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랑 보호자 목호 보고싶다 1-6(끝)
썰
1
금랑의 부모님이랑 알던사이인 목호가 갑작스레 고아가 된 어린금랑의 보호자가 되면 좋겠음.
당시 목호도 제법 젊은 나이인지라 애를 맡는다하니 다들 처음엔 펄쩍 뛰었으나 목호가 자신의 은사님 아이라고 확고하게 자신이 맡는다해서 오케이됨.
그렇게 어린 금랑을 업어키운 목호가 수련을 위해 가라르 너클짐에 오게되고 당연 금랑도 데리고옴. 그리고 두랄루돈 잡아줌ㅎ 이전부터 드래곤 포켓몬들 사이에서 자라서 사랑받아온 금랑이 당연 가라르에서도 드래곤 포켓몬들한테 사랑받는 모습을 보고 흡족한 목호.
금랑도 어깨너머로 같이 수련하는데 어느날 목호의 입김으로 챌린지 추천서 받아 참가하게됨. 그리고 두랄루돈이랑 같이 여행길 오르면서 다른 포켓몬들도 잡고 챌린저가 되고 단델 만나는걸로.
두번째 챌린지마저 패배로 끝나고 목호도 수련을 끝내고 돌아가야해서 금랑도 따라갔는데 챌린지 시기에 맞춰 다시 가라르 와서 도전하는 금랑. 그리고 그 다음해에도 가려고하자 목호가 조금 심기불편한건 있지만 그래 라이벌이 거기 있다는데 어쩌겠어하고 보내줌. 그리고 돌아와선 하는말이 "나 너클짐 후계자됐오ㅎㅎ" 하는 금랑에 뒷목잡음.
목호는 처음에 반대했으나 결국 수락해줌. 거기서 1년동안 더 배우고 어쩌다 천직인 보물고 관리까지 맡으며 관장이 되어 여섯번째로 패배함.
금랑은 약간 목호에게서 독립하고싶은게 가라르에 남게된 이유가 컸음. 싫어서가 아니라 미안해서. 자기때문에 목호가 발목 잡힌거같아서 더 독립심 생기고 아예 가라르에 정착한거지. 금랑은 돌아가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그 힘든 자리를 견딜 수 있었음. 자기는 돌아갈곳이 없단 맘으로 악착같이 버팀.
그리고 일이 익숙해지고 가라르에 녹아들어 10연패에도 후냐하게 살던 어느날 목호가 친선경기로 가라르 방문해서 너무 좋았던 그 날 일이 터지면 좋겠다.
목호 친선경기 끝나고 금랑이 신나서 자기집으로 초대함. 관계자들이랑 인사 끝나는거 기다리고 있던 금랑에게 날아오는 돌멩이. 목호는 놀라서 금랑을 부르며 달려오는데 금랑이 웃으면서 "하하 깜짝 놀랐네!" 하는데 이마에서 피가 주륵 흐르면서 반다나가 빨갛게 물드는거 보고 목호 안에서 뭔가 무너져내렸으면 좋겠다. 돌던진 녀석들 잡아다가 바닥에 패대기치고 왜그랬냐고 물어보니까 되려 욕하면서 "그냥! 금랑이니까!"하고 대답해서 살의를 느낌.
스태프랑 금랑 뛰어나와 목호 말리고 스태프는 경찰부르고 일단락되는데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별것도 아닌 일로 외부인이 일키운다"며 자기들끼리 작게 떠드는 소리를 들어버림.
그 길로 위원장이 된 단델 찾아가는 목호와 지혈하면서 "아 목호님ㅜㅠ 나님 괜찮은데ㅜㅜ 그보다 식당예약했으니까 밥이나 먹어요ㅜㅜ 단델 왜찾아가 안돼에ㅜㅜㅜ"하면서 학교 뒤집어 엎어버리겠단 부모 말리는 자식같은 모습으로 끌려감.
2
목호는 금랑 sns계정을 팔로우하고 있음. 아무 사진도 없는 계정으로 그냥 금랑 소식이나 간간히 보려고 만든거임. 가끔 단순히 팬인척 하트도 누르고 악플은 신고버튼도 누르고함. 그래서 금랑이 악플에 많이 노출된다는건 알고있었음. 하지만 이런식으로 안티팬에게 테러당하는줄은 몰랐던거임.
심지어 배틀타워로 오는 동안에 어떤 사람이 마시던 맥주캔을 금랑을 향해 던졌는데 맞지는 않았지만 입에 담기힘든 욕을 들음. 목호표정 진짜 안좋아서 어쩌지하고 당황하는데 갑자기 누가 팬이라며 금랑한테 먹을것도 주고 싸인도 받고감. 이거다싶은 금랑이 나님 인기 많다며 팬이준거 먹었다가 그자리에서 구토하면서 뱉어내는데 음식에 들어갈게 아닌게 들어있음. 그리고 지나가던 사람들은 익숙한듯 사진 찍거나 그냥 자기 할일들을 함.
