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필

드림주 외관·성격 및 관계성 대필 (5,491 자)

마법사의 약속 무르

CM by SRP

외관

소행성은 행성보다 작고 위성보다는 크다. 혹은 위성보다도 작다. 그러나 그것이 횡액을 불러오면 행성의 작은 부분이 닳아 사라져 생명이 설 자리는 한 뼘 짓밟힌다. 어쩌면 코제트 키팅은 그런 여성일지도 모른다. 재앙과 함께 떨어진 작은 별. 빛나지 않는 작은 돌덩이. 사람들이 알아볼까 두려워 먼지를 덮어쓴 채 이곳에 찾아온 한 조각의 달.

단아한 얼굴에 군데군데 묻은 수려함, 그리고 화려함. 점잖게 빼어난 그녀의 미모는 가히 이국적이다. 아버지가 물려 주신 프랑스의 피, 어머니가 물려 주신 일본의 유전자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새침하게 올라간 눈매도 내리깔면 쉬이 둥글어지고, 앙다문 작은 입매가 벌어질 때는 어딘지 모르게 결연하면서도 똑부러져 보인다. 희멀겋고 맑은 잿빛 모발과 흰 살결, 그럼에도 결코 흐리지 않은 존재감.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한 가녀린 팔다리, 그럼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곧은 자세. 그녀는 유리로 세공한 눈을 가져 세상을 온전히 그 안에 투영한다. 티끌 한 점 없는, 순도 높은 보랏빛 눈동자는 마치 제비꽃 같다. 그 외에도 오똑한 콧날, 커다란 주먹에 다 가려질 작디작은 머리통, 한 손에 쥘 수 있는 얇은 목선까지……. 그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그녀의 아름다움을.

커다란 리본은 귀여움의 상징.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을 아주 조금만 잡아 묶는 데 사용했다. 커다란 눈 바로 위에서 정갈하게 떨어지는 앞머리와 귀를 양껏 가린 도톰한 옆머리를 보면 마치 어떤 존재가 공들여 빚은 프랑스 인형이 생각난다. 그녀가 꽃도, 인형도, 유리 조각도, 길 잃고 헤매는 하늘의 존재도 아니라는 걸 증명하려면 팔과 허리, 종아리, 도톰한 볼을 직접 만져 보는 수밖에 없다. 길게 뻗은 체형에 붙은 살집이 해가 갈수록 붙거나 떨어지는 광경을 직접 보는 한 그녀가 인간임을 받아들이기란 무척 쉬운 일이다. 총기 어려 반짝이는 두 눈은 아직 어린 별을 닮았다.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이 넘실넘실 남긴 자취는 때때로 마주하는 유성 무리와 같다. 살랑살랑 움직이는 몸짓은 가벼워 중력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듯싶다. 그럼에도 날아가지 않는 그녀는 누군가의 달, 수수께끼, 불가사의. 사랑받아 마땅한 의문점.

1,072 자

성격 및 관계성

예부터 코제트 키팅은 결코 사려 깊은 사람이 아니었다. 이타적이기보다는 이기적이기 때문에 숱하게 생각하는 많은 상념 중 절반 이상은 자기 자신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이다. 만약 구미에 맞지 않는 일이 생기면 앙칼지게 거부한다. 제게 피해가 오는 일이라고 생각되면 반드시 성질을 부린다. 그 작고 가녀린 몸통에서 호통은 어쩌면 그렇게 크게 나올 수 있는지! 보기보다 힘도 센 편이라, 물건을 던지거나 진심을 다해 어깻죽지를 칠 때면 제법 둔탁한 소음이 나기도 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보기보다’ 힘이 센 것이므로 여타 힘센 성인 남성이나 무武를 업으로 삼은 사람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무르와는 가끔 힘겨루기를 할 일이 생기는데, 현시점을 기준으로 스코어는 무르 쪽이 조금 더 높다. 코제트가 까칠하게 굴 기미가 보일 때마다 무르는 재치 있게 그녀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 버린다. 때때로, 그러니까 정말 아주 가끔, 그가 기운이 없을 때 코제트는 가벼운 승리만을 쟁취한다. 본래 광기와 히스테리는 한 부모에서 난 형제자매와 같으니 비슷한 성질을 공유하고 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전자가 후자보다 압도적으로 우세한 영향력을 가진다는 것뿐. 다시 태어나기 전의 코제트가 상당히 예민한 사람이었기에 지금의 코제트는 상대적으로 좀 더 상식적이고 불안도가 낮은 모습을 보인다. 그것에 무르는 종종 의아해하면서도 익숙해지고 있다.

