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자신의 상처를 고백한 날, 사실 아스타리온은 굉장히 긴장하고 있었다. 의심과 경계심으로 무장하고 살아야만 했던 이백 년간 그는 자신의 상처와 염증과 대면한 적이 없었다. 염증으로 인한 열에 거세게 시달려도, 스폰으로서 죽었다 되살아난 몸은 자신의 안위보다도 철저하게 카사도어에게 종속되었다. 풀어낼 길 없는 열과 분노는 자신을 구제할 수 없는 세상 모
따스한 볕 속에서 잠이 드는 꿈을 꾸었다. 단단한 무릎에 머리를 뉘고 작게 고릉고릉 소리를 내며 잠들던 자신은 고양이의 몸을 하고 있었다. 귀가 쫑긋하고 작은 고양이. 부푼 털 사이사이로 품은 온기를 즐기던 고양이가 귀를 움찔거리자 길고 예쁜 손가락이 작은 머리통을 긁어주었고, 귀여워 해주는 손길에 고양이는, 나는 그대로 더 깊게 잠이 들었다― 그리고 지
평소 악기를 다루는 손이 두꺼운 책을 뒤적이고 있었다. 떨어뜨리거나 휘두르면 제법 무서운 둔기가 될법한 책이었다. 지성의 학회에서 출간되었다고 책등에 박혀있는 그 책에는 학회가 주력으로 연구하는 언더다크의 생태, 그중에서도 다양하고도 신비한 버섯들에 대해 실려 있었다. 언더다크는 이름 그대로 어둡고도 무서운 땅이었다. 그만큼 끝을 알 수 없는 신비로 둘러
요 며칠은 영 운이 따라주질 않는 시기였다. 발더스게이트에서 빠져나온 절대자 신도였던 무리와 마찬가지로 대피한 피난민 무리로 인해 앰으로 가는 길이 꽉 막혔다는 소식을 접한 것까지는 좋았다. 원래는 물자 보급 겸 나쉬켈을 지날 생각이었지만 괜히 소란을 야기하고 싶지는 않았던 고로 이런저런 무리를 피해 옆길로 빠지자는 결정을 한 것도 좋았다. 사람들이 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