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소드

Together Forever

避けられぬ終焉はせめて 愛しいその手で

나엠블헨나엠(커플링 리버스 크게 타지 않습니다.)

※엘리오스는 아닌 판타지 세계관 AU

추천곡 - Sound Horizon 恋人を射ち堕とした日


기사와 신관의 관계는 특별했다. 서로 목숨을 믿고 맡길 수 있을 만큼 신뢰하고 있는 동료이자…. 차마 말하지 못한 채 뒤섞인 연심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서로 직접 말하지 않았기에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다만, 기사에게 최근 고민이 생겼다면, 저번 의뢰 이후 부쩍 자신을 피하는 그의 태도였다. 평소라면 막 수련을 끝내고 돌아와도 끈덕지게 가까이 오는 바람에 그를 밀어내기에 바빴건만…. 요즘의 그는 의뢰를 받아 제안하는 것도 거절한 채 따로 마련된 기도실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함께 지낼 때부터는 줄곧 식사 시간만큼은 빠지지 않았던 그가 이제 와 자신을 피하는 것이 제법 서운했지만, 그가 아무 이유도 없기 그럴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기에 어쩔 수 없이 서운함보다는 걱정이 늘 앞섰다.

“…아인, 오늘도 안 먹어? 어제도, 그제도 안 먹었잖아. 그러다 몸 상해.”

“엘소드, 나 정말 괜찮아요. …너무 걱정하지 말고 먼저 먹을래요?”

괜찮다고 말하는 그 목소리가 평소와 다르게 기운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 기사는 고민 끝에 검을 들고 와 잠시 심호흡을 했다. 이유야 어쨌든 자신은 그를 믿지만, 만약 그가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쳐있다면 그것을 방관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아인, 정말 미안한데…. 문에서 멀리 떨어져.”

네? 라는 신관의 되물음이 돌아올 땐 이미 기사의 검이 문의 반 이상을 부수고 있었다. 그만큼 기사도 절박했단 의미였지만, 지금 벌어진 상황 속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신관이었다. 그가 자신을 걱정하고 또 위해준다는 사실은 진즉 알고 있었지만, 몇 일 굶었다는 이유로 이렇게 눈이 돌아가 문까지 부술 이유는 없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지금 눈앞에 펼쳐진 상황 자체를 따라가는 것에 이성과 사고가 다른 이유로 각자 돌아가고 있었다.

“아, …엘소드?”

“아인! 내가 진짜 이렇게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벌써 일주일 넘게 밥 안 먹는 거 알고 있어? 사람이 그 정도로 굶으면 바로 죽진 않겠지만…! 그래도 몸에 안 좋은 건 당연하잖아!”

“아니, 나는 그게….”

“그게 아니면, 저번에 나한테 화난 거라도 있어서 몰래 따로 밥이라도 먹는 거야? 그러면 그렇다고 말을 해줬어야지…!”

와다다 쏟아지는 잔소리 속에서, 신관은 기사의 말을 끊을 타이밍조차 놓쳐 가만히 들어야만 했다. 다 이유가 있는데, 설명을…. 그렇게 생각할 때 불현듯 시야가 어지럽게 돌아가는 느낌과 동시에 몸이 산채로 태워지는 듯한 고통이 신관을 덮쳤다. 급히 몸을 웅크린 채 고통스러운 신음을 애써 참는 그의 모습에 당황한 기사가 신관을 흔들어 깨웠고 그와 동시에 몰려오는 이명은─.

갑작스레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진 제 동료를 앞에 두고 기사는 유례없이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쓰러진 그의 몸이 불덩이인 것은 물론이고, 안아서 침대로 옮기고 보니, 침대를 제외한 그의 방은 이미 엉망진창이었다. 그는 늘 정결하고 깔끔한 편이었기에 도둑이라도 든 것처럼 마구 부서진 물건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만약 정말 그가 제게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다면? 그 걱정을 하던 찰나, 기사는 본능적으로 느껴진 살기에 검을 들어 급하게 공격을 막아냈다. 그리고 자신을 공격한 상대가 누구인지 깨달았을 땐 곧 늘 자신만만했던 얼굴은 경악에 물들어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언제나 따스하게 일렁이던 노란색 빛무리가 아닌, 살기를 담은 흉흉한 붉은색의 빛무리를 띄운 채 전혀 감정 없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은 제 동료였다. 방금까지도 고통에 찬 소리를 내뱉던 이는 어디에 가고 그가 누워있던 침대까지도 기어이 부순 채로, 그저 살기로 가득 찬 그의 모습 앞에서 기사는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아인, 아인! 정신 차려, 왜 그래?!”

