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님네 스칼렛가

[베인사쿠] 외출결심

낭만농장에서 같이 사는 베인사쿠 이야기



오늘이다. 오늘은 결단을 내려야한다. 준비는 끝났다. 커다란 침대 위에서 배우자와 뒹굴거리며 나른한 한때를 보내던 사쿠야 스칼렛은 벌떡 일어나 눈을 껌뻑이며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 배우자에게 말했다.

"나가자."
"어디를?"

사쿠야를 따라 상체를 일으키며 베인이 의문을 표했다. 굳이?라는 뒷말이 하지 않아도 들려오는 것 같다.

"어디든. 너, 여기에 있으면 백날천날 불멍 물멍만 할 거잖아."
"나는 그대멍을 가장 좋아해, 그대."
"여하튼! 사람이 너무 안에만 있어도 안돼!"

  가장 사랑하는 존재, 사쿠야 스칼렛만 있으면 지옥불 위에서도 행복할-물론 지옥불을 피워올리는 것은 그의 전문이다- 남자, 베인은 그의 반쪽과 나란히 누워 시간을 보내는 것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굳이 그 말에 따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가 사쿠야 스칼렛의 낭만농장에만 있어야했던 이유를 입에 올렸다.

"내가 밖을 돌아다녀도 된다고 생각하나? 그대도 확신이 없으니 날 이곳에 둔 것일 텐데. 아, 고깝게 듣지 말아. 여기가 우리의 사랑의 보금자리라는 걸 나는 잘 알고 있어."
"그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해봤는데, 괜찮을 것 같아. 방법을 찾았어."
"흥미롭군. 드디어 수호자와 결판이라도 냈나?"
"밀레시안인 척 해."
"그건 또 새로운 발상이로군."

베인은 진심으로 놀랐다. 배우자의 반응에 그렇지? 하며 훗 웃어보인 사쿠야 스칼렛은 말을 이어나갔다.

"네 무력이나 외모 같은 것도 밀레시안이라고 하면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거야. 어차피 네 갑옷도 진즉에 본 떠서 입고 다닐 밀레시안들은 다 입고 다니거든?"
"알고 있어. 그대도 한 벌 있지 않은가."
"당당하게 밀레시안인 척 해. 그럼 괜찮겠지. 그리고 네 눈은...이거, 선물."

사쿠야가 건넨 천조각을 받아든 베인은 손 안에 들어온 것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두 종류 이상의 천이 들어간데다 보석이 박혀있는 것이 제법 공이 들어간 물건인 듯 했다. 눈을 언급했으니 아마 안대인 것이겠지. 사쿠야의 선물이 무엇인지 파악한 그는 다시 안대를 사쿠야에게 돌려주었다.

"그대에게 받는 건 뭐든 기껍지만..."
"왜? 마음에 안 들어?"
"색이 마음에 안 드는 군."

의외도 아니다. 베인은 언제나 원하는 것을 제대로 요구하는 이였다.

"그대 색으로 물들어 주어."
"난 또 뭐라고...잠깐만 남은 염색앰플이 있나..."

가방을 뒤적거리던 사쿠야는 인벤토리 구석에서 염색앰플 네 개를 발견하고 환한 미소를 띄었다.

네 번 안에는 되겠지!

...추가로 염색앰플 다섯 개를 더 잡아먹은 안대는 사쿠야가 좋아하는 짙은 푸른색을 띄고 있었다. 그제서야 베인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안대를 받아들었다.

"어떤가, 그대. 마음에 드나?"

보석이 섬세하게 박힌 안대는 의외로 선이 굵은 그에게도 잘 어울렸다. 사쿠야는 역시 사길 잘했다며 내심 만족했다. 320만 골드나 주고 산 글래시 트리밍 안대...그냥 안대의 기능만 한 거라면 더 괜찮은 가격의 물건이 있었지만 사쿠야도 또한 곧 죽어도 밀레시안이었다. 기왕이라면, 예쁜 게 좋았다. 사랑하는 이에게 줄거라면, 가장 좋은 것이어야했다.

"잘 어울리네. 자, 그럼 갈까."

사쿠야가 에스코트하듯 손을 내밀자 베인이 그 위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그대와 함께라면, 어디든지."

낙원의 끝으로 가는 듯한 무드였지만 평범하게 벨바스트에 바다를 보러가고 이리아에서 캠핑하고 발레스에서 눈오는 거 구경했답니다. 밀레시안인 척 하는 건 의외로 잘 먹혔고 제일 난감했던 건 글렌베르나 결계 앞에서 님들만 오면 8인팟!이라며 애원하는 눈빛의 다른 밀레시안 파티의 요청을 거절하는 일이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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