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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by 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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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석- 지긋지긋한 사이비 새끼들의 동상에 망치를 휘두른다. 나무 모양의 동상 중앙에 박혀있던 옥색 구슬이 연약하게 부서진다. 그와 동시에 깨진 구슬 사이사이로 밝은 빛이 터져 나오고, 그 빛이 자신을 감싸는 것을 느낀다. 순간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면, 성식은 자신이 푸른 홀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버려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지긋지긋한 건 과연 사이비일까, 아니면 이 현실일까.

알 수 없는 일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추락의 감각. 정신을 잃은 와중에도 느껴졌던 향기. 꽃밭과도 같은 공간들. 있던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방. 알 수 없는 비명과 울음소리. 아무것도 없는 방. 들어간 것을 무릎 꿇게 하는 공간. 먼지처럼 사라지는 것들. 늪지대로 뛰어들던 자신의 모습. 나를 닮은 저주 인형. 어쭙잖은 환상 속에서 살던 성식의 눈 앞에 펼쳐진 진짜 ‘환상’들은 그의 인식을 어지럽힌다. 혼란스러운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한 성식의 뇌가 이윽고 언제나처럼 모든 걸 외면한다. 아. 차라리 이 향이 진짜라면. 지금까지의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뿐이라면…

그게 낫지 않을까? 흐트러진 정신 사이로 향이 파고든다.

미쳐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제정신을 가지고 괴로워하는 것보다는 함께 웃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그는 이미 언제나 웃는 사람이었으니, 이런 상황에서 웃는다고 해서 성식을 비난하는 사람 따위 없겠지. 오히려 그럼 그렇지 하고 포기해 줄지도 모른다. 언제나처럼. 꽃밭에 선 성식은 생각했다. 여기는 온통 꽃 내음이 가득해서, 모든 공간이 내가 있을 곳처럼 느껴진다고. 거기에 공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제법 기분이 좋다고. 성식은 평생 느껴보지 못한 안정감 사이에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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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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