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팔
5.3 및 설정집 3권 스포일러
TYYYYYYYYYYY by 칙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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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가볍게 오른손에 힘을 주어 주먹을 쥐었다. 다시 편다. 이번에는 손가락을 조금씩 구부려 헐겁게 주먹을 쥔다. 하나씩, 하나씩 손가락을 차례대로 구부렸다가 편다. 이내 손을 편편하게 펴고는, 그라하 티아는 제 오른손을 한참 내려다본다. 혈색이 도는, 온몸을 덮은 피부와 별다르지 않은, 왼손과 같은 핏줄과 근육과 뼈를 가진, 제 왼손과 다를 바 없이 움직이는 오른손을 한참 내려다본다.
한 번, 부수어 수정 조각들을 에테르를 이용해 이어 붙여 구동하는 데에는 분명히 마법이 작용하기는 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구동이 익숙해지면서는 에테르를 통해 붙여 놓은 오른팔은 제 신체를 움직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랬는데.
생각보다 많이 달랐구나. 아주 오래간 쓰지 않았던 신체 부위임에도 불구하고 ‘제 몸처럼’이라는 표현과 같이 오른팔과 손을 움직이는 것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웠고 수월했다. 아주 조금의 힘을 주어도, 혹은 힘을 주지 않아도 쉽사리 움직이는 제 오른손을 바라보던 그라하 티아는 이내 씩 웃었다. 웃을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혹은 그라하 티아, 아니, 수정공에게조차 한때는 압사당할 것만 같았을 정도로 무거운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이제 그라하 티아에게는 그 시간이 그리 무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덕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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