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필

성장 전 외관·성격 대필 (4,476 자)

해리포터 기반│성장 후 성격 포함

CM by SRP

외관

시프레가 유독 많이 들은 칭찬은 눈에 관한 이야기였다. 남들에 비견될 만큼 길진 않아도 언더까지 꽉 들어찬 덕에 꽤 풍성한 속눈썹, 가늘고 얇게 자리해 날렵한 느낌을 주는 눈. 그 안에 담긴 연분홍 눈동자가 맑고 청아하기에 타인의 시선으로 봐도 썩 차가운 이미지는 아니었다. 더욱이 눈동자 가운데에 콕 박혀 있는 다섯 가닥의 꽃잎 같은 동공이 더욱 그가 뿜어내는 분위기를 우아하게 만들었다. 화려하지만 결코 과하지는 않은, 매화와 같이 단아한 아름다움. 신체 부위 한 군데만으로 이토록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 이렇게도 누군가는 시프레가 가진 외적 매력을 일부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오른쪽 눈은 안대에 완전히 가려진 데다 벗는 일도 좀체 없어 본 사람이 전혀 없지만, 여러 요소를 종합해 봤을 때 그것마저 아름다울 것이라 확신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다.

‘오리엔탈’을 형상화한 듯한 그 미인의 체형은 제법 왜소했다. 야위고 마른 체격 탓에 첫인상은 약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올곧고 단정한 그의 행동거지를 접한 후에도 그 입장을 고수할 수는 없으리라. 자세는 항상 정자로, 보폭은 좁게, 발걸음은 깃털같이 가볍게. 침착하고 고요한 품위를 덧쓴 시프레는 연약하다기엔 너무 강단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묘한 것은, 그린 듯한 모습으로도 그는 충분히 상냥해 보인다는 점. 같은 공간에 있어도 동떨어진 곳에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자태임에도 사람은 이만큼이나 다정해 보일 수 있나 보다. 시원하게 드러낸 얼굴의 절반이 타인을 향할 때, 그는 늘 잔잔하게 웃고 있었다. 그 미소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의 곁에 다가가고 싶게 만들었고, 동시에 그 미소가 보는 사람 그 누구도 진정 그에게 가까워질 순 없으리라는 추측을 가능케 했다. 예부터 신비와 미지는 미의 한 축이었으니, 시프레가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길고 검은 직모는 끄트머리로 갈수록 색이 옅어져 보랏빛이 돌았다. 부분적으로 탈색이 된 흰 브릿지가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 오밀조밀 이목구비가 모인 얼굴을 잘 보면 입가 왼쪽 하단에 있는 작은 점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가장 간결하면서도 직관적으로 그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다름 아닌 ‘향’이었다. 달콤하거나 쾌청하고 또 은은한 향. 대체로 다르지만 때때로 비슷하기도 한 그것들은 모두 시프레의 체향과 향수가 섞인 결과물이었다. 아, 오해하지는 말아야겠는데, 왼쪽 관자놀이에 자리한 푸른 장미나 등나무 액세서리와는 관계가 없는 내음이다. 의상으로는 모조가 적당한 법이므로, 그는 평소 꽃 장식과 레이스가 적당히 달린 복장을 선호했다. 무릎에 겨우 닿는 푸른 치마는 부드러운 천으로 구성되어 하늘하늘했다. 그 위를 조금 덮는 정도로 내려오는 흰색 상의는 중국의 전통 의복을 퓨전한 형태로, 푸른 치마나 스트랩 구두와 어우러져 고상해 보이는 디자인이었다. 동양적인 아름다움이 멋스러워 더욱 고고하고 단아한, 동시에 자상한 시프레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졌음은 너무도 자명하다.


성격

다정한, 초연한, 노 코멘트

위선자 시프레. 그것은 꽤 오래도록 그에게 따라붙은 수식어였다. 남을 해치며 살아남는 족속의 피가 섞여서, 혹은 한평생 귀하게 자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사람이 아주 독하고 저밖에 모른다…… 라고. 본분도 잊고 성경을 들먹이는 걸 보면 염치도 없음이 분명하다…… 라고.

그러나 하늘은 이렇게 말했다. ‘죄를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 물론 그다지 신실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심지로 삼은 그 한 가지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그 자신을 위선자이며 배신자라 칭하는 모든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었다. 굳이 그러지 못할 이유도 없지 않나? 본디 여유는 꽉 찬 금고에서 나오는 법. 옛날만은 못 해도, 적어도 제가 가진 것이 남을 헐뜯고 구차하게 미워하는 부류보다는 많을 것이다. 결국 배려도 경험에서 오므로……. 참으로 여유롭고 느긋한 마음가짐이다.

사실, 아마 회사를 부도에서 구제하기만 했어도 그런 쓸데없는 악담을 들을 필요는 없었으리라. 시프레가 그를 욕하는 사람들에게 자못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는 까닭은 어렵지도, 복잡하지도 않다. 그들은 회사의 녹을 먹고 하루를 연명하던 사람들이었으니까. 남의 노동으로 윤택한 생활을 해 왔음에도 그들의 밥줄을 끊어 버리는 선택을 했으니 이 정도 미움은 감내해야 할 일이 아닐까? 무엇보다도 그 자신의 명예와 신념에 반하는 선택이었으니, 회사와 그 밑 식구들의 명예를 지켜 주지 않으리란 사실 또한 너무 자명하지 않았나? 수면 아래에 그런 이유가 몇 가지 깔려 있기는 했다. 그래서 시프레는 언제나 질타 앞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하나의 행동이 더 많은 걸 알려 주기도 하는 법. 아직은 그들이 시프레의 온정을 보지 않으려 하지만, 언젠가 그들도 지칠 것이다. 사람인 이상.