아진짜좆됐다; 싶은 금랑이 "목호님 이게 오늘만 이상할정도로 유난히…"하고 운을 떼는데 목호가 화가 난게 아니라 울거같은 표정을 지어서 아무말도 못함.
목호의 갑작스런 방문에 배틀타워 직원들은 당황함. 금랑이 말리면서 사전에 약속 안잡으면 못만난다고 나님이 말해둘테니까 내일 만나라고 설득함. 그러나 물러나지않고 여기서 기다릴테니 이야기 전해달라는 목호에 결국 단델 귀에도 들어감. 그 목호가? 챔피언과 친선경기는 끝났을텐데? 게다가 금랑이랑? 이상하지만 못만날것도 없으니 흔쾌히 들어오라함.
금랑이 바쁜데 미안하다며 눈치보는데 노빠꾸 목호가 단델 인사도 듣기전에 금랑은 너클짐 관두고 성도지방으로 갈거라고 통보함.
"으악 목호님 갑자기 뭐래요 나님 안가요ㅜㅠ 여기에 토끼같은 트레이너들이랑 여우같은 라이벌이 있는데 가긴 어딜가요ㅜㅠ" 뜯어말려보지만 당장 짐싸라는 말만 함.
단델도 나름 챔피언 10년 짬밥이 있다보니 금랑이 다친걸 보고 대충 상황파악은 했음. 그래서 안티팬에 의한 테러는 법무팀을 불러 강경대응할것이고 악플도 지우는데 힘쓰겠다고 대답함.
"금랑은 이런 취급을 받을만한 아이가 아니다. 진즉 알았더라면 여기에 홀로 두지 않았을거다. 그리고 가라르에 더 있다간 금랑은 언젠간 무너진다"고 대답하는 목호에 단델은 자신있게 "금랑은 강하니까 무너지지않는다, 십년동안 제게 도전한 금랑은 나약하지않다"고 대답하며 "금랑을 사랑하는이들도 많다고 고작 하루 있었던걸로 가라르 모두가 나쁘다고 판단하지 말라"고하니 목호 표정이 더 안좋아짐.
"당신은 아직도 영웅이군."
"음?"
"설령 내가 여기에 일년을 머물러도 달라질건 없단 이야기다. 오늘같은 일이 정말 또 안일어날거라고 생각하는건 아닐테고."
"하지만 가라르를 떠나고말고는 금랑의 의견이 더 중요합니다!"
"정말로 라이벌로써 금랑을 위한다면 행복을 빌어주도록."
"가라르를 떠나는게 금랑의 행복은 아닐겁니다!"
서로 으르렁거리는 모습에 금랑만 죽을맛임. 어쨌든 가라르를 떠날생각이 없으므로 금랑은 단델편에섬.
나님 애도 아니고 알아서 잘 하고있고 또 너클짐도 좋고 보물고 관리도 재밌다고 열심히 피력함.
"금랑, 자식이 잘못하지 않은 일에 대한 비난이나 조롱을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부모는 없단다."
여기서 목호를 부모가 아니라고 부정할 수는 없지. 목호가 얼마나 자기를 신경쓰고 챙겨준걸 모르지 않으니까. 그래서 그 죄악감에 독립하려고 가라르에 왔는걸.
"너는 내가 오늘 네가 겪은일을 당하면 두고볼건가."
"그럴리가요! 앗…"
"너도 관장이니 책임지고 있는 일이 많겠지. 딱 1년주마. 그 안에 정리해."
"하지만…"
원래는 금랑이랑 느긋하게 가라르에서 담소나 나누고 가려고 친선경기하고 휴가계도 냈는데 그럴 기분이 아니니 금랑보고 너 어차피 안쓴 휴가 많지? 그거 써서 성도지방으로 가자는 목호에
아니 그거 휴가 당장은 무리고 쓰려면 일정 조율을…하고 눈치보지만 노빠꾸 목호는 벌써 지금당장 성도지방행 티켓 두 장 구하라고 어딘가 전화함.
"단델, 나님이 트레이너들한테 연락해서 서류 올려보낼테니까 수리 좀 해줘. 일정은 내가 갔다와서 어떻게든 수습할게. 성도지방에서 어떻게든 다시 잘 얘기해볼게! 너무 걱정하지마."
그리하여 일주일 휴가를 쓰게된 금랑은 '아 갔다오면 일이 엄청 밀려있겠지ㅜㅠ 트레이너들은 괜찮을까ㅜㅠ' 하면서 걱정삼매경인데 목호는 기분이 풀렸는지 인상이 좋아졌음.
그리고 오랜만에 도착한 성도지방은 반갑겠지. 그리고 목호랑 함께있는 금랑을 보고 사람들이 슬금슬금 모여선 "너 혹시 금랑이니? "하고 알아봐주기 시작함.