‘키티’는 코제트의 애칭이다. 이는 코제트의 유치하고 아기자기한 면을 대변한다. 무르가 자신을 키티로 칭하지 않을 때 약간의 서운함을 느낀다든가, 자기소개 자리에서 입에 침도 바르지 않은 채 본인을 별칭으로 불러 달라고 요청한다든가. 여러모로 애칭을 애칭답게 여기고 있다. 타인에게 주의를 깊게 기울이지 않는다 해서 그것이 그녀가 섬세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라는 사실이 그 한 가지에 녹아 있다. 이때 제기 가능한 의문 하나. 그렇다면 코제트도 섬세한 사람들이 그러하듯 잘 깨져야 하지 않은가. 답은 ‘그렇지 않다’로 정해져 있다. 애초에 그녀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유감스럽게도 주의력이 쉽게 분산되는지라 눈을 현혹하기도 쉬운 축에 속한다. 쉽게 말해서 단세포다. 무르가 지닌 것과는 분야와 종류가 조금 다르다 해도 그녀 역시 사람인 탓에 가져야 할 최소한, 혹은 그 이상의 탐구욕은 존재한다. 코제트도 또한 새로운 무언가를 접하는 일에 거부감이 없고, 이미 익숙한 것을 새로이 재해석하는 걸 신기하게 여긴다. 그래, 마법. 그녀의 세상에 다시 없을 공연이 가져다주는 아름다운 체험은 볼 때마다 그녀의 우선순위를 재배열하기에 충분했다. 무르는 이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코제트가 현란하고 풍부한 색채의 경험 앞에 그가 저지른 수많은 잘못과 일탈을 용서하는 까닭은 그녀가 단순히 그것을 잊은 탓이 아니라, 또 다른 선물을 받았다고 여기기 때문임을. 달고 쌉싸래한 초콜릿 한 조각과 무르의 손이 개화해 내는 불꽃 장미 한 송이의 값어치는 그녀에게 있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말했다시피 코제트에게는 탐구욕이 존재했다. 또, 그녀도 역시 남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을 욕망을 형태별로 매 순간 피워 냈다. 기본적으로, 무엇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파고드는 면모는 무르와 비슷하다. 다른 점이라 하면, 무르가 그 어떤 유혹에도 지지 않고 목표 하나만 보고 달리는 기차와 같다면 코제트는 목표로 가는 여정 중 꽃도 보고 구름도 보고 별도 세고 돗자리도 펴고 그 위에서 피크닉도 잠시 즐기는 산책 나온 사람과 같다는 것이다. 전후 사정을 보지 않고 맹목적으로 갈구하는 것은 추하다. 코제트는 갈급하지 않는 법을 알았다. 충동을 이해하고 무지를 인정하고 여유를 받아들이는 법을 알았다.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해도, 적어도 그녀는 자기 자신을 그렇게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코제트는 무르가 지닌 무분별한 욕구를 경계했으며 때로는 경시해 왔다. 단순히 욕망을 충족하고자 진행되는 남자의 연구가 자기 자신을 절제하지 못함을 반증했다. 너무나 머리가 좋으면 어느 한 부분이 망가진다더니, 코제트가 보기에는 무르가 딱 그런 꼴이다. 이래서야 성을 사고파는 그저 그런 사내들과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본래 미추는 한 끗 차이로 틀어지고, 아름답지 못한 것은 확연히 눈에 띄기 마련이다. 무르는 확실히 대단한 사람이다. 그러나 대단한 위인이 모두 경건하고 고귀한 업적만 세우지는 않는 법이라, 코제트는 그의 위세가 모두 가시화된 광기에 대한 경외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했었다. 어쨌든 그녀는 다시 태어난 지금에마저 미, 선, 덕, 그 외의 온갖 아름다운 정신을 ‘올바르다’고 여기는 관계로 간혹 무르가 보이는 달을 대상으로 하는 비정상적인 애정과 헌신을 이해하지 못한다.

