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전설화
무지개
나는 무지개를 쫓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결말은 다 다른 이야기지만, 무지개를 쫓는다는 발단을 어떻게 생각해낸 것일까? 무지개를 희망, 미래, 가능성, 의지, 기타 등등……. 여러가지의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무지개를 ‘허상’으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더 그런 걸지도 모른다.
어릴 적, 우연히 접한 책의 영향으로 무지개를 잡아보려 한 적이 있다. 지금이야 공기 중 미세한 물방울의 표면에서 가시광선이 산란하여 만들어진, 사람의 손으로는 절대 잡을 수 없는 형체라는 것을 알지만 바다 근처에서 살던 나는 지역적 특성 덕분에 꽤 크고 가까운 무지개를 자주 발견하곤 했다. 물론 이 동화는 미아가 되어 부모님께 크게 혼이 나고 집으로 돌아갔다는 결말을 맞이한다. 지금은 술자리에서 가끔 꺼내보는 이야기지만, 어린 나는 그저 무지개를 잡으러 간 건데 내 속도 모르는 부모님이 나를 그저 혼냈다고만 생각해서 꽤 억울해한 기억이 있다.
이토록 부질없고 허상적인 무지개를 사람들은 왜 포지티브적 의미를 부여하려고 했을까. 무지개를 잡는 결말은 대부분 노력하면 이루지 못할 것은 없다, 잡지 못하는 결말은 무턱대고 ‘좋은’ 것만을 추구하려 하다가는 오히려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쯤의 교훈을 주기 마련이다. 어쨌든 좋은 의미라는 거다. 그저 가시광선의 잔재일 뿐일 무지개임에도. 절대 싫다는 건 아니다. 그저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할 뿐이다. 덕분에 무지개를 떠올렸을 때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니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물론 나도 좋은 의미를 부여하려고 한다. 그저 가끔 비 온 뒤 뜬 무지개를 바라보면서 감히 기적을 명명한 사람들의 마음을 짐작하곤 한다는 말이 하고 싶었다. 나도 언젠가는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에게 그러한 의미를 부여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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