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싫

사랑

발할라 사르보부의 (아마도)어른의 사랑

사르보부가 어른의 사랑을 합니다

15금쯤되는거같은데 부끄럽네요…


욕실에선 따뜻한 기운이 여전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가볍게 입은 시몬 드 보부아르는 반쯤 젖어있는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닦아냈다. 차분한 분위기의, 서가에 책이 가득한 방에는 약간의 잉크향과 바디워시 향이 어우러져 묘한 향기가 어려 있었다. 금빛의 물결진 머리카락을 둥그런 빗으로 천천히 빗어내리던 그의 귀에, 네 번의 노크 소리가 들렸다.

“네, 누구신가요? 잠시 기다려 주시겠어요?” 보부아르는 목소리를 높여 응답했다. 문 밖의 상대는 답하지 않고, 노크를 이었다.

. _ . . . _ _ _ _

보부아르는 웃어보였다. 그리곤, 아무런 대답도 없이 선뜻 문을 열어젖혔다. 문 앞에서는 키가 큰, 부산스러운 머리로 한 쪽 눈을 가린 남자가 엉거주춤 한 손을 들고 있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남자는 입꼬리를 올렸다.

“나인 걸 어떻게 알았어, 내 사랑?” 장폴 사르트르였다.

“Castor.(*프랑스어로 비버; 사르트르가 보부아르를 부르던 애칭이라고 알고있습니다. 틀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애칭을 어떻게 잊겠어.”

“그래, 내 사랑하는 비버. 다 두드리지도 않았는데 문을 벌컥 열다니, 너무 경계심 없는 거 아닌가?”

“내게 이런 장난을 칠 사람이 어디, 자기 말고 더 있나?” 보부아르는 눈을 흘기며 웃었다.

“보아하니, 뭔가 쓰고 나서 씻은 모양인데.”

“보자마자 아는 거야?”

“내가 당신을 본 시간이 얼마인데, 내 사랑. 방에서 나는 향만 맡아도 알지.”

“그러는 당신은 파이프 한 대 피우고 도서관에 다녀왔네.”

“질문 돌려줘도 될까, 보자마자 아는 거야?”

“똑같이 말해줄게. 당신에게서 나는 향만 맡아도 알지.”

둘의 시선이 마주쳤고, 묘하게 얽혔다. 픽 웃은 보부아르는 발뒤꿈치를 들어 사르트르의 입에 입술을 가볍게 댔다. 사르트르는 자연스럽게 목을 굽혔고, 보부아르는 그의 목을 감싸안았다. 두 사람의 입이 벌어졌고 혀가 얽혔다. 미묘한 담배 향이 입을 맴돌았다. 두 사람의 키스는 아주 길게 이어지진 않았다. 보부아르가 어깨를 부드럽게 두드렸다. 그만, 이라는 의미였다. 사르트르는 그의 뜻에 반하지 않았다. 입술이 떨어졌고, 주먹 하나도 채 들어가지 않을 거리에서 두 눈이 다시 마주쳤다.

“묵은 라타키아.” 보부아르가 말했다. “연인과 키스할거면서 향 강한 연초 피우고 얼마 되지도 않아 온 거, 너무 매너 없는 거 아냐?”

“역시 알아보는군. 여기선 묵은 연초를 구하기가 어렵지 않아서 좋단 말이지.”

“말 돌리지 말고.”

“하하. 어차피 당신도 흡연자면서 뭘 그래.”

“그건 그렇지만.”

두 사람 다 얼굴에 살짝 열이 올랐을 뿐 달리 대단한 고양감을 느끼지는 않는 듯했다. 사르트르는 그에게서 떨어져 아무렇지도 않게 수건과 펜을 정돈하고 있는 보부아르의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집요할 정도로 바라보는 시선을 느낀 보부아르는 두꺼운 서책을 책상에 내려놓았다. 어찌나 무거운지, 조용한 방에 쿵 소리가 울렸다. “뭘 그렇게 보고 있어.”

“아니, 그냥. 새로운 당신의 모습을 이리 내 눈으로 볼 수 있는게 좋아서.”

“이곳에 같이 있는게 좋다고?” 보부아르는 책상 끄트머리에 기댄 채, 돌려 말하지 않고 대꾸했다.

“그것도 맞지만, 알잖아. 나는 마지막 순간에 당신의 얼굴을 보지 못했어. 당신은 줄곧 내 옆에서 눈물을 흘렸는데도.”

“여기서 다시 만날 줄 알았으면 그정도로 울지 않았을텐데.”

“아니, 울어주면 안 될까? 당신의 그 억눌린 울음소리, 꽤 용기가 됐다고. 죽음을 마주하는 데에.”

“허, 실존주의자가 할 말인가?”

“나도 그리 생각해. 그렇지만 직접 눈앞에 두는 건 느낌이 달랐어서.”

“그래, 뭐, 우리도 인간이니까. 당당했지만, 두려움과는 별개지.”

“죽음을 초월한 공간에서의 재회… 생전에 전혀 상상해보지도 못한 상황인데 말야.”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도 사랑하길 선택했고.”

“그렇지.”

“앞으로의 선택도,”

“각자의 동등한 선택과 솔직한 의사표시로 이루어질거야.”

“우리는 이전에도, 지금까지도 하나니까.”

사르트르는 낮게 웃었다. “내 사랑, 옷이 너무 가벼운데.”

자연스레 가까워진 둘의 입술은 다시금 겹쳐졌다. 이번에는 두 사람 모두 꽤 밭은 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입에선 연초향이 났지만, 묘한 단맛도 느껴졌다.

우리는 두 사람 다 죽음을 직면했고, 당당히 맞이했다.

그 죽음은 우리의 재회로 이어졌고, 죽음을 초월한 공간은 우리의 사랑을 이어가게 했다.

하여 우리는 감히 의심한다.

우리의 사랑은 각자의 실존 위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죽음이 사라져 실존이 애매해진 세상에서, 우리의 다음 실존을 증명하는 것은,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사르보부 쓰고싶어서 짧게 썼는데

부끄러워요아아악

진짜 공식CP 연성을 말아봤는데 무드가 잘 살았나 모르겠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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