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마유켄+우라젠, 연인 자랑

커미션 4000자 / BL 2차

커미션 by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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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부터 기술개발국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쿠로츠치는 이마를 짚으며 생각에 잠겼다. 아니, 생각을 하려고 하는데 자꾸만 밀고 올라오는 짜증이 제 생각을 잡아먹고 있었다. 어째서 협력을 해야 하는 것이지? 절대 그러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데? 내가 할 수 있는데?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한데? 기술개발국의 실력을 무시하는 건가? 아니면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건가? 이렇게 생각하고 저렇게 생각을 해도 끝은 계속 부정적인 생각의 연속이었다.

 아, 짜증이 난다. 머리를 벅벅 긁고 싶었으나 공들여 올린 분장이 무너질까봐 그러지도 못하고 주먹만 꽉 쥐었다. 우라하라는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신경도 쓰지 않은 채로 헤에.. 하는 표정으로 이것저것 만지고 있었다. 말이 만지고 있다는 거지, 사실상 거의 다 파헤치고 있었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현란한 손가락 놀림으로 키보드를 치면 우뚝 솟아오르는 어떤 실험에 대한 자료를 가리느라 대원들은 바빴다. 한때 그에게 대장님이라고 불렀던 누군가는 허둥지둥 몸으로 그 내용을 가리면서 헛소리를 해댔다.


 “이건 안 됩니다, 우라하라 대.. 아아니, 우라하라씨!”

 “중요한 건가요?”

 “네!”

 “하지만 이 부분만 봐도 알겠는데요. 이건 전류로 하는 실험..”

 “으아아아..!”


 짧은 팔을 뻗어 가리려고 하는 이를 보면서 씨익 웃은 그는 장난친 거라며 손을 휘적거렸다. 훔쳐볼 생각은 없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장난은 무슨. 이미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저것을 보기 위해 켜는 순간 시야에 들어온 문장으로 내용을 대충 파악했을 것이다. 지금 하는 건 재미있어서 놀리는 것이다. 제가 대장이던 시절에 뽑아놓은 대원이 아직도 기술개발국에 남아 있는 것도 기분이 좋은데, 본인이 없는 동안 그 대원이 꽤 높은 자리까지 올라갔다는 것이 뿌듯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 마디로 그냥 놀리고 싶다는 뜻이다. 반가우니까. 본인이 알아본 새싹이 잘 커서 거대한 나무가 됐다면 저 또한 기분이 좋을 것이다. 그래서 놀리고 싶은 저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게 아닌데, 그래서 더 짜증이 났다.

 저 남자가 하는 짓은 속내를 알겠어도 짜증이 났고, 모르겠어도 짜증이 났다. 그냥 짜증이 나는 존재이기 때문일까. 하여튼 거슬리고 짜증났다. 제일 짜증이 나는 건 지금부터 총대장의 명령으로 저 짜증나는 상대와 함께 실험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입을 꾹 다물고 험악한 인상을 쓰고 있었더니, 사방이 조용해지고 모두가 제 눈치를 봤다. 흥. 그러거나 말거나. 기분이 나쁜 걸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이를 악 물었다가 천천히 턱에 힘을 풀었다. 이제 실험을 시작해야 할 시간이었다.

 그런데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이야. 쿄라쿠 슌스이라는 작자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 남자와 함께 일을 하라고 하는 것도 다 그 작자의 속내를 읽을 수가 없어서..


 “쿠로츠치씨.”

 “.....”

 “그러다가 저 뚫어지겠어요.”



 그만 노려보세요.. 하고 중얼거리는 그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럴 만도 하지. 우라하라가 이 일에 협력을 하는 대가로 아이젠 소스케를 무간에서 잠시 꺼내주기로 약속을 했으니까. 그렇지 않아도 그는 우라하라의 상점에서 눌러 살고 있었다. 하지만 늘 공식적인 이야기가 없었으니까 불안해했었지.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그가 무간 밖으로 나가는 것을 공식적으로 허락한 것이었다.


 “좋기도 하겠군. 그런 남자랑 연애를 하니까 말이야.”

 “네?”


