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타입 샘플2

키워드 : 설원 (공백 포함 2134자)

A와 B가 주술고전을 나오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 반성교에 들어가 교주 노릇을 하기 전 사이에 있었던 일이면 좋겠음. 1월에서 2월 사이의 어느 겨울날, A가 어느 설산에서 발생한 주령 이야기를 전해 들음. 지진 같은 천재지변 한번 없이 눈사태를 일으킬 정도의 주령이라 최소 1급, 최대 특급으로 분류되는 주령이었음. 당장 전력을 늘리는 일이 중요하니 A가 설산으로 가는데 그때 B가 눈에 띔. 특별히 위험할 것 같지 않아서 비술사 출신이라 실전 경험이 모자라기도 한 B에게 실전 경험이라도 시켜줄까 싶어 B를 데리고 감.

가는 길은 평탄했음. 설산에 가서 주령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았음. 산을 오르다 보면 이따금 있는 구릉지, 탁 트인 설원이 마치 자기 집인 양 있었으니까. 주령을 발견한 A는 B를 내세우고 자기는 뒤에서 정말 위험할 때만 한 번씩 도와주는 식으로 서포트 함. B는 A에게 쓸모를 증명하겠다는 생각으로 막대한 주력을 이용해 주령과 전투함. 이 모든 과정 역시 평탄했는데, 진짜 문제는 A가 주령을 조복한 후에 일어남.

주령의 주력과 B의 주력이 부딪히면서 산에 영향을 주었는지 삽시간에 산사태가 일어난 것. 화산, 해일, 천둥번개, 지진 등의 자연재해를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주령이 강해봤자 ‘진짜’ 자연재해에는 비할 바가 없는 것임. 두 사람은 순식간에 눈사태에 휩쓸리게 되고, 도중에 B는 정신을 잃게 됨.

B가 눈을 떴을 때는 해가 진 후였음. 산사태에 휩쓸렸을 때 어딜 어떻게 부딪혔는지 온몸이 욱신거리고, 심지어 이마는 찢어져 피가 나다가 얼었는지 얼굴에는 굳은 피가 묻어있음. 주변을 둘러보면 A의 흔적은 찾을 수도 없고, 심지어 핸드폰의 전파마저 통하지 않으며, 산사태 때문에 길도 엉망이 되어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도 알 수 없었음. 이 상황에서 B가 가장 먼저 생각한 건 A의 안위였음. 자신보다 강한 사람이니 괜찮으리라고 생각하는 한편, 직접 경험한 자연재해가 너무 거세니까 방어할 틈도 없었다면 혹시…… 싶어지는 거. 옷은 눈 때문에 젖어 눅눅하고 축축하고, 체온은 계속 떨어져 가는 데다가 체력도 슬슬 떨어지는 중이었지만 B는 그런 건 전혀 신경도 안 쓰고 “A님!” 하면서 최선을 다해 A를 찾았음.

그런데 여기서 A는 이미 산사태의 기미가 보일 때 진작 홍룡 같은 주령을 이용해서 하늘을 날아 몸을 피했고, 자연스럽게 B에게 손을 뻗어 B를 구하려고 하다가 다른 마음을 먹어서 관둔 거였으면 좋겠음. 존경이라는 감정은 모호하고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한계가 있으니까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는 ‘안전한 죽음’의 경험 직전에 B가 어떻게 구는지가 궁금했던 거. 일종의 시험이기도 했음. 이대로 자기 옆에 있겠다고 하면 이처럼 안전한 위험은 턱없는 이야기고, 이보다 더 잔인하거나 지독한 죽음이나 위험을 맞이하게 될 테니까. A는 혼자 생각해 봄. 아마도 눈을 뜬 직후에는 울지 않을까, 그 이후는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B는 A의 예상과는 다르게 내내 A를 찾아다녔고, 몸의 상처나 체력 저하보다도 A의 부재를 더 괴로워하고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였음. A의 입장에서 B는 다소 이해할 수 없었음. 특별히 무언가를 해준 것도 아니고, A가 생각하기로 강한 감정적 교류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저렇게까지 맹목적으로 굴 수 있나? 심지어 A가 생각하기에 B는 이타적인 사람도 아님. 그건 또 다른 이름의 ‘몰이해’고 이따금 몰이해는 꺼림칙함이나 두려움으로 표출되고는 함. A는 자신을 찾아다니는 B의 모습에서 묘한 울렁거림을 느꼈음. ‘이상하다’나 ‘다르다’는 게 인간 세상에서 아주 오래도록 배척의 사유가 되었던 것처럼.

감정은 감정이고, 관찰은 관찰임. 체력의 극한에 달한 B가 쓰러지기 직전 A는 B의 앞에 나타나 B를 받아들었음. 가물가물한 시선에도 A가 보이자 B는 A가 다친 게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함. B가 다행이라고 중얼거리는 걸 들은 A의 표정이 오묘해짐. B는 직후 기절해 A의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만약에 봤다면 그때 A의 표정을 꼭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모르는 선물상자를 받았을 때’의 표정이라고 말했을 듯. 그렇게 두 사람의 주령잡이 나들이는 A가 B를 이 일에 더 깊이 끌어들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어 끝났으면 좋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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