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퀘&커미션

[리퀘] 랜덤 조각썰

[미카엘라 X 라그]

[미카엘라 X 라그]

질서와 대의를 위해서는 그 어떤 대가라도 치를 것 같은 성안의 미카엘라와 혼돈과 사랑에 대한 결핍이 가득한 라그. 사실 나는 두 사람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고는 소문만 들은 것들만 알고 있기에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나가려고 한다.

미카엘라에겐 해야 할 일이 많다. 아직 세상의 혼돈과 불안을 잠재우고 질서와 대의를 확립해야 할 의무가 있다. 시로코가 그에게 전한 말은 힐더의 손아귀에 놀아나지 말라는 뜻일 거다. 그렇기에 미카엘라에게 있어서 라그라는 존재는 어쩌면 귀찮게 여겨질지도 모르나 이 또한 소중한 생명이기에 감히 함부로 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이다.

라그는 누구이며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사실 라그는 이 세상에 왜 자신이 오게 되었는지, 이 세계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는 듯했다. 다만 자신의 눈앞에 천사가 강림한 듯한 신성한 존재, 미카엘라를 마주했기 때문에 미카엘라를 구원의 대상, 자신이 숭배하고 사랑해야 마땅할 대상이라고 여기지 않을까.

나는 이 두 관계가 참 흥미롭다. 미카엘라는 라그를 곤란해하고, 라그는 미카엘라를 일방적인 충성심 아닌 집착에 가까운 애정을 표현한다. 곤란해하면서도 미카엘라가 라그를 떨쳐내지 않는 이유는 아마 모든 이들을 평등하게 지켜야 한다는 신념이 있겠지. 그 신념이라는 범주 안에 라그도 포함되어 있으리라. 제아무리 혼돈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이 품고 가야 할 질서이자 대의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라면 그런 성격을 갖고 있을 것이 뻔했다.

라그는 미카엘라를 절대적으로 맹신하면서도 동시에 호락호락한 성격은 아니었다. 태생으로 갖고 있는 혼돈과 어둠으로만 보아도 빛을 집어삼킬 것 같았지만 미카엘라 만큼에는 관대했다. 설령 미카엘라가 걷고 있는 길이 어둠이고 나락으로 가는 길이여도 라그에게는 아무런 해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끝이 비극이라 할지라도 라그에게는 그것조차 구원이라고 여길 것이 당연했으니까.

라그에게는 죽음이 구원이냐고 묻는다면 반은 맞고 반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미카엘라의 손에 죽는다면, 혹은 그를 따라서 간 곳이 죽음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죽음조차 축복으로 여길 것이다. 미카엘라는 다 죽어가는 라그를 바라보면 어떠한 심정을 떠올릴까. 아무런 대답조차 하지 않을 것이겠지만 라그를 위해 기도를 올려줄 것이다. 자신의 기도와 신의 보살핌 아래에 갖고 있던 혼돈을 정화하고 평정을 되찾으라고 하겠지.

미카엘라가 죽으면 라그는 어떻게 될까. 그에게 죽음이 어떻게 다가오는지에 따라서 달라지겠지. 세계가 정해진 순서대로 혼돈을 모두 안고 소멸하게 된다면 라그는 망설임 없이 모든 걸 내려놓고 그를 따라 죽음을 택할 것이다. 자신의 구원, 자신의 사랑을 잃은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공허한 껍데기와 가까울 테니까.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다른 사도들처럼 미카엘라도 그렇게 죽어가면 어떻게 될까. 사실 미카엘라 역시 사도인지라 그리 쉽게 죽을 인물은 아니지만 라그의 성격상 미카엘라가 죽음을 맞이하게 내버려두진 않을 것이다. 자기 심장과 영혼들과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모험가들이 미카엘라 곁에 가지 못하게 하겠지. 미카엘라는 자신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라그를 이해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은 그저 계시와 신념을 따라 길을 걷고 있을 뿐인데.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꽤 흥미로운 두 사람의 이야기다. 앞으로도 어떤 이야기가 풀어질지 계속 주목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를 짓도록 하겠다.

카테고리
#오리지널
페어
#HL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