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

뱁새의 카페 탐방기: 대형 카페

이사 첫글~~

1.

자가용을 타야지만이 도달할 수 있는 대형 카페들을 아십니까?

땅값이 싼 곳에 땅을 왕창 사놓고 건물을 아방궁같이 지어둔 카페들이요.

접근성은 진짜 최악.

많은 대형 카페가 논밭 한가운데를 돌파해야 도달할 수 있음.

하지만 그만큼 내부 인테리어에 온 힘을 쏟아 보기에 아름답고, 음료와 간식 혹은 음식의 맛도 준수하며 특히 사진이 잘 나옵니다.

드럽게 비싸서 그렇지...

돈 없는 어린애들이 아니라 최소 자차를 보유한 계층들을 위한 시장.

많이 가봤어요.

자차도 없는 은둔뱁새가 왜 많이 가봤냐면,

가족 얘기를 꺼내야 하는데...

2.

가족 구성원들이 저 빼고 모두 외향인입니다.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모름 (약간 비난하는 어조임을 부정하진 않겠음).

이제는 다들 독립해 죄다 따로 살지만 가끔 모이긴 합니다.

그럴 때마다 가족들은 반드시 어딘가에 돈을 써가며 외출하고 싶어하는데, 우리나라에는 그러한 목적지가 별로 없죠. 그나마 대형 카페가 가장 무난하고요.

덕분에 많은 대형 카페의 인테리어를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거:

-동물원 겸용이라고 닭을 전시하는 곳 (그와중에 닭들 때깔이 좋았음)

-벽에 도배해둔 이끼에서 벌레 등장

-약수터 운동기구 설치해둔 곳

-부처님이 지켜보고 있음

-옥상에 작은 오두막이 한가득 있음 (new!)

작가가 카페 싫어하기는 쉽지 않지요.

대형 카페에 갈 때마다 늘 여기서 글쓰기 좋을까 안 좋을까를 체크해보는데, 저 new!를 붙인 오두막 카페는 딱 좋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오두막 안에서는 사방이 막혀있어 혼자 있을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정서적 안정감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랑 같이 있는데 혼자있기 좋다는 주제의 말은 할 수 없어 (사회성 up) 속으로만 생각하는데...

"저기 너네 집 보인다."

??

집 근처였던 것입니다.

또 당연히 다른 지역인 줄 알았죠.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이 카페 앞길 많이 지나다녔음.

카페 입구로 가는 길에는 인도가 끊겨서 아예 관심 끊고 있었죠.

왜냐, 접근성이 최악이니까!!

아니!! 내가 매일 아방궁을 지나치면서도 몰라봤다니!!

이렇게 어리석을 수가...

3.

그래서 자전거 타고 다시 갔어요.

길 진짜 드럽게 불편함 진짜... 직원이 앞에서 교통통제 하고있음.

녹차라떼 스몰 사이즈가 7500원 실화인가요?

그만큼 비용을 냈으니 본전을 뽑아야 하는데, 대형카페 탐방기나 쓰고 있습니다.

인테리어는 진짜 좋아요.

밤이 되니까 작은 오두막이 예쁜 조명을 받아 반짝반짝... 거대 나방들이 모여드네요.

딱히 벌레를 기피하진 않습니다. (모기 빼고)

모든 벌레는 사람들을 쫓아준단 점에서 익충이라 할 수 있죠. (모기 빼고)

나방 덕분일까요? 저는 카페 옥상을 전세냈습니다.

야외 좋아 + 혼자 있음 + 인테리어 아름다움 = 기분이 좋아짐

여기서 야설 써야지... 크하하...

그런데 갑자기 조명이 턱 꺼지고,

옥상문이 철컥.

.......................어?

안... 안 열려.

옥상에 손님 한 명을 내버려두고, 유리문 너머 직원이 어둑한 1층을 향해 계단을 내려가고 있습니다.

저기요...저기요!! 열어주...살려주세요!!

4.

뻥입니다.

그냥 그런 상상을 하며 옥상을 왔다갔다 했습니다.

뭔가 슬슬 마감하려는 분위기 같았거든요.

좀비 아포칼립스도 아니고 도로 한가운데 건물 옥상에 감금되어 아침해가 뜰 때까지 버텨야 한다면 나중에 웃기는 후기를 쓸 수 있겠다 싶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저는 마감 전에 무사히 탈출.

며칠 후에 다시 갔습니다.

이번엔 갇힐 걱정 없는 환한 대낮에요.

그런데 아차! 그 날은 주말이었던 겁니다.

예쁘고 넓은 카페에 아이들이......바글바글!!!

어느 자리에 앉아도 허리까지밖에 안 오는 꼬맹이들이 해맑게 뛰어다니고 있어!!

다들 놀러왔던 겁니다.

저는...

야설을 쓰는 어둠의 뱁새는...

근처에 어린이가 있기만 해도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그런데 주변에 어린이 어린이 어린이...!!

퇴마당한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악!!!!

도망!!!

5.

멀고 가는 길 험하고 비싼데 제가 거길 왜 갑니까?

작업하기 좋은 카페가 널리고 널렸습니다.

흥.

아니, 애초에 카페에 갈 필요가 있나요?

집에서 하면 되는데.

흥.

이 글은 집에서 썼습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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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정적인 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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