초기의 무르는 코제트를 사랑하지 않았고, 초기의 코제트는 그런 무르에게 분명 동하였다. 그리고 그 사실은 그녀의 자존심을 찢어발겨 두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섬세한 만큼 낭만을 믿었다. 감정을 소비하는 일이 그녀에게 있어 어떠한, 커다란 의미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자신의 미적 기준을 믿었고, 항상 머릿속으로 그려 온 이상형을 알았다. 평균치를 훨씬 상회하는 고결함, 우아함, 정돈된 품성과 언행. 무르라는 남성은 그런 그녀의 이상형에 정면으로 반하는 이단아였다. 싸구려 유혹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자신의 지성과 이성을 배반한 심장의 소리를 들을 때마다 코제트는 괴로웠다. 저 사내는 사랑할 수 없는 사내야. 저 남자는 나를, 남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는 남자다. 되뇌었으나 마음이 가는 것을 어쩐다? 코제트는 그리하여 사랑을 혐오했다. 제 마음이 가는 대로 할 수 없었다. 시키는 대로 사랑할 수 없었다. 그녀가 아무리 무르의 입술에 입 맞추고 싶어 해도 그는 코제트가 가진 ‘다른 세상’의 지식을 갈망하고 달을 더욱 갈구할 뿐. 백번 생각해도 자기 혼자만의 사랑을 간직하는 것보다 내버리는 것이 더 현명했다. 추악한 남자를 차마 사랑할 수 없었던 그녀는 결국 그 사내를 싫어하기로 정했다. 정을 떼기로 결심해 내뱉는 차디찬 한마디도 무르에게는 그저 별것 아닌 앙탈로 보일 터였다. 행동 하나, 말 한 마디, 어느 것도 맞는 게 없어 꺼내는 타박도 무르에게는 별로 심각하지 않은 여인의 변덕이었다. 그의 호기심은 어쩜 그리도 얄궂고 가볍고 또 무거운가. 무르의 언동은 새털 같았다.

무르의 영혼이 파편으로 떨어진 후, 코제트는 숨을 거뒀다. 재앙을 사랑해서는 안 된다. 재앙을 사랑하는 자를 사랑해서는 안 된다. 그런 간단한 공식을 깨우치지 못해 도망도 못 친 채 삶을 줘 버린 코제트는 더 이상 도주할 기회도 갖지 못하고 다시금 무르 하트의 곁으로 돌아왔다. 지금의 무르 하트는 과거의 영광에 비하면 사실상 폐인에 가깝고, 지금의 코제트 키팅은 과거의 멍청이에 비하면 오히려 상식인에 가깝다. 어느 날 갑자기 웬 남성의 곁으로 끌려왔음에도 코제트는 현 상황이 아주 불만스럽지만은 않다. 허구한 날 제게 붙어 얼굴을 비벼 대는 다 큰 고양이가 있으니까. 코제트는 원체 책임감이 있도록 태어났고, 과거 큰 사고를 당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모든 것을 배워야만 했던 유감스러운 성인을 내버려 둘 만큼 양심 없지 않다. 다행인 점이라면 무르의 눈에 코제트는 꽤 중요한 존재인 듯싶다는 것. 제 영혼의 일부를 가져서인지 단순히 얼굴이 취향이라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지금의 무르는 코제트를 제법 잘 따른다. 가끔 제멋대로 굴 때마다 제어하기 힘들긴 하지만 그건 대개 잠깐이다. 다루기 쉬운 사람. 단순한 사람. 별로 귀여운 구석은 없지만 묘하게 눈이 가는 사람. 종종 귀찮지만 가뭄에 콩 나듯 기특한 사람. 어쩌면 귀여울지도 모르는 사람. 그녀는 성가신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하는 지금 생활에 나름 만족하고 있다. 그러니까, 적어도 지금 당장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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