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님네 스칼렛가

[베인사쿠] 티르코네일의 두 사람

마을사람들이 둘이 연애하는 거 다 아는 이야기

최근 티르코네일에서 뜨거운 이야기 주제라면 단연 연애였다. 안타깝게도 트레보의 딜리스를 향한 절절한 순애보나, 노라를 향한 말콤의 오랜 짝사랑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마을 밖에서야 에린을 구한 영웅이니 뭐니 해도 티르코네일에서는 밀을 베다가 실수하거나 낚시를 하다가도 번번히 놓치곤 하는 옆집 오빠이자 청년인 사쿠야 스칼렛과, 이주해 온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온건하고 상냥한 성정으로 마을에서 평판이 좋은 남자, 베인이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다. 뭐,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 둘이 손을 잡고 걸어가는 와중에, 사쿠야스칼렛의 얼굴이 잔뜩 붉어진 것을 목격한 알리사로 부터 시작해서 사쿠야 스칼렛과 새로 식료품점 아래 사는 청년이 서로에게 첫눈에 반해 눈이 맞았더라, 라는 소문이 퍼졌을 뿐이다. 마을 밖에서야 정치적이며 종교적인 문제로 대두될 법한 문제였으나, 이 작고 평화로운 마을에서는 둘이 같이 살기로 했다며? 하고 휘바람을 불며 놀리듯이 축하해줄 이야깃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모두에게 참 다행스럽게도 말이다.

그리고 소문의 두 사람. 사쿠야 스칼렛과 베인은 사소한 문제로 다투고 있었다.

"아니, 왜 남의 멀쩡한 풍선은 터뜨려놓는데? 이거 비싸! 5만골드나 줬단 말이야!"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아서 그래, 그대. 내가 있는데 왜 그런 걸 신줏단지 모시듯 가지고 다니는 거지?"
"효험이 있으니까! 이거 끼고 돌았더니 붕마정이 나왔다니까?"
"그러니까 그런 건 놔두고 나와 함께 던전에 가면 되지 않나."
"너 이제 다난이라며. 괜히 같이 갔다가 무슨 일 생기면 어쩌려고."
"무슨 일?"

베인이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자, 사쿠야 스칼렛은 빠르게 납득했다. 그래. 다난이 되었어도 왕년의 파괴자이자 포워르의 왕. 어디가서 패고 다니면 패고 다녔지 맞고 다닐리가 없지. 그래, 그렇지만.

"그 작은 인형들도 처리하게 내놓게. 도대체 밀레시안들은 이런 걸 왜, 어떻게 만든 건지."
"너 그때 대놓고 우리 앞에 얼굴 드러냈잖아...밀레시안은 5초만 있으면 뭐든 똑같이 그려낼 수 있어..."
"......"
"삼하인에는 움직이는 동물도 스케치할 수 있...그게 아니라, 아니 내가 엄한 인형이랑 미니돌 가지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너 닮아서 좋아서 가지고 다니는 건데 왜!"
"이런 게 날 대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대는?"
"아니, 절대 아니긴 하지만...이 인형은 던전에서도 유용하다니까? 내가 신경 못 쓰는 물건들도 주워오고.."
"나야말로 쓸모가 있겠군. 그대는 그냥 마력의 정수보다 붕괴된 걸 좋아하는 걸 알아. 내가 같이 가면 그냥 마력의 정수도 붕괴시켜줄 수 있어."
"그건 붕괴된 마력의 정수가 아니라 산산조각난 마력의 정수잖아....어디에 팔지도 못하게 가루만 남는...."

도대체 이야기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사쿠야 스칼렛은 적당히 끊기로 했다. 안 그래도 다시 만난 베인과 함께 있으려고 매일 같이 골드 수급하러 가던 그림자 세계에도 안 가고 마을에서 바로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알비 던전만 가는 내 마음도 모르고, 이 전직 마왕은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하려고 하지!

"여하튼 난 던전 다녀올 테니까, 거미줄이나 주워놔. 다 줍고 시간 남으면 데이안한테 가서 알바하고 포근한 털가죽 좀 얻어오고."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다정한 그대는 나에게만 야박하게 구는 부분이 있어."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으면, 일부러라는 것을 알면서도 외면할 수가 없어진다. 한숨을 쉰 사쿠야 스칼렛은 베인에게 다가가 아주 잠시, 그의 뺨에 입술을 붙였다가 뗐다. 베인이 놀란 듯 조용히 눈을 크게 뜨자, 조금 쑥스러워진 사쿠야 스칼렛이 빙글 몸을 돌려 던전쪽으로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늦지 않게 올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다녀올게."
"......그래. 잘 다녀오게, 그대. 기다리고 있겠네."

평범한 연인의, 평범한 일상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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