 못 들은 척 하기는. 입은 웃고 있으면서 눈은 웃고 있지 않는다. 이미 본인의 기분을 다 드러내는 꼴이었다. 이런 식으로 얼굴 표정까지 굳히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이게 다 그 대역죄인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웃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원래 특이한 사신이라는 생각은 했다. 설마 그런 자식과 만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시절에는 그런 일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몰랐다고 하는 게 맞겠다. 한심하다고 생각하기는 했어도 이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쯧. 혀를 차면서 고개를 돌리자 그는 눈을 예쁘게 휘며 웃었다.


 “그러는 쿠로츠치씨도 요즘 연애를 하신다고 들었는데.”

 “뭐, 뭣..!”

 “아마 11번대 대장이셨죠?”


 대부분, 아니 12번대에 있는 대원이라면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에 놀라는 사신은 없었다. 대신 아 또 시작됐다 하는 표정으로 저희 둘을 힐끔거리더니 각자 일을 하기 시작했다. 분명 그러고 있음에도 귀가 엄청나게 커져서 이쪽으로 집중을 하고 있다는 건 바로 알 수 있었다.

 평소였으면 제대로 집중을 해서 일을 하지 않으면 실험할 때 가져다 쓰겠다고 화를 냈겠지만 지금은 그것보다도 우라하라의 말투에 들어있는 뼈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게 뭘 어쨌다는 거지?


 “그런데?”

 “아뇨. 그냥 여쭤본 겁니다.”

 “거짓말하지 말게. 분명 말 속에 뼈가 있었어.”

 “뼈라니요, 그냥 여쭤본.. 으아아..”


 냉큼 그의 멱살을 잡았다. 허술하게 풀린 앞가슴에 최대한 제 손가락이 닿지 않도록(불결하다.) 조심하면서.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척을 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는 게 봐주기 싫을 정도로 가식적이었다. 기분 나쁘게 이게 뭐하는 짓이지? 저 얼굴을 당장 내 눈 앞에서 치워야만 했다.

 그런 제 기분을 잘 알았는지 아콘은 계속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가 스윽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어릴 때부터 그래왔다. 그와 제 의견이 충돌하면 꼭 어느 한 쪽은(그것은 대부분 우라하라였다) 머리가 쥐어뜯기고 나서야 평화를 되찾기 때문에 지금 말려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잘 아는 것이다.

 뭘 모르는 신참이 작은 목소리로 말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하고 중얼거리자 기개국이 세워진 초기부터 있었던 대원이 고개를 저으며 저건 못 말려. 하고 중얼거렸다. 아는 사신들은 하던 일에 집중을 하고, 모르는 사신들은 힐끔거리며 눈치를 보다가 아랫입술을 꾸욱 깨물고 선배들처럼 최대한 본인 할 일에 집중을 하려고 노력했다.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게 눈에 보였으나, 그것까지 신경을 쓸 겨를은 없었다.


 “거짓말 하지 말게. 비꼬고 싶은 모양이지?”

 “그렇지 않은데요.”

 “말투가 기분 나빠. 비꼬고 싶어 하는 말투잖아.”

 “제 말투는 원래 이렇다구요..”


 하지만 그는 하고 싶은 말이 잔뜩이라는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슬그머니 저었다. 그게 기분이 나빠서 멱살을 더 틀어 올리자 으아아.. 하는 소리를 내면서 뒷걸음질을 치는 게 어쩌면 이렇게 가식적이고 짜증이 나는지.

 제가 자라키 켄파치와 그런 관계라는 것은 사실이었다. 어울리는지 아닌지 정하는 건 주변이 아니었고, 슬그머니 마음에 들어온 그 남자를 내쫓지 못한 것은 제가 감당해야 하는 일이었다. 이런 것으로 그에게 꼽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 지금 저 표정.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정색하고 있는 표정. 본인의 연인을 건드렸다고 지금 꼽을 주려고 하는 것이다. 기분 나쁘게도.

 하지만 아이젠 소스케가 죄인인 건 사실이지 않은가? 호정의 이름을 등에 업은 채로 그는 감히 배신을 했다. 우리 모두를 속이고 본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는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말하지 않았다. 이런 경우에는 말을 못했다는 표현이 맞겠지만 일단은 말하지 않은 건 사실이지 않은가? 의심이 된다면 조금이라도 입을 여는 게 주변에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그는 쿠로사키 이치고에 의해서 의지가 꺾였고 지금은 조용하게 지내고 있다고 들었다. 그 오랜 시간을 떨어져 있었으면서 다시 사귄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이냐고? 아니, 애초에 본인의 뒤통수를 쳤는데? 정말 알다가도 모를 사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의외였던 건 사실이네요. 쿠로츠치씨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점에서 말이죠.”

