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실례합니다, 합석 괜찮으실까요?”
조용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민화인의 허락이 떨어지기도 전에 맞은편에 앉았다. 하얀 멱리로 얼굴을 가린 이를 그는 알고 있었다. 이미 한 번 얼굴을 마주했고 서로 무를 겨루었기에 쉽게 제압하기 힘들기도 하고 무엇보다-.
“잘 추네.”
부채를 들고 조용한 음에 맞춰서 춤을 추는 이와 눈이 마주쳤다. 장난기 가득하게 웃고는 다시 춤을 춘다. 즐겁게 춤을 추는 그를 방해하고 싶지 않기에 민화인은 제 앞에 놓인 만두를 마저 먹는 쪽을 택했다. 눈앞의 상대가 한 일은 화가 나지만 비소가 됐어! 하고 버럭하고는 넘기려고 한 것도 있으니 그냥 넘어가지.
팔만 멀쩡했더라면 그 복도에서 그냥 죽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민화인은 점소이가 가져다 준 국수를 먹기 위해 멱리를 벗은 이의 얼굴을 보았다. 탄건지 타고난 건지 검은빛의 피부와 노란 눈동자와 마주쳤다. 비소가 딱히 유명하거나 고강한 가문의 사람인 것도 무인도 아닌데 어째서 데리고 간 걸까. 비소는 왜 됐다고 한 걸까.
민화인은 비소에게 들은 과거를 생각해보다가 말았다.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가설을 다시 집어던졌다. 가설이 정답이든 아니든 무슨 상관인가 그날 비소가 잡은 것은 제 손이다. 그거면 충분하지. 이쪽을 봤는지 비소의 발이 잠시 비틀거린 거 같지만 금세 다음 동작들을 이어가며 웃는다.
“춤 추는 걸 좋아하나?”
“네, 뭐.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하고 악기 연주도 종종 하는-당신이 알아서 뭐하려고 묻습니까?”
국수를 마저 비운 그가 자신의 팔을 노골적으로 보는 것에 민화인의 미간에 더욱 더 주름이 잡혔다.
“그 점은 어머니 같군.”
아주 작은 중얼거림이었지만 민화인 귀에는 똑똑히 들렸다. 품에서 은잔 하나를 꺼낸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래하고 춤 잘 보고 간다고 전해줘. 아님, 네가 그냥 쓰던가.”
“제가 이걸 받을 거 같습니까?”
“저 아이에게 맛있는 거나 사주던지 버리던지 네 마음이야.”
은잔 따윈, 민화인은 그리 말하려다가 그만 두고 그것을 챙겼다.
“내 이름은 랍이고 도울 일이 생기면 도와주지.”
“찾을 일 없을겁니다.”
“그거야 모를 일이지. 네 신원은 모르겠지민 그래도 나쁘지 않겠지. 넌 저 애를 많이 좋아해주고 있는 거 같으니까.”
“사람 보는 눈이 안 좋군요.”
단순히 좋아한다로 정리할 감정이 아니건만. 민화인의 태도에 사내는 뭔가 더 말하려다가 어깨를 으쓱거리고리는 자리를 떠났다. 민화인은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비소가 자신의 손을 잡아 준 것은 그 사내가 자신의 가족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눈치채고 잡아준 걸까.
“그런거라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대놓고 물어볼 생각은 없지만 그럴거라고 믿는 건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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