"우와 다들 하나도 안변했네요!" 하고 너스레떠니까 아니 우리 기염뽀작애기가 이렇게 커지다니 하고 눈이 동그레지더니 귀여운게 커지니까 배로 귀엽다며 금랑 아는 사람들은 다 몰려와서 왜이리 오랜만에 왓냐고 얼굴까먹을뻔 했다며 이뻐해줌.
"아니 이 잘생긴 얼굴을 까먹는다고요? 와하하" 웃으며 분위기가 매우 좋다.
그리고 그 시각 단델은 이거 뭔가 안좋게 돌아가고 있단걸 동물적 감각으로 느끼고 관장들한테 연락 넣어 급히 미팅을 잡음.
3
"내가 갑자기 부른 이유는…"
"외로워서?"
"아니야, 야청. 금랑때문이야."
"고작 그런 이유로 마리의 시간을 낭비하다니!"
"고작 그런 이유라니 너무 하잖아." 단델이 울상을 짓던말던 무시하고 야청이 물음. "그보다 왜 마리가 아니라 당신이 있는거야?"
"마리가 시합이 있어서 대타로 왔어요."
대화가 딴길로 새면 시간만 늘어진다는걸 많이 겪은 마쿠와가 "그래서 금랑씨가 어쨌다구요?" 하고 다시 물었음.
"금랑은 지금 성도지방에 있어."
"압니다. 휴가잖아요. 설마 진짜 외로워서? "
"아니라니까!"
단델이 목호와 있었던 이야길했음. 금랑이 또 안티팬에게 공격당했고 이에 목호가 금랑을 완전히 성도로 데려가고 싶어한다는걸. 이미 알고있는 금랑 대리로 온 동숙이가 한숨을 쉬지.
다들 금랑이 가라르를 떠날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이 개입하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지. 게다가 상대가 목호라니. 채두는 금랑의 보호자가 목호였단 사실에 조금 놀랐음. 다른 관장들은 금랑이 너클짐 관장이 되었을때 시끌시끌했던걸 기억하고 있으니까. 어떻게 알았는지 고아라는것도 sns에 순식간에 퍼져나갔었고.
미팅은 금랑이 힘들지 않도록 잘 도와주자는게 결론이었음. 수석관장인만큼 금랑에게 할당된 일도 많았고. 다같이 조금씩 나눠서 도와주기로했음. 와일드 에리어도 순무님이 좀 더 힘써주기로 했고. 단델도 안티팬의 악플이나 테러를 강경대응하겠다고 얘기했음. 별로 달라지는건 없었지만.
한편, 금랑은 성도지방에 도착하자마자 어릴적 자신을 아는 사람들에게 귀여움을 받는 사이 목호에게 스마트폰을 빼앗겼음. 로토무는 몬스터볼로. 처음에 우리애들(트레이너)이 연락하면 어쩌냐고 항의했지만 목호는 비상으로 연락할 수 있는 다른 번호를 그쪽으로 넘겨주는걸로 합의봄. 금랑은 여기서 sns를 일절 금지당해서 울먹였지만 목호는 왠지 기분이 좋아보였음.
첫날은 온동네 사람들한테 이쁨받아서 얼떨떨하게 지나갔고 그다음날부턴 목호랑 맛있는 식사도 하고 배틀도 하고 보냈음. 사진을 못남기는걸 엄청 아쉬워함. 목호랑 같이 걸어가다가 배틀영상 봤다고 팬이라며 선물을 받기도함. 먹을걸 받았을땐 가라르에서 목호께 보였던 일 때문에 금랑은 좀 조심스러웠음. 목호는 괜찮다고함. 여기는 가라르가 아니니까. 삼사일 정도 지나선 아무걱정 없이 먹었음. 그래, 여긴 가라르가 아니야. 배틀에서 졌다고 금랑을 미워하는 사람들은 없었음.
(금랑은 호텔에서 머무르려했지만) 목호네에서 신세지면서 어릴적 찍었던 사진도 보고 담소를 나누며 정말 평화로운 휴가를 보냄.
어릴적 금랑의 방도 치워진거 없이 그대로 있었음. 그런데 딱히 먼지가 쌓였다거나 그런게 없어서 금랑은 뭔가 뭉클했을듯. 돌아갈 곳이 있다는걸 아는것만으로 이렇게나 안심이 된다는걸 알았음.
일주일 째가 되어 돌아가는 금랑을 배웅 나온 목호가 말하길, 전부 네가 짊어질 필요는 없다고. 너는 언제나 네가 해야하는 책임과 의무를 다 짊어지지않았느냐고. 무차별적인 비난 마저도 떠안지말라함. (그럴리는 없겠지만) 정말 금랑 네가 잘못해서 비난받는다해도 자신은 네 편이라고함.
"잘 생각해보렴. 네가 하고싶은 일을 말리는건 아냐. 여기에서도 할 수 있단다. 단지 네편이 있느냐 없느냐만 다르지."
"가라르에도 제 편이 있어요."