 “그건 나도 마찬가지군, 우라하라. 그런 식의 취향이 있는 줄은 전혀 몰랐군. 뒤통수 맞는 걸 좋아하나?”

 “예상하지 못했던 일에 대한 건 언제나 즐겁지 않나요?”

 “흥. 웃기는 소리를.”


 도저히 한 마디도 지지를 않았다. 제 연인과 대화를 할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그는 솔직히 사랑하지만 대화가 통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무뚝뚝했고, 머릿속은 온통 싸움으로 가득 차 있으며, 제가 하는 과학적인 이야기는 하나도 알아듣지를 못했다. 하지만 새끼로 귓구멍을 긁적긁적 파기는 해도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고, 알아듣지는 못한 눈치여도 반응을 주었다. 가끔 보고 있던 대원들이 경악을 할 정도로 순하게 굴기도 하고 말을 잘 들었으며 웃기도 했는데 그 괴팍하고 깔깔거리는 웃음 말고, 슬쩍 조용한 미소를 지을 때 어떤 얼굴인지.. 아니다. 아무도 안 봤으면 좋겠다. 나만 볼 거다, 나만.

 하지만 아이젠 소스케라는 남자는 어떤가. 봐줄만한 거라고는 겉으로 보이는 얼굴뿐이지 않은가? 단단한 근육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편도 아니다. 제가 알기로 저 둘은 하루에 열 번은 족히 싸운다고 들었다. 상점이 터져나가지 않는 게 용할 정도라고. 어쨌거나 그들의 사정은 더 알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 정도만 귀에 담아뒀는데, 이렇게 시비를 걸 줄 알았으면 더 들어놓을 것을. 잔뜩 비꼬아주게.


 “진심으로 사랑하는 건 맞으시죠?”

 “뭐?”

 “아니, 그냥 궁금해서.”


 우라하라는 슬쩍 눈으로 웃었다. 어디 시비 한 번 걸어 보라는 식이었다. 다 물어뜯어 버릴 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건 저 또한 마찬가지였다. 감히 누구를 건드려? 건방지게 말이야. 가만 두지 않을 거다. 이를 세우며 코웃음을 친 쿠로츠치는 어디 한 번 더 해보라는 식으로 턱을 높게 치켜들고 말했다.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군, 우라하라.”

 “.....”

 “아무리 뒤통수 맞는 걸 좋아하는 취미가 있다고 해도, 그렇게 크게 배신을 당하고 나면 상대방을 보는 일이 역하지 않나? ”

 “역하다니요. 그렇지는 않아요.”

 “비위도 좋군.”


 하하하. 건조한 웃음소리가 조용한 기개국을 울렸다. 타닥타닥 조금씩 나던 타자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숨 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가끔 누가 타액을 삼키며 꿀꺽 넘어가는 소리만 크게 날 뿐이었다.

 저는 그의 멱살을 잡은 손을 탁 놔버리고, 반대손으로 제 손바닥을 치며 먼지를 털어내듯 손바닥을 털어냈다. 잠시라도 그의 옷에 닿아있었다는 게 기분이 나빴다. 일번대 부대장이 찾아왔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 실험실 안쪽으로 잠깐 들어왔던 우리 대원은 어.. 하고 머뭇거렸고, 아콘은 기가 막히게 눈치를 채고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대장님. 하고 머뭇거리는 대원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쿄라쿠가 주문한 실험을 이제는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우라하라는 건조하게 웃고 표정을 굳혔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렇게 아이젠 소스케라는 존재가 본인에게 소중했다면 처음부터 잘 관리를 했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저 또한 표정을 굳혔다. 그와 저는 서로를 노려봤고 주변 분위기는 이른 아침보다 더 서늘해졌다.

 앞으로 이 실험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 지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흠. 눈썹을 약간 찌푸리며 뚫어져라 제 앞에 있는 이를 노려보았다. 일단은 그가 표정을 풀고 좋게 나온다면 그렇게 할 생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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