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작가는 스완소녀의 글을 쓴다

우노, 도스, 뜨레스...

탱고와 감사인사의 상반관계

탱고에서 보통 춤을 마무리하는 대사는 ‘고맙다’라는 말이다. 감사 인사를 하면 상대와의 춤은 끝난다. 킹교는 그 말을 듣고 난 뒤로 탱고라는 춤을 그리 좋아할 수 없었다. 감사 인사를 작별로 치는 건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통 ‘고마워’ 라고 하면 좋았다는 거잖아.”

“응.”

“그런데 왜 좋았는데 끝내는거야?”

후지와라 료헤이는 그녀의 투정에 작게 웃었다.

“이런 건 의례야.”

“그래도 싫어.”

“이유가 필요한거야?”

킹교는 턱을 괴고 잠시 생각 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납득되면 탱고를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렇잖아? 아르헨티나의 사람들은 다들 탱고를 좋아하고,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탱고를 즐기지 않는 건 손해보는 일이라구.”

료헤이는 잠시 손끝으로 제 입술 선을 매만지다 생각했다.

“가장 좋았을 때 끝나는 게 아름다우니까.”

“...꽃도 꺾기 전이라야 꽃이다, 그런 말이야?”

“비슷하지.”

“하지만 사람 생은 꽃이 아니잖아.”

킹교는 이따금 료헤이가 하는 말이 어렵게 느껴졌다. 아니다. 이해하고 싶지 않곤 했다. 그의 말들은 항상 ‘언젠가 끝이 있다’는 것을 상정했다. 료헤이는 낭만을 믿어도 영원을 믿지 않는 사람 같았다.

“하지만 탱고는 춤이니까. 춤이라면 보통 자연물이나 아름다운 것을 따라하는 경우가 많잖아. 꽃도 포함이야.”

“사교적인 춤은 막… 근사해보이려고 추는 건 아니지 않아?”

킹교가 맹한 얼굴로 말했다. 료헤이는 눈을 내리감고 웃었다.

“차라리 탱고를 배워보는 건 어때?”

“벌써 배운거야?”

“약간은.”

료헤이는 어깨를 으쓱였다. 킹교는 신기하단 듯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알려줘.”

킹교의 가벼운 대답에 료헤이는 일어나 느리게 섰다.

“자. 정면 보고 곧게 서.”

“응.”

“일단 탱고를 출 때 제일 중요한 건 음악을 듣는거래. 그 다음은 상대의 흐름을 따라가는 거고.”

“오오. 잘 배웠네.”

우노, 도스. 오른 다리를 뒤로 물리고.

트레스, 콰트로. 왼 다리도 뒤로 가져오고.

씽코. 오른 발을 한번 더 뒤로 내딛고,

세이스. 왼발을 왼쪽으로 한 걸음 내딛어. 

“이게 팔로워의 기본이야. 리더는 이 반대로 하고.”

“어렵네…!”

킹교는 이리저리 발을 옮겼다. 료헤이는 식은땀을 삐질거리는 그녀를 보며 웃었다.

“속도는 천천히 높이면 되니까. 한 번 더 해볼래?”

“응!”

우노, 도스.

킹교는 제 발을 보며 걸음을 옮겼다.

트레스, 콰트로. 

료헤이는 자연스럽게 그녀를 따라 움직였다. 

씽코. 

눈이 마주쳤다.

세이스.

킹교는 어느새 자연스럽게 그와 걸음을 맞출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 환하게 웃었다.

“우와, 봤어? 엄청 자연스럽게 했어!! 봤지!!”

“어어, 그렇네.”

느긋하게 말하며 료헤이는 계속 발을 맞춰 움직여주었다. 킹교는 그를 보고 씩 웃어보였다.

“고마워, 룟군! 룟군이 아니었으면 배울 생각도 못했을거야.”

킹교는 웃으며 말했다. 료헤이는 그녀를 따라 웃었다. 좋았는데 끝내는 건 이해 못하겠다면서? 물론 굳이 말하진 않았다. 그녀가 굳이 의식하고 한 말로 보이진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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