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식

연습장 by 슈빌
6
0
0

모든 생명은 태어나고 살고 죽는다. 작은 미생물부터 생명을 가진 존재들 안에 섭리는 언제나 존재한다. 헤일로는 방금 건물 잔해에서 구한 임산부가 다른 히어로들의 부축 받아 떠나는 것을 보면 그 섭리를 다시 떠올리고 있었다. 곁에 다가온 미테가 먹는 거 아니다, 하고 말하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며 헤일로는 허기를 느낀다.

“저 임산부 분이 맛있는 거 많이 드시고 건강한 아이를 낳으면 좋겠네요.”

“너도 그런 걸 신경 쓰냐?”

“당연하죠. 모든 생명이 그렇잖아요? 태어나고, 죽고, 다음 생명으로 돌아가는 순환 그 자체가 곧 생명이죠.”

“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니까 엄청 이상한데?”

“하하하, 저도 우주의 생명체인데 섭리를 생각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렇게 따지면 나도 섭리 안에 있는 존재냐?”

“그쵸. 당신도 죽으면 한줌의 흙이 되고 나는-”

헤일로의 말이 멈추었다. 너도 죽냐? 같은 말을 하는 미테는 보면서 헤일로는 하나의 궁금증이 들었다. 인간이 아니라면 그의 인지는 어디까지 닿을 수 있을까.

“나는 뭐? 너도 생명 낳을 수 있다고 하면 별로 알고 싶지 않으니까 입 다물어.”

“아뇨, 그건 아니죠. 낳는 건 아니고 배양기죠.”

“뭐?”

미테가 고개를 돌려서 헤일로를 돌아봤을 때 헤일로는 자신의 입을 벌려서 을 꺼냈다. 헤일로의 양손에 는 얌전히 들려있었다.

그것은 압축된 것이다.

응당 먹어치운 모든 것이다.

빛이고

어둠이고

땅이고

불이며, 물이며, 쇠이며, 공기다.

태동하는 씨앗이다.

“어때요?”

그것에서 눈을 떼고 미테를 보니 어느새 미테의 주먹이 헤일로의 얼굴에 꽂혔다. 역시 자기~, 능청스레 말하며 헤일로는 다시 를 제 안에 넣었다. 비록 자신이 이전에 비해서 작아지면서 도 작아진 상태였고 그 작아진 일부만 꺼낸 것이지만 보통은 자아를 잃고 흡수 되는데 말이지. 신기해라! 킬킬거리는 헤일로를 걷어차면서 미테는 얼굴을 찌푸렸다. 방금 자신이 무엇을 보았는가? 눈앞에서 치워지자마자 그것이 뭐였는지 잊었지만 위험했나? 아니, 오히려 뭐라고 해야할지 굉장히 차가우면서 뜨거웠다. 핵폭탄 같은거냐? 질문에 헤일로 전혀요! 하고 소리치듯이 말한다. 그 목소리에 끼인 노이즈에 더 화내는 것도 포기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그게 뭔데?”

“ ”

“어째 점점 몰라도 되는 우주적 지식이 쌓이는 느낌인데 하나도 기억 못하는 게 짜증나.”

“자기 인생이 변하는 점은 없을거예요.”

별이 수명이 다하면 거기서 블핵홀이 태어난다. 주위를 삼키다가 마침내 자아를 가진 이터가 되어 더 멀리 떠난다. 모든 걸 삼키고 먹어서 제 안에 또 다른 별의 핵을 만든다. 그리고 어느정도 성장한 이터는 별을 뱉고 사라진다. 돌고 도는 섭리, 이터의 허기는 새로운 생명을 위한 지극히 당연한 작용이다.

“배고프네요.”

“한게 뭐 있다고 배가 고프냐.”

그리 말하면서 두 손으로 제 뺨을 감싸고는 하여간, 하고 중얼거리고는 가자, 하고 말해준다. 헤일로는 허기를 느낀다. 눈앞의 존재는 틀림 없이 맛있을것이다. 그리고 이 도시도, 이 별도 맛있겠지. 작아진 자신도, -도 이전처럼 커질 수 있고 개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틀림없이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지만 역시 싫다.

“내 인생은 이미 너 때문에 잔뜩 변했거든?”

“즐겁잖아요?”

“누, 누가 즐겁데!”

그리하여 헤일로는 허기에서 눈을 돌린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