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장기 프로젝트 데이(기념일) 장기 합작 : 12월 14일 허그데이
기상호 드림
“누나 오늘 허그 데이라 카던데 함 안아보면 안 되나?”
잠깐의 정적. 그러다 되묻는 말이 들려와 아무것도 아니라며 입을 꾹 다물었다. 걸음을 멈춘 저를 보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고개를 푹 숙이고 있으니 상대 쪽에서 다시 이름을 불렀다. 그에 따라 고개를 들었다. 시선이 마주치니 상대가 고개를 끄덕인 뒤 팔을 벌리자 급히 거리를 좁혀 와락 품에 안았다. 순간 놀라 몸이 움츠러들었지만 곧 손이 등을 토닥여왔다. 저보다 훨씬 작은 몸이 품 안에 있다는 사실에 기상호는 오히려 지금 상황이 꿈만 같았다.
시간은 거슬러 하루 전날.
크리스마스 때 무엇을 할까. 그 한 문장으로 눈앞이 크리스마스 당일이 되었다. 숙소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혹은 가족끼리. 그리고… 혼자 상상하면서 SNS를 보던 중 12월 기념일이 크리스마스뿐만 아니라 허그 데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달마다 하나씩 있는 기념일 중 하나로 추운 겨울에 연인, 가족, 친구 등 소중한 사람을 포근하게 안아주며 서로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는 날이라는 간단한 설명이 적혀있었다. 14일은 목요일인 내일이었고 그날은 마침 좋아하는 사람과 만나기로 했기에 이걸 핑계로 뭘 해보자 하고 그를 위한 작전을 짜기로 했다.
둘이서만 만나는 건 아니고 친누나와 함께였다. 그럴 수밖에. 기상호 그는 누나의 친구를 좋아했다. 자신이 초등학생일 때부터 친구였기 때문에 가끔 집으로 놀러 왔던 그는 저와 다른 말투부터 다정하고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실수해도 괜찮아. 장난을 쳐도 귀여워. 부탁하면 어려운 게 아니라면 들어줘. 지금 생각하면 친구 동생을 대하는 행동이었지만… 지금은 그렇게라도 이어져 있다는 게 좋았다.
잠깐 추억 여행하던 상호는 일단 현재로 돌아왔다. 숙소 내, 자신이 생각하는 서열 1위에게 다가갔다. 여동생이 있고 패션도 좋고 잘생겼으니 여자를 대하는 태도가 있을까… 했지만. 어쨌든 옷만큼은 잘 입는 사람이니 졸라서라도 빌려 입을 생각이었다. 벽에 등을 붙여 앉아 농구 경기 영상을 보고 있던 성준수에게 상호는 자신의 사정을 얘기했고 결론은 옷 빌려주세요 였다. 준수는 별… 아무거나 꺼내 입던가.라고 대답했다가 주변에서 좋아하는 사람 만난다고 상호의 편을 들어줬고 한숨을 푹 쉬더니 보던 영상을 끄고 몸을 일으켜 옷장 앞으로가 문을 열고 옷을 골라주기 시작한다. 이것저것 몸에 대보고선 깔끔하게 스타일링하고 상호에게 어울리는 옷과 그에 맞는 헤어스타일도 찾기로 했다. 여러 사람의 스타일을 거쳐 결국은 머리 역시 준수가 직접 만져준 것이 괜찮았기에 그렇게 하기로 한다.
다음 날인 14일 날 목요일 밤. 부 활동이 끝나자마자 상호는 준수와 함께 빠르게 숙소로 뛰어가 준수가 주는 옷을 입고 머리카락까지 만져주는 걸로 만족했다. 준수가 머리카락을 세팅하는 동안 인터넷으로 연상 여자에게 고백하는 법부터 해서 대화를 어떻게 이끌어가는지 연상 여자와 관련된 내용은 전부 찾아본 것 같다. 숙소 밖으로 나가면서 이제 막 들어오는 부원들의 응원을 받고 숙소 밖으로 나왔다. 근처에 있는 약속 장소에서 다시 한번 인터넷으로 찾은 내용을 복습하는 중에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드니 활짝 웃는 얼굴이 다가왔다. 숙소와 그의 집이 가까운 덕에 둘만 있게 된 상황이 기쁘고 꾸민 상태에서 만났다는 생각에 조금은 어색하기도 해서 쭈뼛거리는 손을 뒤로 감춘다. 평소엔 가볍고 평안하게 입고 온 상호였기에 꾸민 모습의 상호가 마냥 귀여운 상대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다 세팅한 머리를 보고선 안 되겠다고 하며 손을 내린다. 세팅한 머리카락이 흐트러지면 안 되니까.