목호는 더이상 말하지않고 웃으며 안아줄뿐이었음.
가라르에 돌아와서 밀린 일을 하려고 했는데 생각만큼 많지는 않았음. 그냥 몇몇 빠트린것만 다시 체크해서 수습하는 정도. 트레이너들이 잘한것도 있고, 관장들이나 단델이 도와준것도 있었음. 고작 일주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금랑에겐 충격이었음.
'나님이 없어도 잘 돌아가는구나.' 그 당연한걸 이제서야 깨달음.
막 너클짐 관장이 된 어리고 재능있는 금랑을 시기질투하는 좀 나이있는 트레이너들이 있었음. 그들은 금랑을 도우긴커녕 오히려 괴롭히거나 망신주려고 벼르고있었고 덕분에 금랑이 배로 고생함. 그래서 금랑은 더더욱 도움의 손길을 기대하기보단 혼자서 헤쳐나가는데 익숙해짐. 혼자서 해낼수 있게되자 너클짐에 방해만되는 트레이너들을 치워버리고 좀 더 새로운 도전을 하길 원하는 이들에게 기회를 주었음. 그게 너클짐엔 좀 더 어리고 유능한 트레이너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했지.
금랑은 자신이 오만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조금 여유를 가지기로함. 일단 자신이 없어도 다른 사람이 금방 대처할 수 있도록 메뉴얼을 만들어놓고 자신이 없을때를 대비해 트레이너들에게도 천천히 많은걸 보게하고 가르쳤음. 마치 떠날 준비를 하는 사람처럼.
목호는 1년이라고 했지만 굳이 금랑은 그 안에 그만둬야한다는 생각은 없었음. 금랑은 애가 아니고 버티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걸. 저번처럼 휴가라도 써서 목호를 잘 구슬릴 생각도 하고있었으니까.
그저 이렇게 대비하는 이유는 자신이 갑자기 다른일을 하고싶을 수도 있는거고 갑자기 병에 걸리거나 일을 못하는 상황이 닥칠수도 있으니까. 꼭 그렇게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지금껏 여유로이 휴가도 못썼는데 이렇게 준비된 상태면 휴가가도 좀 더 안심이 되겠다고 생각해서였음.
단델이 보기엔 아니었지만. 금랑이 마치 금방이라도 떠날 준비를 하는거처럼 보였고 그래서 화가 났음. "정말 떠날거야?"
"아니라고 했잖아. 나님이 언제까지고 수석관장일 수는 없잖아. 그뿐이야. 오히려 너한텐 잘 된 일 아니야? 나님한테 무슨일 생겼을때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게 뭐가나빠?"
단델은 불만스럽게 말했음. "핑계대는게 아니고?"
"뭐?"
"도망치려는거 아니야? 나와의 승부도, 네가 책임지고 있는 그 자리도. 다른 사람이 대신해주길 바라고있는거 아니야?"
"어떻게 네가 그런 말을 해? 나님은 피한적도 도망친적도 없어. 내가 여기서 대체 뭘 더 해야하는데? 도대체 얼마나 더 해야하냐고!"
단델은 자신의 말을 평생 후회하게됨.
"넌 가라르를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거같아."
금랑이 가라르를 영원히 떠나는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오래걸리지 않거든.
"나님은 가라르를 사랑한적 없어. 가라르를 사랑하는 너를 사랑했던거야."
그래, 그건 절대 고백이 아닐거라고 단델은 생각함. 금랑의 눈은 체념과 원망뿐이었으니까.
4
평소와 같은 평화로워 보이는 나날이 지나갔음. 여전히 금랑의 sns는 악플이 있었고, 팬들에게 받은 선물 사이엔 비상식적인게 섞여있었으며 길을 가다 계란을 맞는 일도 똑같았음. 그게 사실은 굉장히 피로한 일이라는걸 이제 금랑은 알아. 자신이 가라르에 있는 동안은 계속 겪을 일이니까. 금랑이 단델을 이기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진짜 금랑이 가라르를 영영 따나게 되는 사건. 전대미문의 보물고 테러였음.
일반인에게 개방된 옥상에서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났고 바닥으로 성벽이었던 돌덩어리들이 떨어졌음. 금랑은 당장 보물고로 달려가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테러의 장소로 올라감. 거기에 무너진 성벽에 깔려 다친 사람이 있었음.
"살려주세요..."
망설일 이유가 어딨겠어. 설령 단델이었더라도 바로 달려갔을걸. 금랑이 파편들을 치우고 그 사람을 구조했음. 외상은 없어보였지만 기절했는지 축 늘어져있었음. 구조대를 기다릴 수 없는 상황. 혹시라도 다시 폭발음이 들리면 위험하니까. 그래서 그를 들쳐메고 금랑은 빠져나가려고했음.
