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등 2차

[해량무현] 시켜줘 명예공청기 - 5

놀랍게도 비축분입니다

두시전에자자 by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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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어제 일이라 이제 거의 주먹질 파티, 주먹질 대잔치, 주먹질 블랙 프라이데이 이런거 열렸을 줄 알았거든요."

듣고 보니 그렇다. 박무현이 겪어본 해저기지 특성상 그 정도로 난리가 났으면 딥블루는 이미 월드컵 한일전 열린 날 치킨집 만큼 불이 나야 정상이다.

"어… 그런데 요 며칠 응급 환자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빵 드리고 바로 돌아가야 할 줄 알았는데 웬걸 한가하시네요."

"음… 다들 대화로 해결하신 게 아닐까요?"

유금이가 대답은 안 하고 웃었다.

일주일… 고작 일주일이라니… 너무 짧았다. 차라리 한 달 전에 미리 얘기해 줬다면 마음의 준비를 했을텐데… 하긴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박무현은 사실 제 마음이 무거운 진짜 이유를 알고 있었다. 목적을 감추고 신해량에게 접근해서 이득을 챙겨왔기 때문이다. 털어놓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애초에 없었다. 성실한 엔지니어에게 당신을 속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털어놓으려면 이제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이런 경우 박무현은 정답을 알고 있다. 더 미루지 않는 것이다.

사과와 사랑니 발치는 미루지 않는 편이 좋다. 박무현은 결연하게 패드를 들고 신해량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늦은 저녁 백호동 38호실의 도어벨이 울렸다. 신해량이 약속한 시간이었다. 박무현은 침대에서 노을이를 주물럭거리다 벌떡 일어났다. 분명 방금까지 심호흡을 하며 진정을 했는데 다시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사랑니 뽑으러 갈 때랑 비슷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업보니까… 박무현은 책상에 노을이를 대충 올려두고 문을 열었다. 업무를 막 끝내고 온 듯, 엔지니어복 차림인 신해량이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헉, 지금까지 업무 보고 오신 겁니까?"

"안녕하십니까. 업무는 6시쯤 끝났고, 밥 먹으면서 리뷰 정도만 하고 오는 길입니다."

"그래도 고생하시네요."

"혹시 들어가서 해야 하는 이야기입니까?"

신해량이 방 안을 곁눈질했다. 박무현은 얼른 문 밖으로 한 발짝 나왔다.

"아뇨, 금방 끝납니다. 어… 금방 아닐 수도 있지만…"

박무현의 뒤에서 슬라이딩 도어가 스르륵 닫혔다. 신해량이 가만히 박무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할 수 있다, 박무현.

"저, 사실… 지금까지 신해량 팀장님께 제가 숨긴 게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분명 생각해 뒀는데, 어디부터 얘기해야 하지? 박무현은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그… 퇴사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예. 엿새 정도 남았습니다."

"그래서, 저어… 휴, 그게, 사실…" 박무현은 심호흡했다.

"…제가, 신 팀장님을 이용했습니다."

"예?"

"제가 사실 센티넬 능력이 조금 있습니다. 그런데 신 팀장님이 가이드시니까…"

박무현은 말을 더 잇지 못했다. 신해량의 표정이 변한 것 같았다. 분위기가…

"제가 가이드인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네, 네?"

"제게 가이드 적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저희 팀원 중에도 없습니다. 알고 있는 사람은 정부 쪽의 극소수 뿐입니다."

"어, 어, 그런가요?"

정말로? 해저기지에도 에스퍼가 많을 텐데 아무도 몰랐다고? 박무현의 당황과 상관 없이 신해량의 표정은 험악해져만 갔다. 겁이 났다. 무슨 배짱이었을까? 상대는 물리력으로 해저기지를 휩쓸고 다니는 사람이다.

"어쩐지 자주 불러낸다는 생각은 했는데…"

"그게, 그것도 설명을…"

"무슨 속셈이었지?"

신해량의 양 팔이 문을 짚으며 박무현의 도주를 봉쇄했다. 박무현의 심장이 맹수를 만난 듯 뛰었다. 순수한 공포가 그를 지배했다. 도망쳐야 해. 도망쳐야… 

박무현은 겁에 질려 에스퍼 능력을 발휘했다. 

신해량의 눈 앞에서 박무현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박무현은 50cm 뒤인 방문 안쪽으로 순간이동했다. 숨이 가빴다. 헐떡거리는 와중 문 너머에서 신해량의 목소리가 몽롱하게 들렸다. 뭐지? 과호흡인가? 방의 아래위가 뒤바뀌는 기분이 들었다. 잠깐 사이에 자신은 바닥에 있었는데, 벽인 것도 같았고, 천장인 것도 같았다.

“쿨럭, 헉.”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확실하진 않았다. 시야가 어둡고 입 안이 찝찔했다. 

더 이상은 생각하는 것이 어렵다.

자야 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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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정교한 강아지

    너무 재밌어요... 무현쌤은 힘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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