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루루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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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이 한꺼번에 들이닥치고 코앞에 당장 할 일이 들이밀어졌을 때는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얼추 끝내고 나서야 뼈저리게 직감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지금 어디에 떨어져 있지. 하고 통렬하게. 그날 저녁(겸 점심)은 엉망이었다. 지금 처지에서 더 엉망일 수가 있다니! 웅덩이에서 건져낸 것 같은 몰골의 나타를 욕실로 인
수도자들은 신선이 되기 위해 수행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속세에 물들지 않도록 깊은 본산에 은거하며 세상이 어지러울 때 불현듯 나타나 덕을 행한다. 이 덕에 수선을 위해 세워진 문파, 수선문파들은 백성과 강호에게 존경과 경외의 상징으로 통한다. 세 손가락에 드는 소수의 별난 문파는 예외지만. 그중 주여아사는 여타 어느 수선문파보다도 으슥한 본산
감히 바라고, 꿈꾸고, 간청하옵니다. 모든 것을 알고 계신 분이시여. 빛을 내려 어둠의 안식을 깨닫게 하시고, 어둠을 드리워 빛의 축복을 우러러보게 해주신 첫 번째 은총을 저희의 첫 자식으로부터 여전히 잊지 않았나이다. 오늘도 변함없는 태양을 내려주시어 하루를 당신의 보살핌으로 살았습니다. 부디 저희에게, 성 나타께
기차를 처음 타보기는 로톨로도 마찬가지였으나, 로톨로는 어제저녁까지 기차 내부 그림을 보며 좌석을 찾는 일을 미리 상상했었기에 헤매지 않고 제법 능숙하게 자리를 찾아냈다. 나타와 로톨로의 자리는 미닫이문이 달린 4인석이었다. 초록색 천을 덮은 푹신한 좌석 두 개가 마주 보고 앉아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벽에 붙은 큼직한 창문의 커튼은 위로 올라
“감히 바랍니다. 꿈꾸고, 간청하옵나이다.” 멀지 않은 예배실에서 앳된 목소리들이 자아내는 아침 기도 서문이 넘어 들어왔다. 안락의자에 편안히 앉은 성 나타는 언제나처럼 천진한 눈길로 벽을 바라보았다. 그의 앞에는 나이가 지긋한 사제가 예의 바른 태도로 손을 모으고 서 있었다. “성녀시여. 이번 알현을 위하여 우리가 무엇을 봉헌하면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