문득 이 사람의 얼굴이 너무나 익숙하다고 생각했지. 그래, 관장이 되고 얼마 되지 않았던 그 때 어린 금랑의 재능을 시기질투했던, 금랑이 너클짐 관장이라는걸 인정하지 못했던 트레이너였음. 그리고 금랑이 내쫓은 트레이너이기도 했지.
그걸 깨달았을땐 이미 날카로운게 찔리는 느낌이 들었고 어깨와 옆구리는 뜨거운데 머리는 차가워졌음.
"…대체 왜?"
정말 궁금했어. 사람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보물고를 테러하고 자신의 인생을 버리면서까지 이런 일을 저지른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수가. 금랑이 내쫓았다고 표현하긴 했지만 그들이 제 발로 나간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어리고 재능있는 금랑을 찍어누르는데 실패한 그들은 트레이너가 사라진 너클짐에서 금랑 혼자 버티지 못할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다시 자신들에게 찾아와 머리를 조아릴거라고 믿어의심치 않았음. 하지만 금랑은 견뎌냈고 오히려 그런 금랑을 따르는 다른 능력있는 젊은이들을 끌어당겼지. 너클짐은 그 이상으로 성황했고 오히려 어리고 처음인 관장을 내버려둔 베태랑들은 도망친꼴이 되었음.
"시건방진새끼! 너따위가! 너때문에!"
도대체 뭐가 그렇게 억울한걸까. 금랑은 배틀에 재능이 있었고, 보물고 관리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똑똑했으며 관장직을 1년만에 물려받을 정도로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었을 뿐인데. 금랑의 몬스터볼에서 포켓몬이 튀어나왔음. "안돼, 사람을 공격하면 안돼." 금랑이 다쉬어가는 목소리로 빌었음.
"금랑님!" 사람들을 멀리 대피시켰는지 금랑을 찾으러 트레이너들이 올라오고있었음. 테러의 범인은 이 사람이 분명했고 애초에 도망가기를 포기한거 같았음. 아니, 애초에 금랑을 끌어들이는게 목적이었을테니 도망갈 이유가 없어진걸 수도 있었음. 무릎부터 천천히 쓰러져가는 금랑을 보며 테러범이 비웃었음.
"그래, 그 위치가 딱 좋네. 네 놈이 내려다보는 거 기분 나빴거든. 고아새끼주제에. 어? 네가 뛰어나다고 착각이나 하고 말이야."
고작 그런 이유로. 도망친건 당신들의 선택이었고, 나님이 그걸 원망한 적 없었어. 그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던건 그 무엇도 없었기에 어떻게든 손에 쥐어보려고 발버둥쳤을뿐인데. 그것조차 용납할 수 없었어?
금랑은 눈 앞이 깜깜해졌다!
금랑이 깨어난건 그로부터 꼬박 삼일이 지났다고했다. 어깨와 옆구리는 수술자국이 있었음. 트레이너들이 간단하게 설명해준 말에 의하면 테러범은 잡혔고 금랑은 수술을 받았다고함. 경과는 좋지만 당분간 무리해선 안된다는 내용이었음. 테러범의 목적에 대해선 그다지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아하는 눈치였지만 금랑은 계속 물어봄. 테러범은 그저 가정불화로 이혼하게 되고 도박빚을 져서 쫓기는 신세였다고함. 경찰에게 이야기한걸론 자신의 인생이 이렇게 망가지게 된 이유를 돌이켜보니 거기에 금랑이 있었더라고 그래서 테러했다고 자백함.
금랑은 알고있음. 그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서 금랑에게 덮어씌운거고, 금랑의 목숨을 담보로 자신의 안전을 지킨거나 마찬가지니까. 게다가 그 금랑을 해쳤으니 별볼일 없는 놈들에게 우쭐해하기도 좋았겠지. 나님은 그저 운이 나빴던거 뿐이야. 운나쁘게 그런 인간의 타겟이 되었을 뿐이지. 알고있는데 분노와 절망이 내리눌리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음.
여러 사람들의 병문안을 거쳐감. 다른 관장들은 물론이고 금랑과 관계된 여러 사람들의 위로를 받았음. 그래도 이 정도로 끝나서 정말 다행이야. 운이 좋았어. 회복세도 생각한거 이상으로 좋네요. 찔린 곳도 급소나 장기를 피했으니 정말 운이 좋으셨어요. 하하, 운이 좋대.
저녁이 되고 오늘의 마지막 방문자가 왔음. 아까부터 들어올지 말지 망설이는게 눈에 훤히 보이는데. 그 큰 키와 보라색 머리를 감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건가? 금랑은 병문안으로 받은 꽃병에 손을 뻗어 떨어뜨림. 깨지는 소리가 나자 밖에 있던 인영이 깜짝 놀라 문을 열어젖혔음.
"어서와, 단델."
