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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델금랑] 신의 자비慈悲 (2022.07.02)

퇴고X

Snapdragon by 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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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델이 길을 잃는 일이야 예사로운 일이다. 다만 자신이 길을 때면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끝끝내 웃으며 자신을 찾아주던 이, 이를테면 너클시티의 체육관 관장이자 가라르 최후의 수문장, 드래곤스톰이라고 불리는 이가 옆에 없다는 것은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금랑. 그렇다. 금랑이 실종된 지금, 단델은 날씨가 변덕스럽기야 말할 필요가 없고, 위험하다는 것을 가라르에 사는 이라면 모를 리가 없는 와일드 에리어에서 길을 잃었다. 금랑을 찾기 위해.

금랑이 실종된 당일도 지금처럼 날씨가 안좋았다. 와일드 에리어에서 날씨가 변덕스러운 것은 오히려 평범한 일이니 날씨만 좋지 않았던 거라면 굳이 단델이 직접 금랑을 찾으려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전챔피언이자 배틀타워의 위원장인 단델이라도 자신보다 더 오래 와일드 에리어를 관리하고 수고해준 베테랑들을 믿고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 있는 어른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서 여러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가 직접 나선 이유는, 금랑이 실종되었던 그 날 와일드 에리어에서 있었던 정체를 알 수 없었던 빛과 굉음. 그리고 무지개빛 둥근 막으로 둘러싸인 알 수 없는 미지의 무언가 때문이었다. 그것은 갑자기 나타나 주변 포켓몬들을 혼란에 빠트렸고, 도망치거나 폭주하게 했다는 소식을 무전으로 전하며 가장 가까운 자신이 조사하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금랑이 실종되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그것은 마치 금랑을 집어 삼킨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정도로 흔적도 남지 않고 함께 사라졌다.

단델은 하루를 꼬박 기다리며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지시를 내리고 생각을 보태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한 번 나타난 것이 두 번은 나타나지 않겠는가. 모두 그런 우려를 안고 단독행동을 할 수 없었기에 인력은 더 많이 필요로 했다. 잠도 자지 않고 초조하게 기다린 그에게 금랑도, 미지의 그것에 대한 단서도, 그 무엇도 찾지 못했다는 소식은 절망적이었다. 

금랑이 실종된 지 사흘, 순무는 결국 단델이 합류하겠다는 의견을 막을 수 없었다. 이미 다른 관장들도 다른 일을 제쳐두고 투입된 상태였고 모두 초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가만히 기다릴 수 있는 이가 어디있겠는가. 단델은 리자몽에 몸을 맡긴채 와일드 에리어의 하늘을 활공했다. 

나흘이 지나서야 포켓몬이 없는 깨진 몬스터볼을 발견했다. 금랑의 것임을 모두가 알았다. 금랑이 알려준 미지의 그것이 있던 위치와는 멀리 떨어진 곳이어서 찾는데 오래 걸렸다. 만약 포켓몬들이 몬스터볼에서 빠져나와 금랑과 함께 있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아니라면 금랑은 맨 몸으로 홀로 이 와일드 에리어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 단델의 인내심은 이미 바닥이었다. 

닷새 째에도 단델은 리자몽과 함께 와일드 에리어의 곳곳을 누볐다. 금랑도, 금랑의 포켓몬도 그 어느 것도 발견하지 못한채로 날이 저물었다. 그날 밤 리자몽은 포켓몬 센터에서 휴식을 취했지만 정신적인 피로까지 지울 수는 없었다. 다음날 찾아온 제 트레이너는 여전히 그의 포켓몬 앞에서는 여유로운척을 해댔지만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피로한 얼굴과 쓸린 눈가를 감출 여유조차 없었다. 평소의 리자몽이라면 그런 단델에게 불만을 표시했겠지만, 상황을 이해하기 때문에 묵묵히 날개를 펼쳤다. 

