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패] 에이전트 아냐, 미션 임파서블 1
스파이패밀리 / AU 스파이가 아닌 로이드와 스파이 아냐
2024/12/01 수정
일단 로이드 포저는 이 기록상에서만 쓰인 가명(그 왜 CIA회고록 같은데서 등장인물들 전부 이름 바꾸듯이…)인 걸로.
10여년 전 전쟁은 없는 설정으로, 웨스탈리스 대사관 근무 로이드 포저(가칭)씨와 에이전트 아냐
—
총이 주어졌다.
다시 말하지만 총이 주어졌다. 오스타니아에서, 평범한 대사관 직원인 그에게.
당연히 대사관 앞으로 정식으로 등록되어있는 무장은 아닐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안다. 이 선을 건너면 돌아올 수 없다. 그러나 거절은 선택지에 없었다. 그 어느 밤의 만남 이래, 그에게 선택지가 존재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지금 이 결말조차도 처음부터 깨닫고 있었을 여자는 팔짱을 낀 채 손끝만 톡톡 두르렸다. 무언가를 재보고 있는 것처럼. 혹은 기다리는 것처럼.
“코드네임은 그래, 일단 ‘황혼’이란 걸로.”
창 밖을 흘끗 보고 붉은 머리의 여자는 웃었다. 마침 해가 지고 있었다.
어둑해지는 석양 아래서 지금 청년이 무슨 표정을 짓고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게 어쩐지 우스웠다. 틀림없이 그녀가 지금까지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얼굴이겠지. 자신이 무리난제를 들이밀 때마다 일부러 지어보이는 울상도, 아내 앞에서 붉어져 미소짓는 수줍은 얼굴도, 딸에게 고함을 지른 후 어쩔 수 없다는듯이 웃는 행복한 얼굴도 아닌.
굳이 궁금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앞으로 질리도록 많이 볼 얼굴이었으므로.
지급받은 총의 슬라이드를 당기고 상태를 살피는 태도는 능숙하다.
그래, 이것도 그를 ‘후보’에 넣은 이유 중 하나였지. 청년은 군사작전의 경험이 있다. 웨스타니아 군은 아니었다. 20대 초반, PMC에서의 근무경력. 당연히 실전이 포함된. 외무부에 들어오기 전에 잠시 일탈했던 어린 시절의 기록은 깨끗하게 지워서 주변에는 줄곧 점잖은 책상물림이었던 척 하고있지만, 정보국은 그정도 과거는 얼마든지 캐낼 수 있다.
그 자신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성공적으로 과거를 지웠기 때문에 거기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과거가 있었기에 채용될 수 있었다.
필요한 때 쓸 수 있는 ‘예비용 말’로서.
정보국은 언제나 플랜B를 준비해두는 법이니까.
“그따위 걸 가질 생각은 없습니다만.”
“딸은 데려와야지?”
“…….”
“10분 후에 출발하네. 더 필요한 것은?”
이쪽의 의도까지도 깨닫고는 있었는가 그는 퉁명스럽게 대꾸했으나 이어진 말에 그대로 침묵했다. 손은 그대로 건네받은 부무장을 레그홀더에 장착한다. 어쨌든 이번 작전에서 하차할 마음은 없어 보인다. 그거면 충분하다.
이 상황에서도 평소처럼 투덜거릴만큼은 냉정하다. 그것을 확인한 것도 좋은 성과다.
“그런데 정말 이거, 괜찮은 겁니까? 오스타니아 안에서 군사 작전?”
“스파이가 언제는 그런거 신경쓰는 거 봤나?”
“알게 뭡니까! 제가 본 스파이라곤 셔우드 씨 뿐이라고요!”
“아 그래? 자네 단골 케밥집 주인 아저씨, 그 사람도 우리측 정보원이야.”
“알고 싶지 않습니다!”
***
알아도 모른 척 해라. 엮이면 곤란해진다. 해외공관에서 근무하는 외무부 직원들 사이에서 은근히 널리 퍼져있는 보신을 위한 조언이다. 정보국 사람들의 일에 엮여서 좋을 게 없다는 것은.