과일바구니에 꽃다발에 뭔가 이것저것 많이 사온걸보니 죽인거 같았음. 단델이 머쓱하게 가져온걸 내려놓으며 네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그냥 종류별로 다 사왔다고했음. 그 말에 금랑이 웃었음.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른다고? 굳이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단델은 깨진 조각을 손수건으로 조심히 집어 신문지에 모아서 한 곳에 치워두고서야 어색하게 의자를 끌어당겨 금랑 옆에 앉음.
"상태는 어때?"
"운이 좋았지. 괜찮아."
단델은 솔직히 후회하고 있음. 금랑에게 도망쳤다고 말한것도, 가라르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것도 전부 주워담고 싶을정도로 후회하고 있었지만 그건 이미 돌이킬 수 없었기에 솔직하게 사과하기로함. 금랑이 말한대로 금랑은 도망친적이 없었으니까. 금랑은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구하려고 했던 녀석이 사실은 테러범이었고, 그리고 목숨마저 잃을뻔 했지. 금랑이 미움받고 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하지만, 이정도일거라고는 정말 생각도 못했으니까. 항상 웃으며 괜찮다고했으니까 진짜로 괜찮은줄 알았어. 이것도 변명이나 마찬가지니까 말하진 않겠지만.
"금랑, 미안해. 내가 심한 말을 한것도 네가 이런 일에 처하게 된 것도."
"나쁜건 그 사람이지 단델 네 탓은 아니지. 심한말 한거는 나님이 너그럽게 용서해줄게. 대신 부탁 하나만 들어줘."
"그래! 내가 할 수 있는거라면 뭐든지!"
아주 쉬운거야.
"스마트폰 좀 빌려줘."
"뭐?"
"나님의 스마트 로토무는 레나한테 압수당했거든. 회복할때까진 안된다고하더라. SNS만 잠깐 체크할게."
"금랑, 회복하는 동안에는 그런걸 보는건..."
"왜?"
왜. 금랑이 웃었음.
"거기에 나님이 보면 안될거라도 있나봐?"
5
결국 단델은 금랑에게 스마트 로토무를 빌려주지 않았음. 그 쉬운것도 안된다고 하다니. 이걸 거절한 시점에서 이미 SNS반응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금랑이 눈치 못 챌리가 없는데도 말야.
"내가 저번에 이야기했지. 나님이 사랑하는건 가라르가 아니라고."
"아."
가라르가 아닌 가라르를 사랑하는 너를 사랑했던거라고. 체념과 원망 가득한 눈으로 단델에게 말했었지. 그건 고백이었을까. 단델은 준비된게 없어서 살짝 당황함. 여기서 고백한다면 그땐 뭐라고 대답해야하지? 나는 금랑을 좋아하는가? 그 원시적인 질문에서부터 단델은 무언가 피어오르려고함.
"가라르를 사랑하는 너를 따라 여기까지 달려왔지만, 사실은…"
그 때 갑자기 단델의 스마트 로토무가 시끄럽게 울렸음. 금랑이 힐긋 봤더니 비서실에서 온 전화였음. 단델이 당황해서 전화를 끄려고하자 금랑이 제지하고 받으라고함. 단델은 잠시 나갔다 온다며 자리를 비웠음. 금랑은 시간을 확인함. 단델이 금랑이랑 마주앉은지 한시간도 안됨. 위원장 일을 하다가 금랑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왔을테니 일이 밀렸겠지. 알고있는데도 솔직히 서운함 마음이 안들리가 없겠지. 아니, 오히려 직접 찾아와주기까지 한 단델에게 감사라도 해야하는건가?
"금랑, 미안. 그래서 하던 이야기 마저…"
"아니야. 시간도 늦었는데 어서 가봐야지. 위원장님은 바쁘잖아."
"아냐, 그정도는…"
"나님도 이제 피곤해서 좀 쉬고싶네. 다음에 이야기하자."
단델은 뭔가 만족하지 못한거 같았지만 진동이 울리고 스마트 로토무가 조금 난처하게 웃고있는 모습을 보니 또 문자메시지가 우수수 오고 있다는게 훤히 보였음. 내일 다시 올게. 그 말을 남기고 단델은 떠남.
"사실은 네 말이 맞아. 나님은 도망치고 싶어. 가라르도, 단델 너에게도." 그렇게 중얼거리며 단델이 떠나간 자리를 한참이나 바라봄.
금랑은 잠들었다가 눈을 뜸. 복도의 불빛마저 없는걸보니 새벽인듯한데 복도 너머에서 계속 발자국 소리가 들렸고 가슴이 뛰기 시작함. 또 자신을 노리는 안티팬이면 어쩌지? 동숙이 말로는 금랑이 지금 이 병원에 머무르고 있다는걸 매스컴은 전혀 모른다고했지만 도저히 불안해서 누워있을 수가 없었음. 금랑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복도 바깥으로 나감. 천천히 앞으로 나가자 자기 발 아래에서 불빛이 반짝임. 병원복을 입고 있는 아이였음.
