쫑진 귀여운 그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사랑은 사람을 어디까지 추하게 만드는 걸까

나루미아님의 귀여운 그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에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가온님에게 선물 받은 너의 연인이 되고싶어. 와 이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사랑스럽다고 한다. 나는 그것을 이렇게 확인하기는 싫었다.

최종수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것 같다. 너는 약하거나 떨리는 것을 숨기는 것은 잘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숨기는건 못하더라.

내가 너를 오랫동안 봐왔기에 알 수 있는 변화라 생각하면 기쁘지만 순수하게 기뻐하지 못하는 자신이 싫어서 견딜수가 없다. 이건 내가 너를 좋아하기에 이런 것이다. 그냥 좋아하는게 아니라, 정말 오랫동안 아주 많이. 

그 날 가로등 아래에 있던 너에게 말을 건 이후로 다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게 기뻤다. 어릴 때 같이 놀았던 친구랑 다시 친해졌으니까. 단순히 그 이유인 줄 알았다. 다른 고등학교와의 친선 경기에서의 너는 즐거워 보여 그게 좋았다. 그 경기에서 네가 득점을 확신하며 던진 슛이 림에 들어가는 순간에 본 그 웃음이 순간적으로 나를 초등학생 때로 되돌려버린 느낌을 받았다. 농구공이 림을 통과하며 그때처럼 들려온 휘슬소리가,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아 몰랐던 내 감정이 사랑이라고 선고하는 것처럼 들려 나는 사랑을 자각했다.

사랑을 자각하고 행동이 달라진 건 없었다. 이건 정말 다행이었다. 달라진 게 있다면 해상도가 올랐다. 이렇게 정리 할 수 있을까. 학교에 가는 게 좀 더 즐거워졌다. 네가 있으니까. 3학년 1반 교실에서 너의 자리는 좀 뒤쪽이다. 나도 키가 큰 편이라 상당히 뒤쪽에 앉아서, 너의 자리가 잘 보인다. 영어 시간이 오전에 있는 날에는 엎드려서 자는 게 아니라 수업을 듣는 널 볼 수 있었다. 그런 게 좋았다. 점심시간에는 타이밍이 맞으면 같이 먹거나, 네가 교실에 온다면 이야기를 잠깐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기숙사에서 생활한다고 해도 집에 아예 안 돌아가는 건 아니다. 그리고 그런 날에는 같이 하교도 했다. 옆집이니까. 너와 다시 친해진 뒤로 평범한 일상이다. 하지만 널 좋아한다고 자각한 뒤에는 그 모든 게 새삼 설레고, 한 번 더 들여다보고, 그런 거에 마음이 두근거리고 했다.

좋아하는 아이를 만나러 가는 길은 즐겁고, 그 아이와 함께 돌아가는 길은 설렌다. 같은 풍경이 너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난 뒤로 너무 달라져서 웃음이 절로 나왔으니까.

한편으로 이 마음이 커질수록 너에게 말을 하겠단 생각은 하지 않았다. 사랑은 감정적이다. 내가 느끼는 이 모든 것은 마냥 아름답지만, 그 마음을 받아들일 너에게는 그렇지 않을 테니까. 얼마나 많은 시선이 너를 보고 있는지 안다. 경기 하나하나 사람들이 찾아보며 평가한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너는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그 무게감을 온전히 알 수 없지만 그것으로 네가 많이 힘들어한 걸 알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네가 나랑 같이 있을 때는 조금 편해 보이니까.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너를 향한 짝사랑을 너에게 던지기 싫었다.

너는 편히 휴식할 공간이 필요하고, 나는 네가 그저 편히 쉬었으면 하니까.

 

친구가 나를 좋아한다. 이 상황이 마냥 달갑지 않음을 알았다. 유하진은, 최종수에게 그런 쓴 것을 주기가 싫었다.

자신이 최종수를 사랑하는 것에 최종수의 탓은 무엇도 없다. 그저 자기 혼자 멋대로 시작된 마음이다.