이레. 갑작스러운 폭우에 방황하던 단델은 리자몽을 몬스터볼로 돌려보낸 뒤 급히 피할 곳을 찾던 중 길을 잃었다. 제대로 비를 막아줄만한 장소도 찾지 못한채 걷다가 발을 헛디뎌 작은 언덕을 굴렀다. 똑바로 굴렀기에 망정이지, 옆으로 굴렀으면 바위에 부딪히거나 떨어져 다칠뻔했다. 평소의 단델이라면 실수할 일도 다칠 일도 없던 상황이다. 단델이 혀를 찼다. 

이미 그의 육신은 지칠대로 지쳤다. 금랑을 찾는 것에 온 신경을 쏟았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상대가 금랑인데. 금랑이 사라졌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불안은 점점 단델을 갉아먹었다. 정말 이대로 두번다시 금랑을 볼 수 없다면? 그런 끔찍한 결과는 상상조차 하기 싫다는 듯 단델이 힘차게 자신의 뺨을 두드렸다.

그리고 드디어

"…단델? 네가, 어떻게?"

금랑을 찾았다.

-

"아르세우스여, 감사합니다."

단델의 기도를 들은 금랑은 처음 단델을 발견했을 때만큼 놀란 눈치였다. 

'그럴만하지.'

금랑만큼이나 단델 자신도 놀랐으니까. 단델은 단 한번도 신을 찾은 적이 없었다. 신에게 기도한적도, 바라는 것도, 기대하는 것도 없었다. 가라르 사람들이 입을 모아 신에게 가장 사랑 받는 인간이라고 찬양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오로지 자신과 포켓몬들이 함께 노력했을 뿐. 거기에 신의 사랑이라는 것은 단 한번도 느낄 수 없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금랑은 단델이 있던 언덕에서 내려다보이는 바위에 끼여서 꼼짝도 못하는 처지였다.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진 것처럼 옷은 이미 넝마였고, 오른쪽 팔과 오른쪽 다리는 움직이지도 못했다. 단델은 금랑을 함부로 옮겨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곧장 스마트폰으로 모두에게 이곳 위치를 전하려고했다. 그러나 기기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아까 발을 헛디뎌 구르면서 고장난 것이리라. 

아까보다 더욱 거세진 비바람에 단델은 금랑을 안아들었다. 금랑은 신음소리 한 번 내지 않고 단델에게 길을 안내했다. 그들은 폭우가 지나가길 기다릴 수 있는 작은 동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단델이 조심스럽게 금랑을 눕힌 뒤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왜 하필 아르세우스야?"

"네가 알려준 이름이니까."

금랑은 예전부터 단델이라면 손도 대지 않을 그런 책들을 눈이 빠져라 읽어대곤 했다. 금랑은 언젠가 보물고의 일도 자신이 맡을 거라며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욕심쟁이 금랑. 여기 있는 이 방대한 서적들을 모두 제 머리에 넣으려는 금랑이 너무 욕심쟁이 처럼 느껴졌다. 공부하는 금랑의 손을 잡고 배틀코트로 향했던 그날도 금랑은 그날 읽었던 신오지방의 전설에 대해서, 아르세우스라는 이름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하나만 잘 하는 것도 어려울진데, 금랑은 모든 것을 잘하려고 해서 그 어떤 것도 허투로 하는 일이 없었다. 만약 금랑이, 모든 것이 아니라 단 하나, 오로지 단 하나. 단델을 이기기 위해서 다른 것들을 모두 포기한다면 그럼 어떻게 될까? 단델은 자신도 욕심쟁이라는 걸 인정했다. 금랑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결국은 저 하나만을 선택하길 간절히 바랐으니까. 

사람들에게 있어 단델은 포켓몬 배틀에 있어서는 감히 넘을 수 없는 천재라고 여긴 모양이다. 그래서일까. 자신의 앞에 선 이들중 아주 많은 사람들은 감히 이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금랑은 달랐다. 금랑은 언제나 노력했다. 무슨 일이든 노력했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곧잘 자신들도 노력하면 금랑정도는 따라잡을 수 있다고 감히 착각하곤 했다. 사람들이 알고있는 금랑의 노력은 십분지 일도 되지않았다. 어쩌면 단델이 알고있는 것도 모자랄지도. 그러니 우습다. 보이는 노력만으로도 금랑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고 떠드는 모습이 우스웠다.

