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차 몽랑이 보고싶다 (2022.04.24)
미완
문득 정신이 들었는데 몸은 어려지고 무공은 약하고 자기는 여전히 형들에게 맞고있는 처지여라. 아직 사부님을 만나기 전이니 자기가 찾아갈 수도 없자 제일 먼저 떠오른것은 이자하였고, 자하객잔이었다.
쉬지 않고 뛰고 또 뛰고. 일양현까지 뛰어간 몽랑. 그리고 자기가 알던 커다란 객잔이 아닌 부지만 넓고 작은 객잔에 도달해서 숨을 고르는데 안에서 만두머리를 한 청년이 어린애 대하는 상냥한 말투로 물어왔고, 그사람이 점소이 이자하라는걸 알아서 그제서야 자기가 정말 과거로 왔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몽랑.
자기가 알던 미친놈, 촌뜨기, 광마가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을 짓는 이자하가 그렇게 얄미울수가 없었다. 나는 널 기억하는데 왜 너는 날 모르는 표정으로 보는지. 혹시 배가 고픈거냐고 묻는 그 상냥함이 너무 지독해서 이 악물면서 눈물참고 노려보는 몽랑이 보고싶다.
결국 자하 손에 이끌려 객잔에 들어서 자하가 만들어준 계두국수 먹고 너무 맛이 없어서 헛구역질하다가 그래, 역시 내가 아는 이자하가 맞구나 싶어서 괜히 안심하기. 이자하는 애라서 배고픈가하고 자리 잠시 비운 할아버지 대신 국수까지 말아줬는데 애가 토하려고해서 좀 빈정상했지만 자기가 만든 계두국수를 먹고 얼마전 할아버지가 이래서 자하객잔 물려줄 수 있을까 심각하게 고민을 하셨기 때문에 그러려니함.
우리의 몽랑이는 놀랍게도 자하표 국수를 먹고 좀 더 냉정해질 수 있었다. 이거 사실 엄청난 기연아니야? 이미 미래의 일을 알고있으니 전생보다 더 쉽게 무공수련도 할 수 있을거같고 이 맹해보이는, 아직 광마가 아닌 이자하를 보니 잘만하면 똥싸개로 불릴 일도 없을테고. 그순간 누구때문에 설사지린거 생각나서 때리고싶은 충동을 느꼈으나 가까스로 참아냄. 이 촌뜨기는 아직 광마가 아니다. 나는 미래에서 왔으니 같은 수법으로 당할일도...
그 순간 떠오르겠지. 이자하가 왜 광마가 되는지. 이 자하객잔은 불에 탈 것이고 그게 이자하의 마음에 불씨가 될테니. 그런데 만약 자하객잔이 불타지 않으면? 그땐 이자하가 무공을 배울 일도 없고, 하오문을 설립하지도 않을테고, 사대악인이 만날 일도 없으며 요란이도 구할 수 없음. 그 외에도 이자하가 없으면 안되는 일이 수도 없이 떠오름. 그렇다고 다 알면서 이자하가 미치고 혼자 괴로워하는걸 지켜봐야하나 싶어서, 나는 아무것도 못하는건가 싶어서 급격한 무력감이 몰려옴.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함. 그래도 나는 다 알고있잖아. 앞으로 우리가 어떤 위험이 닥치고 어떻게 헤쳐나가는지도 알고 어떤 만남이 기다리는지도 아니까. 자신은 전생보다 이자하를 더 잘 아는 이해자가 되어줄 수도 있으니 더 나은 현생을 살 수 있으리란 희망을 갖고 점소이한테 잘 먹었다고 인사하며 그대는 계두국수에 소질이 없는거같으니 하루빨리 강호에 뜻을 두고 무공수련하라는 말을 남기고 백응지로 돌아와 수련하면서 자신의 사부이자 검마, 사대악인의 맏형을 기다리고 언젠가 이자하가 자신을 찾을 수 있게 풍운몽가의 서자이자 백응지의 색마라고 불리도록 적당히 살겠지.
검마를 만나고 그가 한숨 쉬는 일을 적게하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전생보다 빠른 속도로 강해지는데 이상하게 이자하가 자기를 안찾아옴. 이제 슬슬 때가 됐을텐데 이상하다여기며 살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시기가 지나치다 생각하여 뭔가 일이 단단히 꼬였음을 느낀 몽랑이가 일양현으로 가니 자하객잔이 있던곳은 전혀 모르는 다른 건물이 차지하고 있고 일양현 사람들에게 찾아가 이자하를 아느냐 물으니 객잔이 불타고 먹고살길이 막막하여 무덤지기를 하다가 홀연히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전부였음.
혹시나 싶어 모용의가에 갔더니 안쪽이 엉망이 된 건물과 그 주변에 만든지 얼마안된 무덤만 목격하고 백응지로 돌아왔다가 검마의 허락하에 자기가 이자하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며 강호를 돌아다니다가 무림공적 이야기를 듣는데 거기에 귀마와 광마가 있었음.