사랑을 알릴 생각이 없는 것과 별개로 최종수가 이 마음을 눈치채는 상황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황을 유하진은 제일 걱정했다.

 

그렇기에 자신이 아주 오래전부터 그를 좋아하고 있었던 것에 안도했다. 갑자기 달라지면 최종수는 눈치를 챌 거다, 신경을 쓰고, 알아차리면 그가 어떤 생각을 할지 상상하는 것도 무서웠다. 유하진은 최종수에게 바라는 것이 크게 없다. 그의 감정이나 애정을 바라는 것은 더욱 아니다. 그랬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은 최종수를 좋아하기에 가지는 당연한 생각이었지만 그것을 요구할 멍청이는 아니다. 오히려 유하진은 웃으면서 자신이 짝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최종수를 향한 사랑이기에 부정하고 숨길 생각은 없었다. 유하진은 주변 사람에게 정말 잘하는 사람이었기에, 그가 최종수를 사랑하는 것을 알아채는 사람은 없었다.

사랑이 암살도 아니고 들켜야 시작한다고 하지만, 이 사랑은 정말 그저 묻어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니, 마냥 묻어두려는 건 아니었다. 조금 더 여유가 생기거나, 그저 혼자 제 안에서 아름답게 마무리 짓거나. 그럼, 그때는 어딘가에 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너에게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은 유하진이 자주 봐왔던 최종수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눈동자를 한 것을 본 날에 유리가 박살 나며 파편에 찔린 듯한 통증을 안겼다.

짝사랑하는 아이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것 같다. 아니 생겼다. 갑자기 최종수에게 싹튼 연정을 두 번째로-첫 번째는 최종수 본인이겠지.- 알아버린 유하진은, 그게 너무 싫었다.

왜 나는 너에 대해 많이 알아서 이런 것도 알아버리지. 너에 대한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는 자신이 싫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최종수가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는 것이 서툴 듯이, 자신이 하는 이 질투와 감정이 들킬까 봐 유하진은 전전긍긍하다가 결국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을 택했다. 핑곗거리는 많았으니까. 고등학교 3학년은 공부해야지. 다른 친구가 불러서. 동생이 …. 너무 거리를 두면 눈치를 챌 테니, 적당히 완급조절을 했다. 유하진은 스스로가 이런 것에 능해서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그게 싫었다. 몸이 떨어지면 감정 정리가 쉬울 것이란 판단은 미스였다. 유하진은 스스로가 최종수가 자신을 잊은 10년 동안 계속 그를 사랑했음을 간과했다. 그렇다고 같이 있는 것이 정답인가? 그것도 아니었다. 최종수가 고민하는 모습이 싫었다. 원래 생각을 많이 하고 말을 하거나, 아예 하지 않은 최종수였지만. 유하진과 있을 때는 조금 말이 많았다. 반응을 즉각적으로 나오기도 했다. 유하진은 그게, 손을 타지 않은 고양이가 허락해준 것 같아서 그것도 매우 기뻤다.

하지만 사랑을 시작한 최종수는, 무언가 말을 하다가 고민 하기도하고. 다시 말을 꺼내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장난삼아 아니길 빌며 ‘연애 상담이야?’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최종수를 본 날에 유하진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일부러 방문을 열어 제 방에 들어온 단감 이를 끌어안아 계속 쓰다듬기나 했다.

싫다. 너무 싫었다. 이 불쾌한 열기가 싫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어느 휴일이었다. 살 게 있어 들른 백화점에 익숙한 두 사람이 보였다. 최종수와 그의 어머니였다. 최종수의 옷을 사러 온 것인지 어머니가 직원과 함께 신나게 옷을 고르고 있었고, 최종수는 그 상황이 조금 어색한지 굳어있었다. 인사를 할지 피할지 고민하던 찰나에 최종수가 먼저 자신을 알아봤다.

 

“유하진?”