"지급받은 물품들은 잘 갖고있지? 비가 그치면 가방에 있는 신호탄을 쏘아올려. 분명 너랑 연락이 안돼서 걱정하느라 하늘만 보고있을거야."

"그렇게할게. 몸이 얼음장처럼 차갑네. 동굴이 비좁긴하지만 리자몽을 부를게."

단델은 몬스터볼에서 리자몽을 불렀다. 이런 순간까지 제 포켓몬을 혹사시키는것이 미안해서 사과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금랑은 다치고 허약해진 상태. 게다가 체온도 급격히 떨어졌기에 방도가 없어 부탁했다. 리자몽은 순순히 금랑의 곁을 지켜주었는데 단델이 신경쓰이는지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걱정하지마, 리자몽. 나는 괜찮아. 금랑의 곁에 있어줘."

"나님의 포켓몬들은? 그 이상한 공간에선 몬스터볼을 전혀 쓸 수가 없었어. 어째서인지 작동하지 않더라고. 도망칠 수 있게 있는 힘껏 밖으로 던지긴 했는데..."

"네가 실종된 지점, 그러니까 그 이상한 빛으로 둘러싸인 그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어. 빈몬스터볼이었지만."

"분명 무사할테니 괜찮아. 우리 애들은 분명 이 몸을 찾아서 너클시티로 돌아올거야. 반드시."

단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금랑의 포켓몬들이라면 반드시 금랑을 찾고있을 것이다. 단델은 금랑을 불안케하고 싶지 않았고 그의 믿음을 믿었다.

"금랑. 조금이라도 쉬는게 어때? 안색이 창백해."

"아니. 단델, 힘들겠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들어줘. 솔직히 나님도 그 안에서 벌어진 일들을 정확히 모르겠어. 직접 보고도 믿을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그러니 너는 알아야 해. 앞으로의 가라르를 위해서라도."

금랑의 고집을 꺾지 못한 단델은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 이상한 굉음. 그 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뭔가 심상치 않았어. 왜 그런 이야기가 있잖아. 신이 천벌을 내린다고. 마치 무언가의 경고같았어. 그럼에도 확인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 그 이상한 빛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더 큰 일이 생길 거 같았거든. 그 안은 정말 뭐라고 불러야 좋을 지 모르겠어. 그 공간은 마치 다른 세계 같았거든. 하늘도 우리가 보는 그런 하늘과 달랐어. 계속 천둥번개가 내려치고. 모습이 조금 이상한 포켓몬들이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 반복했어. 그곳은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 지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어. 나님은 숨어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는데, 그 안의 포켓몬들은 경계심도 강하고 인간에 대한 공격성이 더 심해서 들키고 말았지. 나님도 어쩔 수 없이 피하려고 했지. 그런데 몬스터볼이 전혀 작동하지 않더라고. 나님은 결국 여러 포켓몬들에게 포위당했고 나님의 포켓몬이라도 빠져나갈 수 있도록 있는 힘껏 몬스터볼을 밖으로 던졌지. 그리고 갑자기 공격당하면서 나님도 바깥으로 튕겨져 나간게 마지막 기억이야."

단델은 금랑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금랑의 이야기에 그 어느 거짓도 들어있지 않다고 확신했다. 마치 다른 세계같았다고 중얼거리는 금랑의 말에는 공포가 있었다. 게다가 그것이 나타난 위치와 몬스터볼을 발견된 위치, 그리고 금랑을 발견한 위치는 모두 달랐다. 그 말은 즉, 시간도 공간도 우리의 상식과는 맞지 않다는 뜻이다.  

"금랑. 고생했어. 그것은 갑자기 나타난것처럼 갑자기 사라졌지만, 어쩌면 너의 걱정대로 다시 나타날지도 모르지. 그래도 앞으로는 혼자서 그런 위험한 짓 하지 말아줘."

