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iniscence

MILGRAM - 무쿠하라 카즈이 드림 (죄수 IF)

Like A Dream!! by 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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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수 에스가 용서의 여부를 모두 판단하고 잠에 든 그 이후, 감옥 밀그램은 그야말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매번 밤 시간이 될 때마다 시끄러워지는 카야노 미코토의 수감실, 용서받지 못 한 자들을 응징하겠다는 목적으로 마구 죽일 듯 폭력을 휘두르는 유즈리하 코토코, 실제로 그로 인해 사경을 헤맬 정도로 다친 시이나 마히루, 한 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카지야마 후우타, 그들에게 겨우 조치를 취해 주는 키리사키 시도우, 그 행위로 인해 강한 혐오의 눈초리를 주는 모모세 아마네… 그 이외에도 용서받았다는 이유로 기세등등해진 쿠스노키 무우와 그를 추종하게 된 사쿠라이 하루카 등등,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지는 말하자면 끝도 없을 터.

그 모든 일련의 일들에 피곤함을 감출 수 없었던 아이치의 속은 거의 곪을 대로 곪은 것 같았다. 밀그램은 이제 재미없고 질린다는 카시키 유노의 말이 뇌리를 스쳤고, 저 역시도 그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 질린다는 이유는 서로가 다르겠지만, 그로 인해 도출한 결론은 같으니까. 무엇보다도, 제게 있어선 가장 마주치기 불편한 무쿠하라 카즈이의 영 미적지근한 반응이 아이치의 속내를 더욱 답답하게 하는 것만 같았다. 별달리 드러내는 것도 없고(물론 그의 성정 상 드러낼 것 같지도 않지만), 카지야마 후우타를 보호했다곤 하지만 시이나 마히루를 지켜내지 못 한 것도 역시 거슬리는 것 중 하나였다. 늦은 것인지, 일부러 지켜내지 못 한 것인지 그 속을 간파할 수 없다는 것마저.

가끔 흡연실에서 마주칠 때마다 먼저 자리를 뜨고, 카즈이가 대화를 시도해 보려 해도 일부러 대화를 끊으며 피해 버리고, 다른 죄수들이 ‘무쿠하라 씨와 무슨 사이였느냐’를 물어도 절대 그에 관해선 입밖에 꺼내지 않던 미나즈키 아이치였다. 다만 오늘만큼은 그를 찾아가야겠다고, 이해할 수 없는 감정에 잠식되어 7번 수감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침 에스에게 용서받지 못해 더욱 구속돼 있었을 제 답답한 심정을 풀어내고 싶은 것도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미나즈키 군.”

7번 수감실 앞에 서자마자 저의 앞에 나와 제 이름을 부르는 카즈이의 목소리. 그에는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아이치가 주먹을 꾹 쥐더니, 곧내 힘을 실어 카즈이의 오른뺨을 쳐냈다. 예상치 못 한 공격을 받아 당황한 카즈이가 제 오른뺨을 매만지는데, 아이치는 그로도 부족하다는 듯 몇 대의 주먹질과 발길질을 가격했다. 간수에게 용서받지 못한 여파로 코토코와 이미 한바탕 벌인 이후인데다 밀그램의 구속이 더욱 강하게 적용된 이후라, 죄수들 중 가장 무력이 강하면서 구속 역시도 일부 풀린 카즈이에게 실질적으로 위협이 될 만한 공격은 아니었겠지만서도. 그건, 역시 아이치의 화풀이에 가까운 공격이었다. 당신은 용서받았고, 난 용서받지 못했지. 그리고 그만한 일전의 관계가 있기도 했으니.

그럼에도 카즈이는 그 어떠한 반격도, 대응도 하지 않았다. 이미 코토코로부터 후우타를 보호했고, 커다란 상처도 입지 않은 그라면 충분히 그런 아이치를 제압할 힘이 있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무 말도, 어떤 반항의 무엇도 없이 아이치의 폭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했다.

"당신. 왜 반격 안 해요? 당신 여기서 저한테 그냥 맞아줄 만큼 힘 없는 사람 아닌 거 알아요. 왜 맞대응 안 하는데요?"

"…."

아이치는 카즈이에게 그런 의문을 가감 없이 표출했다. 물론 아이치도 카즈이가 타인을 해치거나, 쓸데없는 데 자신의 무력을 쓰지 않을, 그러지도 못할 인물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아이치는 카즈이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데 있어 아무런 이유도 무엇도 말하지 않았다. 그런 건, 억울하지 않나? 하물며 다른 사이도 아닌, 한때는 깊은 감정을 주고받았던 사이에서. 그렇기에 그런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아, 제 말도 행동도 당신한텐 받아쳐줄 가치조차 없다? 그건가요?"

"…."

