 고통스럽거나 부족해서가 아니다. 전생을 잊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왜 잊고 싶지 않겠느냐?”

“……즐거웠기 때문입니까?”

“옳다. 복잡한 마음이 들어도 마지막엔 그런 단순한 이유로 수렴하더구나. 그러니 조바심 낼 필요 없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몽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했습니다.”

그때 관장실 문이 벌컥 열렸다.

“애들 데려다주고 올게…… 분위기 왜 이래? 똥싸개 사고 쳤냐?”

“아니거든?”

“아니면 됐고.”

다시 관장실 문이 닫혔다.

“참나.”

몽연은 헛웃음을 흘렸다.

“아, 그러고 보니 궁금한 게 있습니다.”

“말해보아라.”

“실례지만 사부님, 결혼은 하셨습니까?”

“……안 했다.”

“예? 왜요?”

검마는 제자의 얼굴을 흘겨보았다. 어떻게 하면 대화의 주제가 이리로 튀나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자는 한결 후련한 낯빛을 하고 있었기에 내버려 두었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