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프롤로그
프랑켄슈타인(원작) 드림 | 괴물드림
복수하기 좋은 날 같은 건 없다. 하지만 오늘은 어쩌면 그날인지도 몰랐다. 창백한 햇살이 살갗을 간질이는 동안, 이름 없는 괴물은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한 남자를 눈에 담았다. 괴물이 인간들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한 뒤 처음으로 마주친 인간이었다.
괴물은 한 인간의 죽음을 냉엄하게 내려다보려는 대신, 인간을 구하고 싶어서 꿈틀거린 손가락을 먼저 느꼈다. 말도 안 된다. 이전에 비슷한 일을 했다가 돌아온 건 총알이었다. 총알은 살점을 찢고 뼈를 부수며 괴물의 영혼을 함께 부수었다. 자신은 그때 이미 충분히 부서진 줄 알았다. 그러나 손가락의 미동을 보면, 아직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동은 아주 작다. 괴물의 몸 전체를 움직이기에는 너무 작다. 괴물은 새로운 것을 좋아했고 그래서 이번에 새로운 경험을 하기로 했다. 인간에게 복수하기로 다짐했으니 인간이 죽어가는 것을 보며 즐거워하겠다고. 복수심을 심어준 총상이 낫자마자 이런 일이 생긴 것은 어쩌면 행운이 괴물에게 주는 선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괴물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전부 보기로 했다.
괴물은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휘둥그레 떠진 녹색 눈, 다시 물에 가라앉으며 사라졌으므로 그것이 공포에 물들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그러했을 것이므로 괴물은 죽어가는 인간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기분이 좋아지기를 바라면서.
붉은 머리칼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며, 물을 먹어 먹먹한 쇳소리 같은 목소리가 쨍하게 외쳤다.
“구해줘!”
그 녹색 눈은, 괴물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렇게 외쳤다. 누군가가 괴물을 필요로 했다.
미동도 않던 몸 전체가 움직였다.
복수는 시작되자마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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