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ㄹㄱㅇ

담뱃갑 바코드를 스캐너에 넣고 스위치

약 ㄷㅋ / 캐붕 주의 / 필자는 비흡연자입니다

Tik Tak Tok by OR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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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 https://www.youtube.com/watch?v=0xAIFkryxLI


“형 담배 안 피우지 않았어요?”

베란다에 서 있던 혁규의 뒤에서 잠이 덜 깬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쟤는 왜 또 자다 일어나가지고는…. 김혁규는 느리게 응? 한 마디 하더니 슬쩍 담배를 옆에 놔둔 재떨이에 비벼 껐다.

혁규의 방에서 불규칙한 걸음으로 나오는 민석은 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상태였다. 저러면서 담배 물고 있는 건 어떻게 본 거지.

“형…. 담배 안 피웠잖아요. 군대 가기 전엔.”

민석이 그리 말해도 혁규는 창을 활짝 열어놓고 난간에 팔을 기대어 바깥이나 보고 있었다. 볼 게 뭐가 있다고. 민석이 맨발로 혁규 바로 옆에 섰다.

“언제부터 피웠어요? 갔다 와서?”

꿍얼거리는 목소리로 물어도 혁규는 츄리닝 주머니에서 말보로를 꺼내 한 개비 입에 물 뿐이었다. 그 상태로 한 몇 십 초 있었나, 혁규가 민석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옆에서 올려다보는 민석을 곁눈질 하니 민석은 제법 날카롭게 말했다.

“아, 말 안 할 거예요? 진짜?”

‘눈치껏 가지, 그냥….’

혁규는 결국 불도 안 붙인 연초를 떨떠름한 표정으로 다시 담뱃갑에 집어 넣으려 했다. 그러다 그걸 민석이 확 낚아챈다.

“말보로네요?”

“알아?” 헛웃음 섞어 내뱉은 말. 그제서야 류민석을 내려다 본다. “아니, 네가 어떻게 알아.”

“아뇨? 몰라요. 근데 유명하지 않나? 막, 독하고.”

“글쎄…. 그냥 경호 형이 하던 거 따라 샀던 거라. 에휴…. 됐다. 들어가. 나도 이제 잘 거니까.”

그러면서 민석의 등을 힘 없이 떠밀었다. 민석이 꿍 하고 버티며 서 있는다. 오늘따라 왜 이래? 아니, 한 두 번인가….

얘한테 만큼은 들키고 싶지 않았다. 물론 민석이가 술담배 그런 거, 싫어하는 것도 있고. 이렇게 보여도 대외적인 이미지 관리는 철저했던 데프트이니만큼 현역일 때는 절대로 밖에서 피우는 일이 없었으며…, 은퇴하고 나서도 특별히 거지 같은 일이 있거나 하지 않는 이상에는 잘 안 피웠다. 끽해야 회식 자리에서 어울리는 정도였고, 그마저도 주변에 피우는 사람이 엄청 많은 것도 아니였다. 맞담 까는 사람들의 반응은 십중팔구 이랬다. “안 할 거 같이 생겼는데 의외네….” “원래 안 했었어요.” “이 게임 하면서 어떻게 안 빨고 버티냐.” “딱히, 그런 건 아니고….”

“뭐야, 그럼 들어가기 전에 피웠다는 거네….”

“어.”

“와, 진짜 몰랐음. 배신 당한 기분.”

“뭘 배신이냐….”

“그럼 그 때는요? 창현이 형이랑 할 때. 창현이 형도 했었잖아.”

“걔랑 같이 한 게 3년인데, 언제 얘기야. 근데, 너 있을 때는 안 했어.”

“DRX 때요?”

“경호 형 군대 가기 전이니까…. 언제지. DRX 있을 때였나. 아니다. 나 담원 있었을 때. 그냥…, 그 때 어쩌다가. 근데 팀원들은 안 했어서 그냥 자연스럽게 별로 안 하게 되던데. KT 들어가서나 좀…, 창현이 있으니까 편하게 했고….”

“그걸 어떻게 지금까지 저, 저한테 말을 안 할 수가 있어요? 그럼 몇 년 된 거야?”

“내가 왜 너한테 말해야 하는데….”

데프트가 웃으면서 내려다봤다. 케리아는 특유의 표정으로 데프트를 노려본다.

“…너 나 군대 가기 전에 우리 집 마지막으로 왔던 게 언제지?”

“그 때 한창 시즌 중이라 바빴을걸요. 그래서 걍, 형 가기 전에 밥이나 먹었던 거 같은데. …그럼 24년도 여름인가?”

말도 안 돼…. 민석이 제 입을 손으로 막고 혼자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모르는 거 아냐? 난 그 때도 피우고 있었는데….” 김혁규는 끝까지 시치미를 뗀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다시 적막이 돌았다. 왜 말을 안 하지, 하면서 의문을 품고 있을 때 쯤 민석이 혁규에게 달려들어선, 얼굴을 파묻고 두 손으로 혁규의 옷자락을 꽉 붙들었다. 어느샌가 민석의 손에 들려있던 말보로는 저만치 떨어져 있고 없었다. 한 갑을 통째로 버렸네. 미치겠다. 그러더니 혁규의 가슴팍에서 무언가 웅얼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라고?

“…… 나네….”

“어?”

“…진짜 담배 냄새 난다고….”

민석이 고개를 더 숙인다. 혁규는 민석의 오른손을 잡아 가지곤 자신에게서 떼어냈다. 차갑잖아.

“…… 춥다. 들어가자.”

김혁규는 오른손으로 창을 닫았다. 희미하게 떨어진 담뱃갑이 보였다. 그냥, 다시 사는 건 좀 미루자.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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