"야. 뭐라고 말 좀 해, 무쿠하라 카즈이. 당신이 왜 여깄냐고, 당신이 어떤 살인자냐고.”

북받쳐 오른 감정을 더 주체할 수 없어진 아이치는 제 꼬여버린 심상을 줄곧 터뜨려 내더니, 카즈이의 멱살을 한 손으로 강하게 붙들었다. 비록 그의 사정을 아주 완벽하게 알지는 못 하더라도, 이제껏 보아 온 무쿠하라 카즈이의 모습을 아는 미나즈키 아이치는 그가 누굴 죽였는지도 알았을 터이니까. 비록 카즈이에게 깊은 유감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들이 별 탈 없는 결혼 생활을 보내기를 바랐던 아이치에게 있어서 그의 살인은 어떤 배신감을 야기시켰는지도 모른다.

“왜 그랬어. 왜 그랬냐고요!”

“미안. 끝까지 네게 이런 모습이나 보이네. 꼴사납게. 너와의 추억은 좋은 추억으로 묻어두고 싶었는데 말이지….”

한참 침묵하던 카즈이가 내는 첫 마디에 아이치는 허, 하는 헛웃음 소리를 내뱉었다.

“추억이고 나발이고 웃기는 소리. 그 때만큼 후회가 드는 시간이 없거든요, 저한테는. 제 앞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부터, 그 잘난 당신이 히나코 씨한테 한 짓까지. 당신 때문에 죽어버린 히나코 씨한테 미안하지도 않아요?”

“당연히 미안하지. …후회해. 반성할 수단이 없을 뿐.”

“반지 잘만 빼놓고 그딴 개같은 헛소리를 해.”

“내게 있어 그건 족쇄였으니까.”

“….”

얼핏 들은 카즈이의 진심에 저도 모르게 머리를 맞은 듯 멍해졌는지, 카즈이의 멱살을 붙들었던 아이치의 손에 힘이 빠졌다. 곧내 그 손을 놓은 아이치가 계속 얘기해 보라는 듯 고개를 숙인다. 옷 매무새를 정리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은 카즈이가 천천히 입을 떼지만, 결국 끝내 아이치와의 시선은 마주치지 못 한 채였다.

“아이… …미나즈키 군. 네가 어떤 계기로 날 그리 싫어하게 됐는지는 몰라. 내가 아는 너는 그런 걸 잘 말하지 않는 성격이지. 실제로 네가 말하기 싫다고도 했었고. 그렇기 때문에 더는 묻지 않았어. 무엇보다도… 묻지 않아도 알아. 내 잘못이겠지, 그건.”

“….”

“…그러니까, 날 더 마음껏 미워해도 돼. 그게 미나즈키 군의 진심이라면. 난 그런 걸로 미나즈키 군을 미워하거나 하진 않을 테니.”

“차라리 당신이 저만큼 똑같이 절 싫어했으면 모를까, 당신은 절 끝까지 비참하게 짓밟네요. 가증스러운 새끼….”

“맞아. 가증스럽지, 무쿠하라 카즈이라는 인간은.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거짓말이라도 해야 그나마 멀쩡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니까. 그럼에도 미나즈키 군, …그건 알아줬으면 좋겠네. 지금 내가 하는 말은 거짓 없는 진심이라는 거.”

“거기서 더 말하지 말아요. 더 역겨워지기 전에.”

“다음엔 네가 용서받길 바랄게.”

“말 못 들었어요? 그 입 닥치라고, 새끼야.”

왜, 대놓고 가증스럽고 역겹다고 표현하는 그에게 더 미워하라든가, 그럼에도 자신은 미워하지 않을 것이라든가, 그런 사람 좋은 말이나 하는 것인지. 그게 아이치에게는 너무나도 큰 의문이었고, 그렇기에 여기서 제가 조금이라도 유한 태도를 취하면 제게 깊은 상처와 후회가 된 그를 마냥 그가 말한 ‘좋은 추억’으로 용서해 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부러 더 외설적이고 강한 말로 카즈이를 밀쳐냈지만, 이 정도로 깊은 분노를 토해낸 적이 제게 있어서도 얼마 없었음을 깨닫고는 감정을 죽이고 호흡을 가다듬고자 한숨을 뱉었다.

“…볼 일 끝났어요. 쉬세요.”

“…, 그래.”

끝내 아이치의 그 자존심이 남아 버려서, 일방적으로 저지른 폭력과 욕설에 대한 사과는 내뱉지 않았다. 분명 감정 해소를 위해서 간 것일 텐데 어째 심경은 더 무거워진 기분이 드는지. 흡연실에 아무도 없다면 담배나 몇 대 피워야겠다고, 아이치는 카즈이를 돌아보지 않은 채 흡연실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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