아이인걸 확인하자마자 금랑은 미끄래곤같은 웃음을 흘리며 옆구리의 상처를 의식하고 천천히 무릎을 꿇고 아이의 시선을 맞추며 물음. "혼자야? 왜 복도를 계속 돌고있어?" 아이는 혼자서 화장실을 가려다가 길을 잃었다고함. 불빛은 아이의 스마트폰 빛이었음.
병원에서 길을 잃다니. 갑자기 누구씨가 다 생각이나네. 금랑이 웃으며 화장실 방향을 알려주면서도 다른 선택지를 줬음.
"데려다줄까?"
"감사합니다."
급하긴 했는지 모르는 어른인데도 아이는 거절하지않음. 대신, "아주 잠깐이면 되는데 네 스마트폰 좀 빌려줄래?"
아이를 화장실까지 데려다주고 병원 로비에 있는 자판기에 데려가 음료수를 뽑아줌.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을 켜고 테러에 대한 기사와 자신의 sns를 검색함.
- 보물고를 노린게 아니라 금랑을 노린거냐? 왜 문화유산 훼손하냐ㅠ
ㄴ님 미친? 금랑님은 생사를 오간다던데 그딴식으로 글싸지르고싶냐?
-금랑만 타겟인데 일반시민들은 죄없이 다쳤네
ㄴ금랑도 죄없음
ㄴㄴ기사 보니까 금랑 때문에 인생 망쳤다던데 뭔가 원한살만한 일을 했겠지. 이런 일이 그냥 일어났겠음?
- 고인의명복을빕니다
ㄴ시발미쳤냐
ㄴ안죽었어개새끼야
- 솔직히 금랑 고아라고 들었는데 실력만 믿고 나대길래 언젠간 일터질줄 알았음ㅋ
ㄴ고아랑 무슨 상관임? 네 인성이나 챙기셈
ㄴ실력을 믿지 그럼 뭘 믿냐?
ㄴㄴ금랑 실력은 솔직히 거품이지ㅋㅋ 맨날 수석관장이라고 띄워주더니 단델한테 한번도 못이기고 끝남
ㄴ노력충은 맞는데 재능충은 아니었던거지
sns반응도 비슷함. 자신의 가장 최신글에 남겨진 덧글들은 금랑이 빨리 회복하길 바라는 응원이 메시지와 명예롭게 죽으라며 비웃는 사람들이 싸우느라 보기 힘들정도로 지저분함.
지금까지 자신을 미워하는 이유가 단델을 못이겨서라고. 그게 아니란걸 알면서도 그렇게 믿어왔지만 이렇게 적나라하게 금랑 개인을 미워하는 글들을보니 너무 허탈해서 헛웃음이 나올정도였음. 자신은 단델을 이기지 못했으니 이런 비난정돈 감수해야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견뎌냈지만 더이상은 안될일이었음. 저들은 그저 마음편히 누구를 욕하고 미워할만한 만만한 상대가 필요했을뿐.
아이는 주스를 다 마셨는지 금랑을 보고있었음. 금랑은 자신이 봤던 인터넷창을 깨끗하게 닫고 아이에게 폰을 돌려주며 감사인사를함. 그리고 또 길을 잃을까봐 병실까지 데려다 준 뒤 자신도 돌아감.
병실에 들어가려는데 안에서 불빛이 새어나옴. 어라? 나님이 불을 켜고 나갔던가? 금랑이 떨리는 손으로 살짝 문을 열었음. 그리고 거기에 익숙한 사람이 기다림.
"어?"
"돌아오지 않길래 걱정하던 참이다."
"목호님."
"좀 더 빨리 오고 싶었는데 성도가 아니라 다른 지방에 있었거든. 네 연락을 받은것도 좀 지나서였단다. 늦어서 미안하다."
금랑이 다친곳은 괜찮은지 살펴보는 목호에 금랑은 그제서야 눈물이 나옴. 다른 사람들이 있을때도 혼자 있을때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는데 그냥 그저 목호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고 또 더 빨리 오고싶었다고 말하며 자신을 걱정하는 모습이 그냥 좋아서.
"수술은 잘됐다고 들었는데. 아픈곳은?"
"여기."
칼에 찔린 어깨도 옆구리도 아닌 심장을 가리킨 금랑을 목호가 안아주며 토닥여줌. 많이 아팠구나.
"목호님 말이 맞았어요. 저를 싫어하는 사람만큼이나 저를 좋아하는 사람은 있어도 목호님이 말한 제 편은 여기에, 가라르에 없어요.
지난 10년동안 너무 외로웠어요. 이곳에서 인정받고 싶었어요. 그녀석처럼되면, 나님이 챔피언이되면 내 문제가 다 해결될거 같았거든요. 나님은, 난, 정말 노력했는데. 나도 그렇게 사랑받고 싶었는데!
단델이 더이상 챔피언이 아니게되자 모든것이 불확실해졌어요. 그녀석은 챔피언이 아니어도 여전히 뒤한번 돌아보지않고 앞으로가요. 이제 챔피언이 아닌데도 여전히 인정받고 사랑받아요. 나님은 아닌데. 여전히 똑같은데.
