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지 타임 최종수 드림 단편글
드림 단편
드림명 쫑진
가들님이 선물해주신 글의 일부분의 차용 되었습니다.
해당글은 종수 어머님 그림이 나오기 전에 작성 후 업로드 되었습니다 종수는 어머니 판박이입니다.
땅을 박차며 러닝을 하는 최종수의 기분은 썩 좋지 않다.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음악 사이로 비꼬는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는 게 너무 없는 거 아니야?”
아, 씨발. 결국 욕을 내뱉으며 최종수는 다리를 멈추며 거칠게 이어폰을 귀에서 뺐다. 선을 정리하고 주머니에 쑤셔 넣은 종수는 생글생글 웃는 낯짝이 생각나 미간을 구겼다. 지난 휴일 셋이 마주쳤다. 그저 우연이었다. 시간대가 시간대라 적당히 햄버거 가게로 가서 음식을 시켰다. 전영중이 성준수를 쉼 없이 긁어댔고 성준수는 그것을 무시 못 해 시끄러웠다. 자리를 박차고 나갈까 하던 찰나에 성준수의 핸드폰이 울렸다.
“뭐야.”
“지수네?”
“남의 폰을 왜 쳐봐 XX”
“준수 말을 막 하네”
막말은 지도 존나 했으면서. 종수는 속으로 말하며 얼른 제가 시킨 음식을 다 먹고 이곳을 뜨려 했다. 그렇게 세입 만에 햄버거 하나를 다 먹고 다른 하나로 손을 뻗었다.
“그러고 보니 이때쯤 만났나?”
“유하진? 그렇지.”
“유하진은 왜.”
아무 말 없던 최종수가 이야기에 끼어들었고, 동생이 어릴 때 사진을 찾았다고 그때 이야기를 하다보니 유하진을 그때 알았다고. 유하진의 어린 시절은 종수는 모른다. 그래서 듣던 와중 전영중의 한마디가 거슬렸다.
“아는 게 너무 없는 거 아니야?”
이딴 거지 같은 기억은 쉽게 잊히지 않고 계속 떠올라서 컨디션을 망치기 일쑤였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를 아득 갈면서 원중고와 경기가 잡히면 개박살을 내야겠단 생각만 하던 종수의 귀에 퉁. 하는 소리가 들렸다.
몇 번이고 들어온 농구공이 튀겨지는 소리.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걷다 보니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은 낯선 곳에 한 어린아이가 혼자 공을 튀기고 있었다.
아니 좋게 말해서 그런 거지 한 번도 제대로 드리블을 성공한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설렁설렁 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 배운 대로 해보려는 노력이 보이는 몸짓이었다.
키를 보아하니 초등학생 나이대다. 저때 자신은 어땠더라. 유하진은? 그때도 자기 경기를 곧잘 응원하러 왔었다는데.
“...최세종 아저씨?”
“?”
“는…. 아닌데. 형은 누구세요?”
지금 이게 뭐지? 종수는 아이의 얼굴을 그제야 봤다. 안경은 없었다. 머리도 짧다. 하지만 옅은 갈색의 눈동자와 특유의 둥근 눈매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 눈을 보니 알 수 있었다. 말이 안 되는 상황이지만 제 앞의 저 아이는 어린 유하진이다.
어린 하진은 말없이 자신을 보는 최종수를 유심히 관찰하다가 농구공을 주우며 뭐라 중얼거렸다.
“종수일 리는 없는데….”
“...맞아.”
“어? 거짓말.”
“그러는 너는 유하진이잖아.”
“그건 맞는데, 정말 종수야? 최종수?”
어린 하진은 경계심 없이 그저 눈을 반짝이며 성큼성큼 다가왔다. 다가오면서도 입은 쉬지 않았다. 흥분한 아이의 말을 듣던 최종수는 질문 하나에 대답하려다가 질문 세 개가 오는 상황에 잠깐 눈앞이 하얘졌다.
“고등학생 때도 같이 놀아?”
“어.”
“나도 농구 해?”
“아니.”
유하진이 농구를 하고 싶어 했나?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제가 아는 유하진은 운동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신체 조건이 나쁜 건 아니지만, 그냥 정말 더럽게 재능이 없었다. 특히 구기종목이 그랬다. 아니, 최종수는 그것보단.
‘하고 싶었으면 같이 하자 했으면 됐잖아.’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최종수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도 농구를 하고 싶었다면, 나랑 같이하면 됐잖아.
“농구 하고 싶었어?”
“너랑 놀려고.”
어린 하진은 농구공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나랑 놀려고? 종수는 한참 작은 어린 하진의 동그란 뒤통수를 보고 있었다. 하진은 공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나도 농구를 할 줄 알게 되면 너랑 다시 놀 수 있을거라 생각해서.”
“….”
뭐라 대답하고 싶지만 아무런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데, 그 어떤 말도 생각나지 않는다. 하진은 계속 농구공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이어지는 말들을 들을수록 최종수는, 정말로 어릴 때부터 자신은 유하진에게 소중하게 대해졌음을 알았다.