쓰다듬 받고 싶었는데 세팅한 머리카락 때문에 안된다고 절망하니 웃으면서 등을 토닥여줬다. 오늘은 멋있게 입었네. 노리던 게 이거였다. 평소 만날 땐 편한 차림으로 보다가 어느 날 쫙 빼입으면 어 얘가?라며 두근거리면서 시작되는 스토리를 기대했으나. 상호 입장에선 상대가 평소랑 같은 반응을 했기에 아직은 멀었나 싶어 상대 쪽으로 몸을 기댄다. 웃음소리가 가깝게 들리자 조금은 차려입은 옷이 갑갑해졌다.
그렇게 친누나까지 와서 셋이서 밥을 먹으러 갔다.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을 원했으나 상호가 좋아할 거란 이유로 고기 무한 리필 가게. 싫은 건 아닌데. 이래서 분위기 잡히겠나 싶어 상호는 반대 의견을 냈다. 당연히 계산하는 사람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두 사람일 테고 그 외 다른 이유를 내뱉는 친누나의 반박을 받아치지 못해 이곳으로 왔다. 겉옷을 벗어 의자 안에 넣고 기름 튈까 봐 앞치마까지 입은 셋이서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누나와 누나의 친구도 오랜만에 만났기에 둘이서만 알법한 학교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다 상호가 가운데서 눈치만 보고 있으니 그가 하나하나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다정한 사람. 이런 사람을 싫어할 사람이 어딨을까. 상호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재밌게 느껴졌다.
식사 중 잠깐 전화 통화한다고 나간 지 꽤 되었을 때쯤, 들어오지 않는 사람이 걱정이 되기까지 해 두 사람은 짐을 챙기고 밖으로 나갔다. 잠깐만 통화한다 그래서 가방도 겉옷도 안 챙겨 나갔기에 감기라도 걸릴까 봐 일단 누나가 상호에게 그의 겉옷과 가방을 챙겨 내보냈다. 계산하는 걸 보고선 상호는 바로 가게 밖으로 나왔다. 가게와 조금은 떨어진 거리에 있었다. 왜 안 오나 했더니 아직도 통화 중이었고. 무슨 대화를 하는 건진 몰라도 격양된 목소리와 다르게 몸을 덜덜 떠는 걸 본 상호는 빠르게 다가가 들고 있던 겉옷을 걸쳐준다. 고개를 획 돌리다 상호와 눈이 마주치자 곧 웃음이 피어 작은 목소리로 고맙다는 말을 이어왔다. 역시 격양된 목소리가 새어 나왔지만 고개를 다시 획 돌리고선 제게 말하는 것과는 다른 톤의 목소리로 다신 연락하지 말라고 끊었다. 상호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걸까 했지만 원래 목소리가 들려오자 착각한 거겠지 싶어 넘어가기로 한다. 옷을 입었는데 바람이 분 탓에 머리카락이 엉망이라 상호가 손을 뻗어 정리해 주려고 할 때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놀라 잘못한 것이 있는 것처럼 몸을 크게 들썩였다. 그런 행동이 손까지 전해져 저도 모르게 손이 상대 뺨에 닿았다. 차가운 뺨에 따듯한 손이 닿자 고개를 상호 손 쪽으로 숙여 따듯하다며 가만히 있는다. 다시 한번 불리자 고개를 바로 세우곤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자신이 해야 할 말을 상대가 했을 뿐인데. 상호는 얼굴에 열이 오른 것 같았다.
“그, 그. 가자.”
상호의 말에 따라 몸을 움직였다. 밥을 먹다가 전화하러 나온 탓에 밥도 많이 못 먹었을 텐데. 제 친구가 걱정되어 괜찮냐고 묻는 말에 대답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누나가 상호를 흘깃 보며 손으로 쫓아내는 행동을 하기에 두 사람만 할 얘기인가 싶어 거리를 두고 걸었다. 둘이 작은 목소리로 얘기하다 갑자기 울컥해 목소리가 커지자 오히려 당사자인 그가 괜찮다며 등을 토닥인다. 괜찮을 리가 없었다. 화내는 걸 봤는데. 굳이 뱉어 말하지 않고 집에 다 와가자 누나는 나에게 제 친구를 집까지 잘 데려다주라고 말한 뒤 친구와 인사를 한다. 위로의 포옹을 하던 두 사람이 연락을 한다는 말과 함께 아쉬운 마무리를 짓는다.
드디어. 상호가 그토록 기다리고 원하던 시간이 왔다. 지금이 기회가 되었을 상황인데 어째서인지 어색했다. 아까 통화한 상대 때문일 거다. 누구일까. 머릿속으로 여러 상황을 떠올리면서 조용히 걸어가던 중 느껴지는 한기에 힘없이 걷는 그에게 몸을 붙었다. 추워서, 어쩌면 이렇게 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어색한 상황이 아닌데. 만화로 보던 로맨틱한 상황만을 생각했던 상호는 갑자기 제 이름이 불리자 깜짝 놀라 생각만 하던 말을 내뱉었다.
“누나 오늘 허그 데이라 카던데 함 안아보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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