그의 다정은 보통 그런 식이었다. 나누고, 베풀고, 돕고. 인정이 많음에도 특유의 나긋한 분위기가 결코 늘어져 보이지 않았다. 그에게는 어른스럽고 성숙한 지성이 있었다. 동경할 만한 유연함, 온후함, 부드러움. 그는 관찰자로서 늘 한 발 뒤에 서 있었다. 도움을 갈구하는 사람을 위해 보통 그 자리에 존재하기만 할 뿐, 구태여 먼저 손을 내밀거나 열성적으로 설교하지 않았다.

함께 학창 시절을 보낸 혹자는 분명 그렇게 말할 테지. 지난 세월 동안 사고방식이 다소 유약해졌다고 말이다. 별로 할 말은 없다. 단지 그는 이제 그렇게까지 진땀 흘리며 살지 않을 뿐이었다. 그것이 내면에 품고 있는 깊은 결여와 무기력에서 발현한 것일지라 해도, 말하지 않으면 누가 알겠는가. 자기 자신을 아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프레는 타인까지 소중하게 생각했다. 그럼 불사조 기사단으로서 죽음을 먹는 자를 볼 때도 그렇게 사려 깊을 수 있나? 별로 놀랍지 않은 그 물음에도 시프레는 큰 고민 없이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었다. 악행은 있어도 악인은 없다는데 가치판단에도 관계와 감정이 들어가선 안 될 것이다. 이건 퇴보가 아닌 성장이었다. 시프레가 자기 자신을 지키는 동시에 남과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일궈 낸 성장. 좀 더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워지는 게 자라는 과정이니, 그런 의미에서 그는 훌륭하게 어른이 되었다고 봐야 할 테다.

성격 2

다정, 의지, 책임

『죄를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네, 아버지.”

『네 이웃을 네 가족처럼 사랑하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버지.”

교리에 작성된 노력은 시프레에게 무형의 자산으로 남았다. 정. 정은 곧 형체를 가졌다. 사람으로. 시프레는 사람을 악하게 보지 않기 위해 대단히 노력했고, 그 노력이 결국 한 사람의 성정을 바꿔 그는 선을 내재하게 된 것이다. 다정하고 착한 사람……. 혹자는 그것을 ‘바보나 하는 짓’이라 칭하고 세상이 그것을 멸시할지라도 시프레는 자신의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이 모든 변화는 시프레, 그 자신의 의지였으므로. 스스로 정해 나아간 삶의 방향이었기 때문에. 시프레는 누군가에게는 맏이였고, 누군가에게는 엄마였으며, 또 누군가에게는 이모였다. 잔잔하게 따스한 그의 성품이 타인을 긍정적인 쪽으로 감화하기란 이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돌봄이란 신경 쓰는 것, 사랑하는 것, 칭찬하는 것, 아껴 주는 것, 그리고 소중히 여기는 것. 버팀목으로서 시프레는 내리사랑을 베풀 줄 아는, 확실한 ‘선인’이었다.

악은 결코 선을 이기지 못한다. 사람들은 모두 만고불변의 진리를 알고 있다. 하지만 분명하게도 악은 선보다 편하고, 그렇기에 선은 항상 묻혀 있다. 현실은 이다지도 시궁창이다……. 그럼에도 시프레는 차라리 가시밭길을 헤칠지언정 고작 편하다는 이유로 악을 선택하지 않았다. 이 불우한 상황에서도 선은 항상 빛나는 법. 내면이 굳은 시프레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안일하던 그의 허점은 이미 수차례 불행과 불운을 겪으며 스러졌다. 단정히 재계한 시프레의 의지는 근래 더없이 탄탄했다. 때로는 현실적으로, 또 때로는 이상적으로. 시프레의 현실과 이상은 이제 그 차이가 명확하지 않다. 그저 해야 하므로 하는 것뿐. 이상은 이루기 위해 꾸는 꿈이다. 시프레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하긴, 그렇게도 독했으니 그럴 만도 한가.

강한 의지 위에 건강한 책임감이 자라리라. 시프레는 이제 억울하다고 생각지 않았다. 장녀로서, 어엿한 한 명의 사람으로서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베푼 온정이 꼭 같은 형태로 돌아오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임이란 그런 게 아닌가. 사랑을 주고받는 것. 확인할 수 없음에도 마음을 따스하게 만드는 그 어떤 무언가. 그것이 있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유대감과 신뢰, 그리고 의지. 세 가지뿐이다. 시프레의 굳건함은 그가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도록 만들어 주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부러지지 않는다. 휘지 않는다. 타협은 없다. 미래는 사랑하는 자에게 주어지지 않나. 시프레는 자신의 미래를, 그리고 동생들의 미래를 염려한다. 대의가 인간에 선행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것은 기만이다. 시프레의 대의는 항상 사람이었다. 따라서 이것은 성장이라고 불렸다.

그러므로 이것은 이유도 모르는 채 눈 먼 의무를 수행해 온, 바로 그것이야말로 성장이라고 여겼던 유약한 아이가 자라 나의 오늘과 너의 내일을 지키는 영웅담이 된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