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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앙빅

보관함 by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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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ㅇㅇ 페어 첫공 감상문에 가까운 단문
*폰 화면에 맞춰져 있습니다


앙리 뒤프레는 제 인생이 축복 받았다 생각하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저주를 받았다고 여기지도 못했다. 부모 없이 생존한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의사로 큰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운이 좋다 여길 일들이 그 이유를 제외하고도 꽤 있었으니 어찌보면 당연할지도 몰랐다.
그러나 빅터 프랑켄슈타인을 만난 날, 제 눈앞에서 치워지는 총구를 보며 앙리는 신을 확신했다. 제 인생을 행운이란 한 단어로 집약해주는 신의 물증이 거기 있었다.


그 신의 증거는 단순할 만큼 맹목적이었다. 빅터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였고 그 외의 것에 신경을 할애하는 행위는 비효율적이라 여겼다. 그 외에 것, 그 범주에는 앙리 자신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나마 시간과 몇 마디 말 정도를 저에게 떼어 주는 것은 그만큼 연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오히려 간단하지 않나?‘

앙리는 그를 두고 떠도는 수많은 평가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눈이 멀어버린 자에게는 뭘 보여줘도 비치지 않을 터였다. 그 진리를 금세 받아들인 앙리는 빅터에게 적응했다.
전쟁터라는 것이 그렇듯 저 또한 남에게 내줄 관심은 그 정도가 전부였다. 아무리 제게 신을 증명해준 존재라도 예외가 없을 만한 현장이었다.

그래, 간단한 진리. 그것이 무너진 것은 대체 언제부터였는가.

“괜찮아?”

빅터가 문을 연 그 성은 온기라곤 하나 없는 탑이었다. 앙리는 먼지와 쌓인 상념을 대충 닦아내며 물었다. 빅터는 대답 없이 제 짐만 정리하며 연구에 필요한 것들을 중얼거렸다.

제네바. 빅터의 고향. 그곳에 들어설 때부터, 아니 그보다 이전 마차 안에서부터 앙리는 예감했다. 제가 알던 진리는 단순한 명제였으며 참이 아닌 거짓된 명제였다.
빅터라는 사람은 연구 외의 것에도 저를 퍼부을 수 있는 존재였다. 룽게에게 간혹 향하는 애정 어린 시선을 알고는 있었으나, 그 또한 할당된 선이 있다 여겼는데.
마을에 도착해 파티장에 들어서는 빅터의 걸음마다 주체하지 못하는 감정이 묻어났다. 그곳에서의 대립. 그의 태도. 수군거리는 말에 대한 감정. 그 모든 것이 앙리에게는 처음 주어지는 표본이었다.

“빅터.”
“아주 괜찮아.”

말투. 그것까지도 낯설어 앙리는 입안을 잠시 깨물었다. 목구멍이 감정으로 막혀 답답했다. 빅터를 만나기 전 잠겨있던 무력감과도 비슷했지만 그보다는 조금 더 새빨간 감정이었다. 앙리는 인상을 구기며 대화를 이어갔다.

“나한테 말할 거 없어?”
“어. 아, 룽게한테 술도 좀 챙겨오라 해야겠다.”
“오늘 이상하잖아.”
“필요한 거 있는지 너도 한 번 확인해. 내일부터는 다시 실험 시작해야지.”
“정말 이렇게 아무것도,”
“그만!”

성벽에 부딪힌 소리는 크게 울렸다. 빅터는 한숨을 쉬고 다시 제 일에 몰두했다. 앙리는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의 입을 막았다. 차오른 것이 입밖으로 쏟아질 것 같았다. 매끄럽지 못한 숨이 넘어와 손으로도 틀어막을 수 없던 순간 큰 소음이 정적을 깼다.

―빅터! 얘기 좀 해!

쿵쿵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뒤따랐다. 빅터는 그 낯선 말투로 욕을 뱉더니 어느 방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동안 그 모습을 바라본 앙리는 그가 시야에서 사라진 뒤에야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유령이에요.”
“유령이요?”
“빅터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할 게 있어요.”

그리고 그날 앙리는 이해했다. 명제는 아주 처음부터 잘못되어 있었다.
소중함 존재들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연구를 성공시켜야 한다. 그를 끝마치지 않고서는 모두 다 떠나갈 것이다. 그렇기에 그 사람들보단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빅터에게 있어 이것은 논리적인 결론이었다.
그러니까, 제 사람들을 옆에 두기 위해서.