“…폐기 대상이다. 질서의 밑바닥으로 영원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잖아. 엘소드! 너와 함께한…!”

…가라앉아라. 기어이 몸집을 키운 빛이 빠른 속도로 공격해 왔고 조금이라도 스치면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은 기사는 자세를 고쳐잡아 흘려내고 거리를 벌렸다. 함께 지내던 집은 그렇다 쳐도 꼿꼿이 선 솜털 하나하나가 지금 상황에 대한 위험을 감지해 제게 연달아 신호를 보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그를 해치는 것은 있을 수도 없었고 하고 싶지도 않았기에,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다 문뜩 기사는 자신에게 퍼붓는 공격들에서 느껴지는 살기는 흉흉한 것에 비해, 제게 날아오는 공격의 정확성은 확연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살기만큼은 피부로 느껴질 정도면서 표적을 노리는 게 엉망인 것은 확실히 모순적이기에 기사는 곧 이것이 그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는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명확히 보였기에 기사는 곧 검을 쥔 손에 힘을 주고 그의 등 뒤로 돌아가 검집으로 그의 목덜미를 내리쳐서 기절시켰다. 다행히 방법이 먹혔는지 공격을 멈춘 채 쓰러지는 그를 받치고, 품에 안고 제 방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검사는 생각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과의 식사를 꺼렸지? …아니, 언제부터 이상했지? 제 동료의 이상함을 눈치채지도 못한 채 그를 책망하던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나중에 깨어나면, 사과해야겠다. 그런 다짐을 작게 중얼거리며 기사는 자신의 방에 그를 눕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깜빡 잠이 들었다 깨어나니 그는 제 방에서 이미 없어진 후였다. 그 몸으로 어딜 가? 그런 걱정에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검을 챙겨 나온 그의 눈앞에 신관은 늘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누고는 했던 나무터기에 앉아 음을 흥얼거리고 있었다. 자신과 함께 지낸 이후로는 보여주지 않았던 외롭고 쓸쓸한 모습, 음을 흥얼거리다 발소리를 듣고 자신을 보는 방향으로 똑바로 앉은 그의 모습에 기사는 일순 숨을 뱉지 못했다. 제 방에 데려와 눕힐 때까지만 해도 볼 수 없었던 거무튀튀한 상흔이 그의 얼굴을 절반 이상 뒤덮고 있었다.

“…조용히 죽을 생각이었는데, 네게 들켜버렸네요.”

“죽는다니…. 아인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예요, 내 나름대로 잠식 속도를 늦추고자 노력을 많이 했는데…. 내가 조사한 것보다는 오래 버티긴 했네요, 그래서 네게 설명할 수도 있었고. 이런 걸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인, 나 지금 하나도 못 알아들었어. 네가 죽긴 왜 죽어…. 넌 신전에서도 엄청난 치유력을 가진 신관이잖아? 지금, 농담하는 거지?”

제 말에 거의 울상을 짓는 기사를 보며 신관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건 전신을 끝없이 돌고 돌며 잠식하는 신의 저주였기에 고칠 방법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이 저주를 늦추고 정화하기 위해 잠도 자지 않은 채 자신의 몸에 직접 연구한 신관으로써의 결론이었다. 자신이 죽어야 한다는 사실에는 크게 놀라운 것은 없었다. 다만, 다만…. 자신을 보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 저 상냥한 이에게 이 사실을 말해야 한다는 사실이 못내 가슴 아팠다. 하지만, 이젠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잠시 하늘을 바라본 신관은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을 무겁게 열었다.

“농담 아니에요, 엘소드. 난 죽어요, 아니…. 죽어야만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나라는 사람은 사라지고 그저 저주에 잠식당한 채 모든 것을 파괴하는 마물이 될 뿐이에요. 너도 위험해지고, 더 나아가서는 우리가 여행했던 이 세계가 위험하겠죠…. 난 그런 건 바라지 않아요. 너라면 이해할 수 있죠?”

“…… 저주라면 언제?”

그의 표정이 어떠한지 시야가 점차 흐려지는 탓에 볼 수 없었다. 다만 목소리에서 묻어나오는 떨림이, 그의 상냥함이. 홀로 남을 그에 대한 걱정이. …아, 이것을 우리는 사랑이라고 부르던가. 떨리기 시작하는 목소리를 애써 차분하게 가라앉힌 채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만 했다.