“어, 어! 여기서 만나네.”

“어머, 하진아! 정말 여기서 만나네!”

“안녕하세요~ 같이 쇼핑온 거예요?”

“응. 후후 아니 글쎄 들어봐~”

“아, 엄마….”

 

언제나 온화하게 즐거운 미소를 짓고 계시는 종수 어머님은 오늘따라 유난히 들떠 보였다. 보는 사람마저 행복하게 하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무언가 말하려는 걸 최종수는 말리려 했다. 유하진은 어머니가 한 말에 종수의 반응은 전혀 살피지를 못했다.

“글쎄, 이 아이가 못 고르는 걸 도와달라고 한 거 있지. 아줌마 그게 너무 기뻐서~ 잘 보이고 싶은 아이가 있나 봐!“

유하진은 자신이 어떻게 그렇게 웃는 얼굴을 유지했는지 알 수 없었다. 당장 그 자리를 박차고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언제 최종수의 옷장을 보며 운동복 말고 다른 사복 입어보라 했었을 때. 그때 최종수는 그저 귀찮다는 말로 일갈했다. 운동복 말고 엄마가 사다 준 옷 몇 벌이 있지 않냐고. 사랑이 정말 사람을 변하게 하는구나. 최종수가 꾸민다니. 어딘가 그 자리에서 울어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최종수 어머니께서 상처에 소금 뿌리듯, 이왕 만났으니 하진이도 좀 골라줄래? 라는 말을 했다. 유하진은 버티기 힘들어 살 게 있어져 가야 한다는 거절을 하려다 기대하는 듯한 최종수의 눈을 보자. 그저 성심성의껏 열심히 골라줬다. 자신의 취향대로 입은 최종수를 보니 엄청나게 두근거렸지만 그만큼 아팠다. 누구에게 잘 보이려는 거야?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것을 물어보기엔 목맨 목소리가 나올까 봐 어떻게든 웃으며 그 자리를 피했다. 싫다. 싫다. 싫다. 너무……. 싫다.

유하진은 자신이 사려던 물건도 사지 못한 채 그대로 집에 들어가 허둥지둥 방에 들어가서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안경을 끼고 그대로 묻은 거라 안녕코가 얼굴을 눌러 아팠지만 그게 대수가 아니었다. 아프다. 힘들다. 싫다. 이렇게나 아픈 거면 깨닫지나 말지. 정말 그 둘 앞에서 웃을 수 있던 게 기적이었다.

 

그렇게 하루종일 심란했던 다음 날, 유하진은 최종수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한 사람을 오랫동안 짝사랑하는 거 어떻게 생각해?“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그건.“

”왜, 없는 이야기도 아니잖아. 한 사람을 오랫동안 짝사랑해서 힘들어하는 거. 여기 책에도.“

책의 등장인물은 2년이다. 나는 10년인데. 책의 내용을 대충 훑어본 최종수는 미간을 구기며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별로 좋게 생각 안 해.“

”아, 그래? 생각보다 엄청나게 싫어한다?“

”짝사랑 하는 사람 좋아하는 거 힘들어.“

 

그 말에 위로도 뭣도 할 수 없었다. 화부터 났다. 그걸 내가 모르겠냐? 아니 그보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을 짝사랑하길래 최종수가 자기를 좋아하는 것을 모를까. 제가 받고 싶던 걸 받는 이가 다른 사람만 보느라 모른단다. 눈은 책에 집중하고 있지만 그 눈동자가 보는 건 책의 내용이 아니겠지. 솔직히 말하면 최종수가 꾸미기 시작한 뒤로 얼굴도 제대로 못 보겠다. 하필 골라준 옷이 내 취향이라서 더 그랬다. 어디 사는지도 모를 녀석아. 제발 최종수 좀 봐라. 어떤 놈이든 간 잊을 테니까. 얘가 대체, 뭐가 모자란다고.