나님이 챔피언이 아니어도, 수석관장이 아니어도, 라이벌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해주는건 목호님 뿐이에요.
알아요, 내 편은 목호님뿐이라는거.
그래서 무서워요. 나님이 가라르를 떠나면 10년동안 패배자로 살다가 드디어 도망쳤다고 다들 좋아하겠죠? 신경 쓸 필요없다는걸 아는데 정말 도망가는거처럼 보일까봐 무서워요. 노력해도 결국 나님의 마지막은 패배자고 도망자일테니까. 지난 10년이, 가라르에서의 시간이 후회스러워요. 어쩌면 좋죠? 다 잊고 살 수 있을까요? 나님은 정말 이제 도망치고 싶은데, 그런데 지난 10년이 부정당하는거 같아서, 진짜로 실패한거라면…"
"금랑. 너의 불행을 바라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떨쳐내긴 어렵겠지. 그래도 괜찮을거야. 나도 늘 외로웠거든. 이제 우리가 떨어진 지난 시간보다 더 오래 함께 있으면 돼. 외로웠던 시간보다 행복한 시간을 더 많이 만들자.
가라르는 너의 인생에 일부분이 되겠지만 그뿐이란다.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이 너를 기다리고 있잖니. 성도로 도망치는게 아니야. 돌아오는거지. 나는 계속 너를 기다렸단다. "
6
금랑은 회복을 위해 휴식을 취했음. SNS는 거들떠 보지도 않음. 다 회복한 후엔 평소처럼 일을 하고 여전히 많은것을 자신이 없어도 할 수 있게끔 했으며 재능있는 트레이너들을 점찍어둠.
악플은 여전했지만 SNS를 하는 비율이 줄자 화력도 예전만큼은 아니었지. 여전히 금랑에게 욕을 뱉는 사람이나 무언가 던지는 사람들은 전부 고소까진 아니어도 경찰엔 넘겼음. 기껏해야 훈방이나 벌금정도였지만 개의친않음.
다른 짐의 관장들에겐 하나하나 찾아가 먼저 인사를함. 짐트레이너들과는 송별회도했음. 두번다시 돌아오지 않을곳이니까 마지막은 확실히 해야지.
모든것을 다 마무리했을땐 점찍어둔 후보들 목록과 함께 단델에게 사직계를 제출함. 왜? 가라르를 버리는거야? 단델의 눈빛은 딱 그런 느낌이었지.
"착각하지마 단델. 이 몸이 버리는게 아냐. 애초에 버릴 수 있을리가 없잖아. 가진적조차 없는데. 버림받은건 나님이지."
"나를 사랑한다고 했던건?"
그걸 이제와서 물어보냐는 반응으로 금랑이 대답함. "사랑, 했었지."
단델도 금랑에게 감정이 피어오를뻔하기도 했었지. 아주 조금만 뒤를 돌아보았다면. 근데 너무 바빠서 앞을 달려가느라 피어오르기도 전에 지나쳤을뿐. 단델은 알고있음. 이제 멈추어서 뒤돌아도 금랑은 없을거라는걸. 이제 정말 돌이킬수없어. 이 감정보다 앞서 달리지 않으면, 붙잡혀버리면 그제서야 후회하게 될거라는것도. 단델은 앞으로도 계속 앞으로만 달릴 수 있음. 여유따위 더더욱 느낄 수 없을정도로 본인을 더 몰아붙일것.
금랑은 너무도 다정하고 완벽하고 잔인했음. 자신의 빈자리따위 그 누구도 느낄 수 없도록 너클짐, 보물고, 와일드 에리어에 인력배치를 새로이 구성한지 꽤 지난 상태였고 정말 아무 문제없이 굴러감. 금랑 혼자서 감당하던 것들이 사람이 늘어나자 좀 더 여유가 생겼음. 그야 비용은 더 늘어났겠지만 목숨값만큼은 아닌걸. 단델이 이런쪽으로 예산을 아낄 위인도 아니었고.
이미 짐을 그만두었다는 소식에 악플이 올라오는 중간중간에 몇몇은 금랑에게 가라르가 아닌 어디에선가는 행복하길 바란다고 짧게 남김. 금랑의 눈에 담긴건 훨씬 더 많은 숫자의 악플보다 자신의 행복을 빌어주던 몇몇 사람들이었음.
금랑은 지금까지의 게시물을 전부 삭제하고 계정은 냅두고 마지막 인사를함. 안녕! 로그아웃을 하시겠습니까? 네. 저 계정에 들어갈 일도 두번다시 없음.
금랑이 떠났다는 소란은 얼마 못갈거임. 금랑이 없어도 가라르는 너무 평화로울테니까. 금방 잊혀질 수 밖에 없는 작은 소동에 지나지않음.
성도에 도착한 금랑이 목호 앞에 섬.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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