어딘가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러면서 무언가 떠오른다. 작은 연습 경기라도, 항상 응원하러 온 네가. 이긴 거 축하한다고 인사도 했었지. 언제부터 하지 않았더라? 먹먹하던 마음은 이내 따끔따끔하게 불편해진다. 농구공만 만지작거리던 유하진은 최종수에게 고개를 들며 웃어 보였다.
최근 유치가 빠진 건지 이 하나가 비어있었다.
“그런데 고등학생 돼서도 같이 놀아서 다행이다!”
“...응”
“나도 같은 학교야?”
“중학교도 같아.”
“우와! 아, 나도 키 많이 커?”
“나보단 작아.”
키 말고 다른 것도 말해줄까. 너 기니피그 키운다. 그게 뭐야? 있어. 돼지 같은 거. 개는 안 키워? 하율이랑 하윤이가 키우자 하는데. 개도 키워. 두 마리. 사진 보여줄까? 라는 질문에 하진은 아니! 그때 만날래! 라고 단호히 거절했지만, 궁금한 것을 다 숨기진 못했다. 그래도 보여주지 말라 했으니. 최종수는 구태여 보여주지 않았다. 미래의 이야기를 하다보니. 유하진은 익숙한 이름을 말했다.
“최근 친해진 다른 학교 애들이 있는데. 기내초의 성준수랑 전영중이라고.”
“걔네는 왜.”
“걔네도 계속 농구 해? 걔네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잘한대! 준수나 영중이나 계속 농구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더라.”
좋았던 기분은 이내 좋지 않아졌다. 그래 이때부터 알았다 이거지. 거 더럽게 오래 알고 지냈네. 그 둘 이야기는 왜 궁금해 하는지. 알려주기 싫었지만 저를 올려다 보는 눈을 보니 무시하긴 힘들었다.
“걔네도 계속 농구하지. 대회도 나왔어.”
“정말? 다행이다~ 이거 다른 애들이 말해준 건데. 영중이 울었대.”
전영중이 어릴 때 클러치 샷에 겁먹어서 울어버린 사실을 들은 건 꽤 좋았다. 유하진 이 새낀 이런 거 알고 있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그 둘 이야기를 하는 유하진은 다시 신이 나 보였다. 전영중이 농구를 계속해서 다행이고 멋지다는 뉘앙스의 말을 하는데, 이야기를 듣던 최종수에게 한 생각이 스쳤다.
‘이때부터 알았다면…. 거의 십 년 아닌가?’
십 년? 그것을 시작으로 도미노처럼 생각이 흘러가면서 어느 날 학교에서 들었던 말이 들려왔다.
‘키 크고, 잘생기고,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거기에다가 그 일 잘하기까지 하고, 그런데 거기에서 만족 안 하고 항상 더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
‘십 년 넘게 하고 있을걸? 아닌가. 딱 십 년인가?’
십 년. 시간은 맞다. 전영중의 키는? 저와 비슷하게 큰 편이다. 농구를 잘하나? 그 원중고 주전이고 수비에선 저가 애를 먹는 정도다. 노력을 하나? 원중 고등학교의 주전 자리는 설렁설렁해서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농구에 진심인 최종수였기에 그것을 더욱 잘 알았다. 잘생겼나? 최종수는 유하진이 이따금 자신과 전영중, 성준수를 이야기하며 그런 얼굴로 살면 무슨 기분이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그럼 이건 잘생겼다고 생각하는 게 맞지 않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피가 싸하게 식는다. 들어맞아도 더럽게 잘 들어맞았다. 인정하기 싫었다. 설마 아니겠지. 하는 생각하며 최종수는 스스로가 유치하지만 한 질문을 어린 유하진에게 던졌다.
“전영중 좋아해?”
“영중이? 좋아하지? 맛있는 거 많이 알아, 기내초 근처 한 문구점 기준으로 왼쪽으로 가다 보면 있는 분식집 떡볶이가~….”
바로 나온 대답에 그 뒷말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씨발. 어린애 앞이라 그 말이 육성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유하진의 대답은 최종수의 오해의 강한 쐐기를 박았다. 이야기하던 하진은 슬슬 집에 가기 전, 농구공을 돌려줘야 한다고 먼저 간다하고 쌩 가버렸다. 적당히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 최종수는 유하진이 떠나고도 그 자리에 꽤 오래 앉아있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너무 아귀가 맞아떨어졌다. 제가 유하진을 까맣게 잊은 십 년간, 전영중과 유하진은 계속 연락을 이어갔다. 이따금 전영중의 공부를 봐준 적도 있었다고 한다.
제가 몰랐던 십 년을 전영중은 알고 있었다. 이것도 거슬리는데, 정말로 유하진의 십 년 짝사랑의 상대가 전영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최종수의 기분은 밑바닥을 달렸다. 역시 다음 경기에서 만나면 쳐부숴 버리겠다고. 그런 생각이나 하며 속으로 욕을 씹어 삼키는 최종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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