“우리 마지막으로 같이 갔던 의뢰 기억 나요? 한 마을에서 발생한 괴이한 마물들을 처리해달라는 의뢰 말이에요.”

“…기억나, 그때 네가 나를 구해주려다가 뺨을 베였잖아. …. …설마.”

“맞아요, 이 저주는 상처를 통해 옮아요. 보통이라면 흑마술에 관련된 주문과 제물이 필요한 법인데…. 나도 조사해 본 바로는 가끔 발견되었다는 것 빼고는 알 수 없었어요. 누구를 통해서인지, 저주를 정화할 방법이 있는지…. 그런 건 하나도 나와 있지 않더군요, 다만 오래 버틴다면 일주일까지 가능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어요. 덕분에 나는 시간을 벌 수 있었고요.”

“…나, 나는. 아인…..”

“네가 죄책감을 가질 필요 없어요, 나는 같은 상황이라면 똑같이 행동했을 테니까. …네가 이렇게 자책할 것 같아서,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너를 조금 더 보고 싶은 욕심에 이렇게 됐네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 맑아진 시야 아래로 그가 애써 눈물을 참고 있다는 사실만 있었을 뿐, 이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있었다고 해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를 상처입히고 싶지 않았건만 제 욕심에 기어이 그가 받은 상처에 대해 더없이 미안할 뿐.

“엘소드, 부탁 하나만 할게요.”

“…응, 말해.”

“날 죽여줄래요?”

제 말에 놀란 표정을 짓던 그의 얼굴이 곧 일그러지고….

“난 못 해! 아니, 안 해! 널 포기 안 할 거야! 방법이 있을 거야, 포기하지 말아! 제발…. 제발, 아인…. 부탁이야, 응? 같이 찾아보자. 그러니까 그런 부탁 같은 건 안 들어줄거야, 부탁하지마….”

화를 내고 있음에도 숨길 수 없는 물기 어린 목소리가 퍽 마음에 걸린다. 상냥한 사람, 그러고 보니 첫 만남 때도 그랬더라지. 무수히 많은 신관 사이에서 겉돌고 있는 제게 손을 내밀고 동료가 되자고 제안했던 것도 그였다. 넓어지는 세계보다는 제게 제안을 한 그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컸다. 그래서 이 여행의 끝에서 자신은 미련이 하나도 없으리라 그리 생각했건만…. 아니었다, 결국 그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된 마음은 기어이 그에 대한 미련으로 남았다. 하지만, 그를 상처입히고 싶지 않다. 이성을 잃은 마물이 되어 그를 공격할 바에 차라리 스스로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데도….

“엘소드, 들어줘요.”

“…싫어.”

“그래도 말할 테니까 잘 들어요. …좋아해요, 그러니까 만약 이 감정을 사랑이라고 감히 정의해도 된다면 사랑해요. 그래서, 정말 비겁하고 또 이기적이지만 사랑하는 네게 내 마지막을 부탁하고 싶어요. 죄책감 가지지 말고, 그냥…. 딱 한 번이면 끝나니까요. 응?”

“진짜, 비겁해. 아인…. 나도 너랑 같은 마음이지만 그걸 이제, …이제 말해주면 나는 어떡해. 널 내 손으로 죽인다니, 내가 그러고 어떻게 살 수 있겠어…. 포기하지 말자, 제발…. 이렇게 부탁할게. ”

“엘소드, 괜찮아요. …내가, 내가 아니게 되기 전에 할 수 있는 건 너뿐이에요. …응?”

한참을 애원하고서야, 무언가 결심을 한 듯 기사는 검을 들었다. 잔뜩 눈물이 젖은 얼굴과 떨리는 손으로 검을 쥐고…. 다만, 점차 저주로 온몸이 뒤덮여가는 신관을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신관이 당황하여 그를 밀쳐내려고 할 때 작정한 듯 올려서 찌른 검은 신관만을 꿰뚫은 것이 아니라 기사까지도 함께 꿰뚫었다. 깊게 박힌 탓에 빼내지도 못하고 함께 쓰러진 채 점차 흐려져 가는 의식 속에서도 신관은 어쩔 수 없는 상냥한 기사를 위해 그가 좋아하던 음을 흥얼거렸고, 이윽고 음이 끊겼을 쯤 기사의 눈에서 맺힌 눈물이 떨어졌다.

─사랑해, 아인.

두 사람의 사후, 서로 끌어안은 채로 죽은 것을 발견한 사람들이 말하길 두 사람은 죽는 순간까지도 웃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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