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겠소
피리부는 사나이를 아시오?
묻겠소.
혹시 최근 유행하는 소문에 대해 알고 있소? 글쎄, 피리를 부는 묘령의 사나이가 집집마다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진다더군. 그 사내의 얼굴을 아는 사람도 없고 이름을 아는 사람조차 없다하오.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가버렸으니 말이니, 당연한 일이지! 아,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유행하는 소문도 아니라니! 이것 참. 곤란하게 되었군. 나는 이야기꾼이외다. 이 이야기를 그대가 모른다면 다른 이야기가 필요한데,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을 것 같소? 피리부는 사나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라, 그것은 정해져 있지 않음에 즐거운 것을. 그럼 말하겠소. 피리 부는 사나이는 말이오, 아주 위험한 사상가였네. 그는 젊은 청년의 얼굴을 하고 어린 치들을 꼬여냈지! 나도 그에게 한때 매료된 적이 있소. 아, 그래. 그를 따라 간 적이 한 번 있소. 플롯을 부는 그 사내의 연주는 아주 아름다웠소. 그래, 말하자면 이상적이었지! 어떤 유명 연주가도 그만한 음악을 연주할 순 없을 것이오. 내 친구도 그가 아주 마음에 들었는지 같이 가자고 말했었소. 하지만 나는 집에 기다리는 가족이 있었소! 아, 그 사나이는 말일세. 플롯을 부는 위험한 생각을 가진데다 나의 가족과 아주 다른 사상을 가진 사람이었네. 나는 그가 두려웠소. 두려워서 견딜 수 없었소외다.
내 친구가 그를 따라가는 것도 두려웠소. 그가 어떤 일을 당할지 어찌 알겠소! 나는 그 사나이를 믿지 않소. 나의 가족이 믿는 신도 믿지 않고 있소. 나는 그저 친구와 놀러나왔던 소년일 뿐이었소.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친구가 사나이를 쫓아 사라지는 것을 보고만 있었소. 아주 멍청한 상판짝이었지. 허나 그는 그렇게 사라지면 안되는 것이었소. 그 친구는 말이오, 나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던 친구였소. 그는 올곧은 구석이 있고 융퉁성이 없어 나와는 아주 정반대였지! 그래. 이야기꾼 따위로 전락한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친구였소. 처음부터 어울리면 안됐소. 하! 웃기지도 않는군. 이제와서 이런 말이나 지껄이고 있는 꼴이라.... 아아, 이야기가 새었군. 어디까지 말했더라. 어릴 때 그가 나와 친했다는 말을 끝내었지. 그 자는 말이오, 나와 함께 지내면 수치를 겪음에도 불구하고 내 친구가 되어주었소. 허나 나는 그것의 어두운 이면을 알고 있었소. 그건, 그건 편이 되어주는 것이 아니었소. 그 치는 내 편이 되어주는 대신 나는 외로움을 감수해야했소. 당신은 자신이 짊어져야하는 짐의 무게를 알고 있소? 그것은 누군가에게 지게주면 안되고, 스스로 어깨에 매달아야하는 것이오. 적어도 나는 그리 생각하오.
그래서 나는 본인의 짐을 이리저리 나누어 지는 그 치가 싫었소. 아주 싫어서 견딜 수 없었소! 허나 그를 포기할 수 없던 건, 그가, 그가 유일하게... ...이 이야기를 관두지. 나는 그를 모욕하는 이가 있으면 참지 못했소. 그를 욕하는 것은 나를 욕보이는 것과 같았소. 하지만 그는 그날 나를 말렸소. 그래, 그 빌어먹을 자식들을 말리지 않고, 나를. 내게 그만하라고... 어째서 그게 슬픈지 모르겠소. 나는 그를 죽어도 놓고 싶지 않았소. 그가 자신을 포기했냐고 묻는다면 아니었소. 그가 나를 포기했느냐면 그것도 아니었소. 아아, 이제야 알 것 같군. 내가 나를 포기할 것 같았기에 느끼는 빌어먹을 환멸이었소. 나는 그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얄팍한 자존심을 빼돌리고 싶던 것이었소. 나를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빌고 싶었소. 하지만 나는 빌지 않았고 그는 용서하지 못했소. 우리는 영영 멀어져버렸군. 일련의 과정은 그가 피리부는 사나이를 쫓아가버리는 뒷모습을 볼 수 밖에 없는 까닭이 되어버렸소.
아아, 이것은 그저 이야기일 뿐이오. 그대가 먼저 이야기를 들려달라 하였지 않소. 즐겁게 들었다면 다행이겠지만, 그저 슬픈 이야기일 뿐이로군! 하하. 들은 것도 아니지. 읽은 것 뿐인가.
나의 친구, 언제나 명심해. 나는 네게 아무것도 빌지 않겠노라고. 나의 얄팍한 자존심을 끌어안기 위해선 무엇이라도 하겠다고, 그러니 감히 나의 영원을 가져갈 생각도 하지 말라고.
피리부는 사나이의 플롯 연주도, 위험한 사상도, 가족도, 운명도 이야기도 고독과 모욕과 이별중 무엇도 너에겐 넘겨주지 않겠다고.
너를 여전히 친애해.
이게 내 복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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