앙리는 이 새로운 논리에도 제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빅터.”

느린 걸음으로 돌아와 잠기지 않은 문에 대고 가볍게 노크를 했다. 대답이 없었다. 실험일지가 펼쳐져 있었다.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 얘기를 들었어.”

탁. 종이가 덮이는 소리가 들렸다. 제 심장이 조금 빨라지는 것이 귀로 들렸다.

“정말 나한테 할 말 없어?”

그에게서 무엇을 듣고 싶은지도 모르며 질문을 했다. 그리고 드디어 제 쪽을 향한 눈을 마주하며 탄식을 했다.

왜 처음 접하는 그를 보며 숨을 틀어막아야 했는가. 왜 눈이 마주치는 그 하나만으로 호흡이 트이는가. 왜 그에 대해서는 모든 인과를 무시하게 되는가. 왜 이 새로운 논리를 비참하게 여기는가.

“거기까지 해.”

자신은 테두리 밖에서 그 안을 열망했다. 그의 유년 시절 이후 넓혀진 적이 없는 그 선 안 쪽을.
앙리는 제게 주어진 이 행운에게 사랑받고 싶었다.

그로부터 얼마나 헤매었는지 앙리는 굳이 세지 않았다. 이제는 눈에 보이는 그 단순한 직선을 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틈조차도 발견하지 못한 밤들이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답을 얻었고, 그것을 보여준 존재도 다시금 빅터였다.

“전쟁도 끝났는데 어디서 신선한 뇌를 구할 수 있겠나? 살인을 하지 않고서야.”

어느 술집에서 그 말을 하며 빅터는 제 얼굴에 손을 댔다. 스쳐 지나가는 온기에 근래 잦던 충동을 참고 있던 순간이었다. 깨달음은 온도를 가지고 머리를 달구었다.

“취했어. 가자.”

이어지는 그의 자조들은 저를 곤란하게 했다. 그를 달래면서도 생각은 한 곳으로 새었다. 어쩌면, 제게도 기회가 주어질지 모른다. 이토록 약해진 순간에도 한없이 손에서 먼 이 존재에게 환상통이나마 남길 수 있지 않을까? 앙리는 제게 부축받는 빅터를 내려다보며 열에 들떴다.

그리고, 기회는 정말로 코앞에서 다가왔다. 행운은 이럴 때에도 제 존재를 과시했다. 손에 피가 묻은 그를 한치에 망설임도 없이 쓰러뜨려 품에 안고 앙리는 웃었다.

“그냥 웃으면 안 돼? 바꿀 수 없다면 나 웃으면서 보내줘.”
“어떻게 그래!”

이후 기대조차 안 했던 면회를 온 빅터를 보며 앙리는 제 답이 옳았다 확신했다. 죽음은 두려워하기엔 너무 도처에 있었으며 이 빛나는 사람은 오로지 하나뿐이었다.
그러니 이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운명이라고 생각하자.”

자신은 신을 믿었다. 지독하게도. 행운을 통해서.


앙리 뒤프레의 기억은 어떤 책과 같았다. 누군가가 정갈한 목소리로 읽어주는 하나의 이야기.
그 책을 덮은 괴물은 도착한 그 성에서 분주하게 준비되는 결혼식을 바라봤다.

“빅터 프랑켄슈타인. 나의 창조주여.”

그는 자신을 만들었으나, 제 울타리 안의 존재라고는 여기지 않았다.

“앙리.”
“그건 내 이름이 아니야.”

앙리 뒤프레가 아니라서 이런 취급을 받았다면 그의 죽음도 조금은 덜 비참했을 것이다.
저 남자는 그저 누군가를 더 받아들이는 법을 모르는 자였다. 흔적도 남지 않은 상처나 되면 다행이었다. 환상통을 가진 자가 이런 평화를 원할 리가 없었다.

그 경계를 넘어서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은 희생 따위가 아니다. 괴물은 앙리 뒤프레를 비웃었다.

“난 불행하기에 악하다. 악하기에 복수를 원해.”

저주만이 그를 이해시킬 수 있는 것을. 그어진 경계를 짓밟는 것만이 그에게 도달할 수 있음을 모르고 죽은 그 남자의 이름은 제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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