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런 무드를 좋아합니다. “으, 응원하고 있습니다!” 다가온 무리가 불쑥 손을 내밀었다. 포장지와 편지지에 가려져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내용물은 아마 뻔하게 초콜릿일 것이다. 우성도 등교시간에 갑작스러운 응원과 함께 몇 개 받기는 했지만 저렇게까지 많이 받지는 않았다. 우성은 창문 밑에서 발견한 명헌의 머리꼭지를 내려보며 손목을 주물렀다. 아예
이변을 가장 먼저 알아챈 건 어느 병원이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피를 볼 일이 달리 없으니까. 날이 밝고 나서야 의료계 밖에서도 눈치챈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병원은 패닉에 빠져 자신의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너무나 황당해서, 소문조차 빠르게 퍼지지 못한 이상 현상. 혈관에 피 대신 녹인 초콜릿이 흐른
벌어진 상처에서 갈색의 액체가 솟는다. 굳은 피의 갈색과는 다르다. 애당초 지금 막 솟은 피가 갈색일 이유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그건 피라기엔 지나치게 끈적하고, 윤기가 흐르고, 그리고- 달콤한 냄새가 났다. 발렌타인데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 성 발렌타인의 순교를 기리느니 어쩌니 하지만 이미 상술로 변질된 지 오래다. 초콜릿 회사들의
한달에 OC일러스트를 한장씩 완성한다는 원대한 (?) 계획 밑으로는 본 일러스트를 그리는 프로세스를 발상부터 완성까지 공유합니다. 1월 일러스트는 겨울의 분위기를 담아 눈내리는 공동묘지 그림으로 완성했습니다. 2월 역시 겨울의 느낌으로 할까? 싶었지만 뭔가 조금 아쉽다는 느낌을 받던 차에 발렌타인 데이가 있다는것을 깨달았죠.
정대만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당연했다. 오늘은 2월 14일이었고 발렌타인 데이였으며 권준호가 집에 없는 날이었다. 아니, 그 놈의 회사는 왜 이런 날 출장을 시키고 난리야. 2박 3일 출장 일정에 며칠 전부터 찡찡대며 준호에게 투정을 부렸다. 사람 바꾸면 안 되냐? 아님 일정이라도 좀 옮겨봐. 하지만 이 출장엔 준호가 꼭 참석해야 되는 일이었고 거래처와
해가 느릿느릿 저무는 하교길, 저 멀리서 변덕규를 부르는 목소리가 온 골목에 울려퍼졌다. 변덕규는 언덕 위에서 커다란 남자 형상이 양팔에 무언가를 주렁주렁 달고 내려오는 모습을 한참 지켜보았다. 그의 앞으로 걸어온 윤대협은 잠시만요, 라고 말하더니 그의 양팔에 잔뜩 걸려있는 형형색색의 쇼핑백을 길바닥에 내려놓았다. 내려놓는다기보단 팔을 쭉 피고 와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