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본편 연성글

1. The Creature

프랑켄슈타인(원작) 드림 | 괴물드림

701호 by R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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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 구한 사내는 고급 옷을 입은 호리호리한 청년이었다. 그 뻣뻣하고 일하기 힘든 고급 옷 때문에 그는 더 허우적댔을 것이다. 완전히 물에 젖은 붉은 머리칼은 해초처럼 구불거리며 양 뺨과 이마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마구 헝클어진 머리 사이로는 날카로운 인상의 눈이 괴물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의 눈빛이란 게 이토록 형형할 일이었던가? 여름 초목의 싱그러움을 닮은 녹색 빛이 이토록 강렬했던가? 아마 괴물은 오랫동안 알 수 없을 것이다. 괴물과 눈을 마주쳐 오는 인간, 괴물을 쏘아보는 인간을 만날 기회는 거의 없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괴물은 이 상황이 거북할 정도로 낯설었다. 우선 이 사내는 비명을 지르지도, 공격하지도, 몸을 허우적대며 도망가지도 않았다. 그저 그 녹색 눈동자로 괴물을 볼 뿐이었다. 어쩌면 조금 두려워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의 눈빛은 강렬했지만 때로는 흔들렸고 이상야릇한 시선이 있었다. 괴물을 향한 인간의 감정을 이렇게 똑바로, 오랫동안 응시한 적은 없었으니 알아보지 못하는 것일 뿐, 저것은 두려움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 두려움은 이상했고 이전에 보았던 그 어떤 두려움과도 달랐다…….

“구해줘서 고맙다.”

침묵이 갑작스럽게 깨졌고, 괴물은 마치 그가 총을 꺼내 겨누기라도 한 것처럼 화들짝 놀랐다. 말을 들은 게 아니라 말의 내용에 얻어맞은 것 같았다. 괴물이 놀라자 그 또한 같이 놀란 것 같았지만, 다시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어?”

“그렇다.”

“말까지 통하네. 타국 땅에서 이렇게까지 운이 좋다니.”

무언가 잘못되어 가는 것 같았다.

“내 이름은 퍼시벌 머피. 특별히 퍼시라 부르는 걸 허락하지. 내 목숨을 구해준 너에게 보답하고 싶어. 바라는 게 있어?”

“넌 내가 무섭지 않나?”

그러자 그가 웃었다. 만족스럽고도, 환희에 가득한…….

무언가 잘못된 게 확실했다.

“특별히 불운한 삶을 살면 더 이상 놀라지 않게 되지. 자, 그래서 바라는 게 있어?”

대답할 수 없었다. 괴물은 이미 전부 가졌다. 사람과 나란히 서서 이야기를 나누었으니까. 이미 세상 전부를 가진 것 같았다. 언제나 꿈만 꾸었던, 그리고 항상 고통스럽게 산산조각나왔던 일들이 지금 벌어지고 있었다. 여기서 무엇을 감히 더 바랐다가 모든 게 사라질까봐 이젠 두려웠다. 괴물이 두려워하고 인간은 당당했다.

그렇지만 욕심은 끝이 없는 법이다. 괴물은 마침내 선택했다.

“너와 이야기를 더 하고 싶다.”

“고작 그것? 알았어.”

바위와 같은 욕심은 퍼시의 말 한 마디에 고작 모래알 같은 욕심으로 추락해 버렸다. 그러나 그것이 괴물의 최선이었다.

“따라와. 난 이 숲속에서 덜덜 떨며 이야기를 하긴 싫거든.”

“……어디로 가는 거지?”

“내 별장.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딱 알맞지.”

퍼시가 그 말을 할 때 햇살은 따스했다. 이미 태양이 점점 기울어가고 있어서 분명 이전보단 차가운 햇볕인데도 괴물에게 그 순간은 찬란할 만큼 따스하게 남았다. 부드러운 봄의 산들바람은 더 이상 모욕적이지 않았다. 기쁨만이 조용하게 웅크리고 있을 뿐이었다. 너무 믿을 수가 없어서, 섣불리 기뻐했다가 빼앗기면 완전히 부서질까봐.

퍼시가 물었다.

“이름이 뭐지?”

괴물에게 이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일까?

그렇다. 이름이 있을 것이다. 이런 대화가 가능한 상대는 이름이 있을 법했다. 두 사람은 문명인처럼 대화했고 감사를 표했고 보답을 약속했으며 행선지를 잡았다. 이런 게 가능한 상대는 이름이 있기 마련이었다. 응당 있어야 했다.

“나에겐 없다.”

“그럼 무엇으로 불러주길 바라?”

괴물은 한참 고민했다. 더 오래 고민하고 싶었지만, 퍼시가 떨기 전에 고민을 마쳐야 했다. 결국 괴물은 대답했다.

“괴물(The Creature).”

그때 퍼시는 미소지었는데, 그건 뭐였을까?

인간은 만족스러우면 미소를 짓는다는데, 퍼시는 왜 그렇게 슬퍼 보였을까? 그러나 괴물은 퍼시의 낯 아래 휘몰아치는 복잡한 감정을 알아차리기에는, 제대로 마주한 얼굴이 너무나 드물었다.

그래서 괴물은 퍼시가 마음에 들어 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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