‘누가 정보국인가’는 공식적으로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근무하다 보면 감이 온다. 장기 근무, 그러나 주된 업무는 맡은 것이 없으며, 그리고 빈번히, 자리에 없다.
그에게 실비아 셔우드는 한없이 그레이였다.
뭐 우리 부서는 아니니까 다행이지.
‘…라고 생각해던 시절이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그는 알게 되었다. 재앙은 이쪽에서 피한다고 애써봤자 때가 되면 저쪽에서 알아 찾아온다는 것을.
ㅇㅇ과에서 일손이 좀 필요하다는 것 같아. 자네가 야근 좀 하게 라고 말을 건넨 부장은 알았을까. 기다리고있던 것은 정보국이었단 사실을.
알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용건조차도 짐작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뿐이었겠지. 외교관은 절반 쯤 합법적인 스파이에 가깝다. 영문을 모를 요청과 부탁과 서류절차가 넘어오면 사정을 묻는 대신 오히려 열어보지않고 처리하는 것이 보신임을, 그 자신 역시 알고 있었으므로.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일이 되면 이야기는 달라지는 법이다.
‘그’, 그러니까 신변이 깨끗하고 근무 경력도 적당히 2년차라 이후 장기 위장에도 적당하단 이유로 선발된 주오스타니아 웨스탈리스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어느 사무관 ■■■■(이하, 로이드 포저로 지칭)는 이날 부로 정보국에 의해 ‘포저(위조자)’란 코드네임을 부여받았다. ‘WISE의 협력자’라는 위치로.
물론 이 선정 과정에 본인의 동의 따윈 없었다.
원래 정보국이 외무부에 대해하는 일처리가 다 이따위다.
몇 분간, 그를 세워둔 채 아무말도 없이 바라보고 있던 실비아 셔우드 사무관은 대체 무엇을 납득한 것인가 한번 고개를 끄덕이고는 갑작스럽게 본론으로 들어갔다.
“오퍼레이션 올빼미라고 하네.”
뭐가요? 하고 그는 생각했다. 아니 그게 뭐가 됐건 이 이상 듣고 싶진 않다. 이대로 되돌아 나가면 안될까? 될리가 없지만. 하지만 오퍼레이션? 그따위 이름이 붙은 것이 평범한 공무원의 일상에 튀어나와서는 안될 일이다.
“본래 이 업무에서 ‘부모’역을 맡기로 한 우리 측 요원들이 최근 오스타니아 국가보안국의 스파이 색출에서 걸렸어. 이제와 본국에서 담당자를 새로 파견하는 것도 급조 같아 의심스럽지.
물론 우리도 훈련 받은 적도 없는 자네 보고 스파이 일을 하라고 하진 않아.
상세를 이야기해도 서로 곤란해질 뿐일테고, 그냥 모르는 채로 아이의 아버지 역을 맡아주길 바라네. 설정은, 그래 그렇게 해둘까. 본국에서 아이의 어머니가 죽고 해외 근무 중 외가에 맡기고 있던 딸을, 부임이 길어지게 되자 자네가 맡게 된거지. 아이는 부모가 키워야 하지 않겠나.”
“네?”
“축하하네. 승진이야.”
“네???”
“그렇군, 가능하면 5,6년은 더 근무해주면 좋겠어.”
“전 오스타니아를 떠나고 싶다구요! 당장 저번 달에도 전출신청을 넣었는데요?!”
비밀경찰이 항상 감시하고 변변한 오락도 없다. 사회는 엄숙주의에 가까운 분위기며 숨막힐 정도로 보수적이다. 거의 아버지 세대의 나라 같은 곳이다. 이런 나라에 장기 근무하고 싶어하는 젊은 남자 직원 따윈 없다.
하물며 애가 딸려서.
그렇다. 애가 딸려서……
애?
그 순간 그는 자신에게 강제로 주어지게 될 임무에 대해 곱씹게 되었다.