단델이 금랑의 손을 잡아주었다. 여전히 얼음장처럼 차가운 그의 손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지길, 체온이 전해지길 간절히 바랐다.

"시간이 됐어, 단델."

단델이 동굴 밖으로 시선을 보냈다. 비가 그치고 날이 다시 맑아졌다. 정말 변덕쟁이 같은 하늘이었다. 단델은 곧장 가방에서 신호탄을 꺼내어 하늘로 쏘아올렸다. 위급시에 보내는 빨간 신호탄을 보냈으니 발견한 팀은 전부 이곳으로 모일 것이다. 

"금랑. 금방 다른 사람들이 올거야. 조금만 더 힘을 내."

얼마 지나지 않아 단델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들이 곳곳에서 들렸다. 

"아르세우스여, 감사합니다."

짤막하게 감사의 인사를 하는 금랑의 목소리를 들으며 단델은 안도했다. 살았다! 금랑이 살았어! 단델은 한달음에 달려나가 자신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외쳤다. 

"금랑이 여기에 있어!"

많은 인원들이 이곳에 모였다. 몇몇이 곧장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단델도 따라 들어가려는데 누군가 막아섰다.

"세상에, 단델님. 몰골이 엉망이에요. 많이 다치신건가요? 당장 치료를…"

"나는 괜찮아. 그보다 금랑을 먼저 봐줘. 금랑이 너무 차가워. 어떻게든 체온을 올리려고 했는데 역부족이었어. 그리고 오른쪽 팔다리가…"

말을 하던 단델은 갑자기 현기증을 느끼며 휘청였다. 앞에 있던 사람이 곧바로 받치고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몰리며 무언가 들것을 가져오라는 등 큰 소리로 외쳤다. 동굴 안으로 뛰어들어간 너클짐 트레이너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단델의 의식이 멀어졌다.

-

깨어난 곳은 익숙한 병실이다. 너클시티에 있는 병원으로 금랑이 다치거나 입원할 때마다 항상 배정된 특실이었다. 단델도 몇 번이나 왔으므로 익숙했다. 단델의 침상 옆에서 기다리던 의사도 어릴적부터 금랑을 챙겨온 주치의라는 것을 금방 알아보았다. 그는 단델이 일어나기까지 계속 곁에서 기다린 모양새였다.

"단델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금랑님을 발견하셨다고요. 제가 대표가 될 수는 없겠지만, 너클시티 주민들이 모두 감사를…"

"금랑. 금랑은 어딨지?"

단델은 급하게 몸을 일으켰고 덕분에 팔에 꽂혀있던 수액줄이 빠지면서 피가 흘렀다. 의사는 익숙한듯 솜을 대며 지혈해주었다. 그러나 금랑이 어디있는지 말해주지 않고 입을 꾹 다무는 바람에 단델이 채근했다.

"금랑은 어디에…"

"너클짐 트레이너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습니다. 금랑님은 고아였지만, 너클시티 전체가 그의 가족이니까요."

"내가 늦어서…내가 금랑을 늦게 발견했기 때문에…"

단델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바로 방금 전까지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 금랑이, 죽었다. 그 사실이 믿겨지지 않아서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단델님. 자책하지 마세요. 저희는 그저 금랑님의 시신이라도 수습할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위로가 되실지는 모르겠지만, 저희가 확인한 바로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서…즉사였다고 합니다. 물론 포켓몬의 공격을 받았는지 그 흔적이 심했지만, 적어도 고통이 오래가지는 않으셨다고 생각할 수밖에…"

그럴리가. 이 자가 대체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거지? 금랑은 방금 전에도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것'이 얼마나 무섭고 위험한 것인지 알려주지 않았는가.

"그리고 단델님이 깨어나시기 전에 너클시티에 금랑님의 포켓몬이 도착했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았습니다. 금랑님의 사라진 오른쪽 팔과 다리를 가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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