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마회귀

[광마회귀] 천옥자하 썰 (2022.05.08)

Snapdragon by 금어
11
0
0

이자하가 눈을 뜨니 마치 면경을 보는거 같은 똑닮은 사내가 자신을 보고 웃고있었다. 사실 자신은 쌍둥이었던건가. 피를 나눈 형제, 그러나 모종의 사정으로 헤어진 형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잠시 구슬퍼하기도 했으나, 그럴리가 없지. 곧장 손을 뻗어 그를 공격하려고 했는데... 없다.

내공이 없어졌다. 단전이 파괴된것은 아니다. 그냥 쌓여있어야 할 내공만 감쪽같이 사라졌다. 심지어 천옥의 기운마저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원인은... 자연스레 눈길은 저와 똑닮은 그래 누가봐도 이자하 자신과 똑같이 생긴 정체불명의 사내에게 향한다. 그자는 마치 자신의 상태를 아는것처럼 실실 웃고 있었다. 내공은 없으나 개의치않고 상대의 면상에 주먹을 휘둘렀으나 손쉽게 잡혔다. 그리고 이놈은 자신과 다르게 내공이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좋아, 반항 끝. 형제여. 형제가 아니다. 소름. 목소리도 똑같다. 그럼 넌 누구냐? 그가 말했다. 나는 누구일까.

전 무림공적이나 순정이 있는 점소이였던 사내, 흑묘방의 방주, 하오문의 문주, 사대악인의 셋째, 광마 이자하 그것이 나다. 지랄, 이자하는 나다. 아니, 나다. 미친놈은 나야. 내가 광마다. 

이자하는 그가 누군지 눈치챘다. 천옥이었다. 그냥 짐작이 그랬다. 없어진 내공과 천옥. 무림공적이던 전생을 아는 자. 어떻게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천옥은 자신의 모습을 하고 나타났다. 그러고는 자신이 이자하라고 주장한다. 염병. 

천옥이 붙잡은 자하의 주먹을 풀더니 깍지껴 잡았다. 여전히 실실 웃고있는 상태. 무엇이 즐거운지 웃으며 말했다. 

자하야, 자하야, 흑도에게 상납금을 내고, 객잔에 찾아온 자들의 비위를 맞추고, 때론 맞기도하다가 객잔까지 불에타 모두 잃은 불쌍한 점소이야, 네 모습을 보아라. 당장 아무 힘도 없는 그 시절로 돌아간 너를 보아라. 지금 당장 내 손에 죽어도 반항조차 못하는 너를 보아라. 왜 혹시 한줌의 희망으로 사대악인이 너를 구해줄거같은가. 그거참 재밌을거 같구나. 그들에게 뭐라고 설명할테냐. 내가 가짜이고, 네가 진짜라고 말할테냐. 그럼 나도 똑같이 말해야겠다. 여기 내공도 한줌없는 멍청하고 불쌍한 녀석이 나를 흉내낸다고 말이지. 과연 그들이 네 말을 믿을까, 내 말을 믿을까. 두고보면 알겠지. 

말이 끝나자마자 문이 벌컥 열리며 색마의 잠이 덜깬 짜증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촌뜨기새끼야, 새벽에 혼잣말을 왜이리 시끄럽게하냐며 욕을 하다 말을 멈추었다. 내가 잠이 덜깼나. 헛것이 다 보이네. 셋째가 둘로 보이다니 이 무슨 끔찍한 일이란 말인가. 

무표정하고 뚱한 표정의 사내 둘이 동시에 한숨을 쉬면서 남은 한손으로 서로를 삿대질했다. 이놈이 가짜다. 색마가 비명을 질렀다. 이런 지랄맞은. 너 이새끼 손톱이라도 아무대나 뿌린거냐는 색마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검마와 귀마까지 나타나서 두 명의 이자하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저렇게 똑같냐며 귀마가 눈을 껌뻑였다. 

이자하는 그러니까 진짜 이자하는 내공도 모두 천옥에게 뺏기고 사칭까지 당하는 처지였으나 생각보다 덤덤했다. 천옥이 정말 저를 죽일 마음이 없음을 짐작했기 때문이다. 만약 진짜로 자신을 대신하려고 했다면 이런 번거로운 방법을 쓰지않을테니. 

진심이었다면 내공도 없는 자신이 잠들어있을때 죽였으면 충분했다. 그런데 일부러 일어날때까지 기다리고 사대악인이 나타나도록 시간을 끌었다. 천옥의 목적이 무엇일까 잠시 고민해보았는데, 이자하는 정말로, 천옥이 그저 이 상황을 재밌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천옥은 마치 아이처럼 이것을 놀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가까이서 보기에 무표정을 유지하지만 실제론 웃음을 참는것이 옆에선 다 보였다. 이놈의 정체를 천옥이라 밝힐 수 없는 처지이니 일단 천옥의 뜻대로 놀아나 줄 생각이면서 동시에 궁금해졌다. 과연 이들이 진짜 자신을 찾을 수 있을까?

다섯명이 둘러앉아 차례대로 한숨을 쉬었다. 한쪽은 내공을 모두 빼앗긴 이자하였고, 다른 한쪽은 내공이 멀쩡한 이자하였다. 내공이 없는 자하는 빼앗긴 것이라 했다. 있는 자하는 상대의 재주는 고작 겉모습만 흉내내는것이라 주장했다. 사실 극음과 극양의 체질이 어디 널린것도 아니고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내공이 있는 이자하가 진짜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그렇게 단정짓기엔 무언가 마음이 불편했다. 믿기 어렵지만 어쩌면 정말 상대가 재주를 부려서 내공을 뺏은거라면? 일단 쌍둥이처럼 똑같이 흉내낼 수 있는 자이니 신중해야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대충 이런거 보고싶다... 가끔 뭔가 천옥도 자아가 있는거처럼 느껴질때가 있어서...

카테고리
#2차창작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