어떻게든 그 둘을 만나보겠다고 찾아다녔지만 이루어지지 못한채 돌아왔을때 제 사부의 죽음을 듣게되고. 검마는 자신을 죽이러 오는 존재들을 눈치채고 때마침 강호로 사람을 찾으러 가겠단 제자를 허락한거였지.
몽랑은 이자하가 원망스러웠음. 동시에 자신이 알고있던 하오문주 이자하가 꿈이라는 결론을 냄. 하지만 분노와 원망은 이미 터졌고. 꿈이라고 단정했음에도 자신을 찾지않고 무림공적이 된 이자하가 교주만큼이나 원망스러웠음. 결국 사부의 복수를 위해 교주를 죽여야겠단 마음을 갖고 마교의 광명좌사가 됨. 그리고 이자하와 몇번이나 부딪혔겠지. 제가 알던 이자하보다 더 위태롭고 불안하기만한 그를 보면 알수없는 분노가 일렁여서 끈질기게 괴롭히며 쫓아갔는데 도망가면서도 평범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다치지않게 피해서 돌아가고, 약한자를 괴롭히고 있는걸 가만두고보지 못하는 모습이 자기가 알던 이자하가 맞아서 결국 붙잡기 직전에 제 스스로 몇번이고 놓아주는 광명좌사.
그러다가 만장애에서 광마를 마주함. 이자하가 천옥을 가지고 헛소리를 하는걸 들으면서 기분이 묘해짐. 꿈인지 모를 이전의 생에서는 이자하가 극양과 극음의 내공을 사용하여 천옥의 재료로 노림받았는데 이번 생은 그걸 훔쳐서 여기까지 왔으니까. 이미 천옥의 재료를 알고있던 몽랑은 그걸 교주한테 다시 돌려줄 마음은 없었으나 저 광마의 손에 들어간것도 몹시 불안했겠지. 저놈은 저게 뭔줄알고. 어떻게 만들어진줄알고. 흑의인을 보고 토까지 했던 주제에. 물론 자기가 알던 이자하는 이녀석이 아니지만.
허나 광명좌사도 천옥을 훔친 광마를 곱게 보내줄 수 없으며 여기서 정말 자기가 죽여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평소보다 말이 많아짐. 너한테 미인계가 안통하는 이유는-...
어쩌겠나. 전생에 하도 붙여다녀서 이자하에 대해서 모를 수가 없는데. 시간만 더 끌수있다면 그보다 더 많은 얘기도 할 수 있을거같은데. 그러나 미친놈은 기다려주지도 않고 천옥을 꿀꺽 삼켜버렸지. 저게 어떻게 만들어진건지 알기때문에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알 수 없었고 어쩌면 천옥이 광마를, 이자하를 삼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해서 미친새끼라고 소리를 지름. 그리고 명분이 있으니 기회다 싶어서 산채로 그를 붙잡으려 했으나 이자하는 그대로 절벽 아래로 떨어졌고 그를 찾으라 지시했지만 시체조차 발견하지못함.
그렇게 현 광명좌사이자 사대악인의 넷째였던 색마는 이자하를 영영 잃어버림. 그 어느것하나 이전의 삶과는 거리가 멀었던 현생은 교주의 손에 마감함.
알고있는 것만으로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면 처음부터 모르고 태어났더라면 좋았을거라고. 만약 내게 또 다음 기회가 있어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한다면 더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도록 몰랐으면 좋겠다고. 제가 알던 미래와 어그러지면 어그러질수록 더 비참하고 고통스러워서 몇번이나 주화입마에 빠질뻔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생각이었음. 바꿀 수 없는 미래라면 희망이라도 버리지는 않을텐데 돌이킬 수 없는 현재는 자기가 알던 것과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비참하기만 했음.
이자하는 천옥을 삼키고 불에 타기 전의 자하객잔에서 이전과는 다른 행보의 삶을 진전함. 조씨삼형제를 먼저 보내주고 흑묘방을 취하면서 불안해하는 차성태에 각 수장들을 불러놓고 자기는 계두국수에 소질이 없어서 강호에 뜻을 품었다는 말을 하는데 그때 문득 자기가 이 얘기를 누구한테 들었던거 같은 기분이 들었으나 생각이 안나겠지.
그런데 그날밤 이자하는 꿈을 꾸었고 그곳은 만장애였음. 자신은 까마득한 절벽 끝에 서있었는데 맞은편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광명좌사가 있었음.
광마가 처음 만났던 자신을 죽이려던 광명좌사보다 훨씬 젊었고 어렸음. 그놈은 뭐가 불만인지 삿대질을 하고 발을 구르며 자신에게 온갖 짜증을 내며 무어라 화를 내지만 이상하게 소리는 안들리겠지.
미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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