자신에게 딸 같은 것은 없다. 죽은 전처도 당연히 없다. 과거의 처신이 단정한 편이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책임질 일에는 신중해왔던 편이다. 전 여친을 미혼모로 만든 기억같은 건 있을 턱이 없다.
그런데, 딸? 어디서?
마치 그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기를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책상의 그늘에서, 있는 줄도 몰랐던 작은 여자아이가 타박타박 걸어 나왔다.
“그리고 여긴 딸이네.”
“원래부터 아버지의 딸인 아냐입니다!”
“…….”
아이는, 진짜로 아이였다. 스트로베리 블론드의 귀여운 여자아이. 인형을 안고 있고, 사실 학교를 가기엔 좀 어려 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6살…은 아닌 거 같은데.
“어디서 납치해오신 겁니까.”
그는 지금 자신의 상황조차 잊고 잠시 실비아 셔우드 사무관을 불신에 가득찬 눈으로 쳐다보았다. 밤 9시에 대사관 한구석에서 어린아이가 나오는 상황이 아무리 생각해도 멀쩡한 상황 같지는 않았다.
“실례군. 이래 뵈도 최연소 WISE 요원일세. 인사하지. 이번 작전의 담당자야.”
“……네?”
***
같이 살 집이 주어졌다. 새 집에는 집열쇠를 준적도 없는데 자신의 독신자용 숙소의 짐이 모두 옮겨져 있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를, 그러나 묘하게 새 것 뿐인 아이의 짐도 함께.
로이드 포저의 ‘아버지’ 생활이 시작되었다.
우리 애가 혹시 천재가 아닐까? 하는 헛된 기대를, 그 역시 다른 모든 부모와 마찬가지로 품었던 적이 있다. 반나절 정도였다. 곧 현실을 깨달으며 그 기대는 곧 다른 걱정으로 대체되지만.
하지만 이 경우만큼은 그의 잘못은 아니다. 그렇지 않나. 실비아 셔우드는 아이를 ‘최연소 요원’이라고 소개했던 것이다. 6살의 나이로 정보국에 속해있을 아이라면 천재라거나 거기에 준하는 어떤 특수한… 부류라고 생각하고도 남지 않은가.
아니었다.
전혀 아니었다.
어떻게 이 아이가 정보국 요원인지 거기부터 모르겠다. 아냐-이제는 그의 성을 따서 아냐 포저라고 불리게 될-는 평범했다. 6살에 능숙하게 글자를 읽은 것은 그래 빠르다고 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읽을 줄만 알 뿐이다.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 같지는 않았으며, 쓴 것은 거의 알아볼 수가 없었다. 산수 계산은 거의 못했고, 그외 과목의 지식도 어설펐다. 솔직히 상식조차도 부족했다. 그리고 인내심도.
아이는 조금만 공부를 가르칠라 치면 그대로 흥미를 잃고 만화영화나 보고 싶어했다. 참고로 스파이 워즈를 좋아했다. 본인이 스파이인데도 스파이 만화가 재밌나?
아니, 스파이가 맞기는 할까.
어쩌면 실비아 셔우드는 그럴듯한 핑계를 대서 보호자가 없는 아이를 그에게 떠맡기려 한 것 뿐인 것은 아닌가. 마침 정보국에서 요원들이 대량으로 색출되었다는 이야길 하지 않았나. 정보국 소속이라고 소개했지만 실은 그저 어느 체포된 요원의 아이에 불과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의심이 거기까지 미쳤을 때 묘하게 정확한 타이밍에 아냐가 말했다.
“아냐, 이든에 입학하면 세계평화!”
세계평화가 왜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애초 이든 입시? 그거… 가능해? 얘로?
실비아 셔우드는 아이를 맡기며 그에게 그렇게 말했다. “임무의 목적은 몰라도 되네. 남들처럼 평범하게 아이의 부모 노릇을 해. 아이를 이든에 입학시키고 우등생으로 키우게.” 평범한 부모가 아이에게 기대하듯이, 그저 조금 교육열이 극성인 아이의 보호자가 되어달라고. 그 말을 들었을 때, 그 역시도 엄격한 부친 아래서 공부공부 소리를 들으며 컸던만큼 평범한 웨스탈리스 중류가정의 부모 답게 굴라는 거군 하고 납득했다.