최종수랑 있는 게 힘들어지는 유하진은 홧김에 아예, 멀리 가버려서 연락마저 끊어버릴까. 유학 좋지. 최종수는 미국으로 가 프로로 뛴다면 일단 미국은 안된다. 성적이든 갈 학비든 괜찮다. 연줄이 있을 곳 생각을 하면 어디든. 하지만 그렇게 해도 결국 최종수가 보고 싶어서, 아쉬워하며 허겁지겁 돌아올 것은 유하진 본인이었다. 알고 있다. 이 감정은 자신만의 것이고, 자신이 일방적으로 최종수를 향하는 감정이라. 이것만 놓아버리면 딱 좋은 친구 관계로 남을 수 있단 것을.

하지만 친구 관계로 만족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최종수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걸 알아버렸다. 그걸 순수하게 축하해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심지어 그 사람 때문에 그 최종수가 짝사랑을 한단다. 그 사람이 뭐라고. 이제 널 힘들게 하는 무언가가 좀 풀렸다 싶은데 이런 게 생기는지. 유하진은 지나가던 이 아무나 붙잡고 따져 묻고 싶었다.

어떤 사람일까. 솔직히 그 누구라도 유하진 성에 차지 않겠지. 본인이 하는 게 꼴사납고 추한 걸 잘 알면서 유하진은 그걸 멈출 수 없었다. 사랑은 사람을 정말로 어디까지 추하게 만드는지 유하진은 몸소 겪고 있었다.

무조건 다정해야 한다. 최종수는 예민하고 서툴다. 표현하는 것이 이따금 틱틱 나간다. 굽힐 줄 모르고 고집도 세다. 지기 싫어서 무리한다. 적당히 쉬엄쉬엄할 줄 모른다. 그래서 잘 달래면서 숨 돌릴 틈도 만들어 줘야 한다. 최종수에게 자신이 최우선 순위임을 바라지 않았으면 한다. 결혼하거나 다른 일이 있으면 몰라도. 지금의 최종수에겐 농구가 최우선일 테고 당신을 짝사랑한다 한들 농구보다 당신이 우선시 될 리가 없을 거다. 그것에 상처받고, 농구보다 자길 소중히 해달라고 말을 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무고죄로 역고소당해 패소하더라도 고소할 거다.

하지만. 그래도. 최종수가 고른 사람이니 그 누구보다 최종수에게 어울리는 사람일 테다.

 

유하진은 가족과 있을 때 최종수가 어떻게 표정이 풀어지고 웃는지 안다. 그리고 그 미소를, 아니 어쩌면 그것보다 더 깊은 애정이 담긴 미소를 볼 수 있는 그 누군가가 미치도록 부러웠다. 이건 정말로 추하기 짝이 없는 질투다.

차라리 고백이라도 해서 잠깐이라도 흔들고 싶다.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멀어지겠지. 차라리 그렇게 너나 나에게 생채기라도 남길까. 하지만 그건 네가 상처받는다. 싫다.

너를 생각하면 고통스럽다. 하지만 널 원망할 수 없다. 눈앞이 흐려진다. 눈을 감으니 눈물이 옆으로 흐른다. 추하다. 싫다. 눈을 감은 채 유하진은 그나마 종수의 입에서 이 짝사랑을 놓아버릴 명분을 얻었다.

한 사람을 오랫동안 짝사랑하는 것이 별로라 했지. 그럼, 자신의 이 감정도 최종수에게 달갑지 않을 거다.

천천히 정리하자. 자신도 자각 못 한 채 쌓아온 10년의 사랑이다. 나도 종수도 다치지 않게, 천천히. 대학 가서 바빠지고, 종수는 프로로 뛰고, 나 군대도 가고…. 그렇게 어른이 되어서. 지내다 보면 종수가 주는 청첩장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아픈 만큼 행복하길 바란다. 누가 봐도 눈꼴 시게 사랑을 하면 좋겠다. 내가 사랑하는 그 아이의 사랑이 열매를 맺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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