납득했었다.
아냐의 기대 이하로 낮았던 학력과 마주하게된 순간 이전까지는.
“……갈 수 있어?”
“……입학하면 세계평화.”
아까보다 좀 작고 자신없는 목소리였다. 방금 전까지 공부하기 싫다고 뻣대던 아이가 문제지에 고개를 박고 시험 문제를 푸는 척 했다. 물론 답은 나오지 않는다. 문제부터 이해를 못했으니까.
……실비아 셔우드는 아이를 맡기며 그에게 말하지 않았다. ‘이든 입시’야 말로 미션 임파서블이 될 거라고는.
“본국에서 갑자기 딸이 왔다고?”
프랭키 프랭클린이 킬킬거리며 웃었다. 주말 낮, 아이가 ‘정기보고’하러 가야한다며 변장을 하고 나타난 실비아 셔우드와 함께 가버렸기 때문에 그는 며칠만에야 처음으로 빈 시간 동안 현지 친구를 만날 틈을 낼 수 있었다. 지난 며칠은 이사와 출근과 육아와 아이의 교육으로 그의 일상은 전부 날아간 상태였으므로.
자신의 아이가 아니란 이야기를, 해선 안된다는 것 쯤은 그도 알고있다.
직장에서도 결국 이 아이는 자신의 아이인 것으로 처리되었다. 다만 일년 넘게 함께 일한 동료들마저 사실은 전 여친과의 사이의 아이로 그쪽에서 키우고 있어 평소 만날 일은 없었지만 이번에 돌보게 되었다는 그… 난데없는 설정을 이상하게 이해한다는 시선으로 받아들여줘서 그는 내심 마음의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내 이미지 대체 뭐였길래?
물론 그대로 말할 수는 없어, 그런데 직장동료 아무도 내게 실은 딸이 있단 이야기에 놀라지 않더라고 투덜거렸더니 프랭키는 다시 한번 웃고는 말했다.
“그야 너 인기 있을 타입인데 인간관계 얕잖아. 별로 깊게 사귀고 싶어하지도 않고. 사실은 애가 딸렸다고 하니 아, 그래서 하고 납득한 거지 다들.”
내가 보기엔, 애하고 상관없이 넌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정없는 자식인 것 뿐이긴 한데 하고 프랭키는 마무리로 안해도 좋을 악담을 덧붙였다.
딱히 부정할 수는 없었으므로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서 입시 대책 중?”
“상사…가, 외교관 자녀면 이든 정도는 보내야하는 거 아니냐면서 다그쳐서.”
실비아 셔우드는 자신의 직속상사가 아니었지만 딸의 상사…니까 대충 상사라고 지칭해도 될 것이다. 어차피 그를 볶아대는 것도 그녀다. 나는 정보국도 아닌데. 하지만 정보국에 얽히면 딱히 이쪽의 발언권 따위는 없다는 것을 해외공관에 근무하는 많은 앞선 피해자들이 증언하고 있다. 전쟁의 시기는 지나 어디까지나 우호적으로 교류하는 척 하고있어도 잠재적 적성국으로 분류되고 있는 오스타니아 주재 외교관들의 슬픈 현실이었다. 아무도 오고싶지 않아하는 곳이다. 보통 험지 근무는 신참의 몫이고 2,3년쯤 지나면 본국으로 돌려보내준다. 남들보다 외교부 입사가 좀 늦은 그였지만 그런 그도 슬슬 근무한지도 만 2년이다. 원래라면 내년쯤이면 돌아갈 수 있었을텐데.
이젠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가늠도 되질 않는다. 앞날이 회색이다.
자신의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어두워진 얼굴에서 대체 무슨 착각을 한 것인지, 프랭키는 잠시 더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더니 저 안쪽에서 부스럭거리며 뭔가를 꺼냈다.
“흠, 그런 가여운 학부형에게 프랭키 씨가 구원의 동앗줄을 내려드리지. 이든 입시문항 최신판.”
“응?”
“진위여부는 묻지말고.”
프랭키 프랭클린이, 수상한 종류의 정보 장사…같은 것을 하고있다는 것은 그 역시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오스타니아에서 그를 다시 만났을 때 유난스레 친절히 대했던 것도 아마 지금의 그가 ‘쓸모가 있을지도 모를’ 웨스탈리스 대사관의 직원이 되어 있어서였으리란 것도.
하지만 지금 건네는 손길은 순수한 선의다. 혹은 동정이거나.
예상치 못한 상대에게서 건네진 구원의 손길을 그는 조금 감격스럽고도 떨떠름한 기분으로 받아들였다. 이 녀석 생각보다 좋은 녀석이었구나란 마음과, 이 녀석이 동정할 정도로 지금 내 상황 답 없어 보였던 건가라는 미묘함.
이해와 타산 사이에서도 가끔 우정은 태어난다. 그것을 새삼 기묘한 계기에서 실감했다.
정말로 그 수험대책 모의시험지가 쓸모가 있었는지 아니면 정보국이 뒤에서 무언가 수작질이라도 부린 것인지, 아무튼 아냐는 기적처럼 필기를 합격했다. 그 결과를 들었을 때 한 주 넘게 갑작스런 육아와 입시로 한계까지 갈려들어가고 있던 로이드는 안도한 후 그대로 거의 기절하듯 잠들었다.
사실, 작전이 성공하든 아니든 정보국과는 관계없는 그와는 아무 상관도 없다. 실패하는 쪽이 빠른 일상 복귀란 측면에선 그 개인으로서는 나은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이가 간절해 했으니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는 그것이 세계평화 만큼이나 대단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진심으로 믿으며 합격을 바랐으니까.
열심인 아이에겐, 어른은 그저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법인지라.
두 사람분의 노력과 수상쩍기 그지없는 한사람 분의 도움에, 마침내 이든은 합격으로 응답했다.
품안이 희미하게 따스해, 그는 놀라 일어났다. 어느새 아이가 품안에서 자고있었다. 갑작스런 그의 움직임에 아이도 함께 깨었는지 눈을 부비며 멍하니 일어나더니 생각났다는 듯이 소파옆 테이블에 올려두었던 우편물을 그에게 건넸다.
이든에서 온 합격… 아니 2차 시험 안내.
필기 합격의 안내와, 면접 일시의 지정. 그리고.
“어머니, 존재 안 해.”
면접은 부부동반.
역시 이거 미션 임파서블인게?
***
“그때 어째서 날 고른 거야?”
모든 일이 끝난 뒤에, 질문을 하기에도 너무나도 많은 것이 흘러가버린 어느 뒤늦은 시점에서 이제야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아버지가 그렇게 물었다. 아냐는 그저 “스파이 아냐의 직감.”하고 대답하고는 훗 웃었다.
그러면서 아냐는 어느 먼 날을 떠올렸다.
아버지만 두근두근 했으니까.
대사관에서 일하는 그 많은 사람 중에서, 실비아 셔우드를 정보국의 일원이라고 짐작하고 있던 사람은 아버지 만은 아니었다. 그날 밤에 불려온 ‘후보’도 실은 아버지 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실비아 셔우드에게 불려 ‘면접’에 온 이들 중 로이드 만이 그녀의 부름이 정보국와 엮여있음을 짐작하면서, 껄끄러워하면서, 그러면서도 ‘두근두근’했으니까.
아냐가 풀메탈 레이디를 만나, “스파이가 되지않을래?”란 이야기를 들었을 때처럼.
틀림없이 이 사람은 본드맨이야.
그래서 아냐는 그를 선택했다.
내가 어쩌다 이런 일에 말려들어서는 이라고 오늘도 투덜대는 아버지한테는 비밀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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