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크리스마스 드림 합작

최종수 우정드림

최종수는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아빠 친구네 와 함께 파티했다. 나이가 비슷한 자녀가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리고 그날은 미리 종수에게 아빠 친구 딸이 생일 선물도 함께 챙겨줬다. 생일은 항상 가족하고만 보냈기 때문에 그걸 알고 난 후로는 생일선물과 크리스마스 선물 2개를 준비해서 줬었다. 올해도 분명 그렇게 될 거라고 예상하던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 종수는 제 어머니로부터 예상치 못한 말을 듣게 되었다.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부담스럽게 선물을 챙겨주던 아빠 친구 딸이 올해는 크리스마스 파티 때 못 온다더라. 이유는 그의 엄마 친구 아들과 만나기로 했단다. 누군지는 상대와 경기를 치른 후 알게 되었다. 박병찬. 둘의 나이는 동갑이나 직업이 다르고 성별도 달랐다. 아쉽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박병찬을 동정… 하기엔 박병찬이나 그나 제게 하는 행동은 비슷했기에 둘이 붙어있는 것이 오히려 속이 편했다.

다들 크리스마스 때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가 나와 대화를 하던 중 종수는 작년하고 똑같아.라고 내뱉었다. 그렇구나 하고 다음 차례로 넘어가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다가 문득 아. 올해는 다르구나. 반 박자 늦게 깨달았다. 그 정도로 관심이 없었다.

그렇게 크리스마스가 낀 주말이 되고 집은 파티 준비로 한창이었다. 친목 도모가 이유였으니까 즐겁게 준비하는 부모님을 보는 종수는 제 마음도 편해졌다. 어머니가 종수를 보며 심심하지 않겠냐며 걱정하는 말도 했지만, 달마다 하는 가족 모임 때 그가 매번 참석했던 것도 아니었고 매년 크리스마스 파티 땐 참석했지만 올해만 하지 않을 수도 있는 거였다. 신경 쓰지 말라며 준비를 도왔다. 제 키만 한 트리를 보면서 장식을 이리저리 달면서 둥근 장식에 비친 제 얼굴이 보이니 힘을 주어 웃어보았다. 어색해서 금방 풀었지만.

어머니가 음식을 준비하고 아버지 따라 다른 곳을 장식하는 동안 아쉽겠다며 장난스레 걸어오는 말에 딱 잘라 아니라고 대답했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데 왜들 그러는 걸까. 베란다 난간에 쌓인 눈을 보면서 종수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며 어머니가 튼 캐럴을 속으로 따라 불렀다.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저 상황만 어색했을 뿐. 당연했다. 어른들만 있는 곳에 아이는 단 한 명. 술을 마시면서 즐기는 분위기에서 부모라 그런지 대화의 주제는 아이인 종수였다. 자녀라면 한 명 더 있지만 없으니 자연스레 곁에 있는 한 사람에게 쏠릴 수밖에. 아빠 친구네는 딸 대신 변명했지만 종수는 괜찮다고만 답을 했다. 그가 있었다면 듣지 않을 이야기와 주제였다. 새삼 저런 질문을 안 받게 해준 그가 떠올랐다. 지금쯤이면 박병찬과 보내고 있겠지. 식사도 마쳤고 어른들의 대화가 이어지길래 방에 가서 쉬고 싶다는 말을 하며 자리를 옮겼다.

걱정하는 네 명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괜찮다는 말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자 선명했던 목소리가 웅얼거리는 소리로 바뀌자 종수는 그대로 침대 위에 누웠다. 밥 먹고 바로 누우면 안 되는데. 추운 날, 밖에 나가는 것도 그렇고 마침 울리는 휴대전화를 주머니에서 꺼내 확인했다. 크리스마스 전날이라고 이벤트성 문자인 것을 확인하고는 메신저를 켰다.

서운하거나 아쉬워서가 아니라 그냥 크리스마스를 잘 보내라는 뜻으로 보낸 말은 읽은 표시가 사라지지 않은 체였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걸까. 무엇을 하길래 보낸 말에 확인도 안 하나. 답을 지울까도 했지만 이미 보낸 지 한참 된 말이었기에 지워봤자 자기 쪽만 지워지고 상대 쪽은 남아있다. 메신저를 끄고 동영상 사이트를 켰다. 죄다 크리스마스 관련 영상만 있어 아이와 함께 보내는, 커플끼리 크리스마스 집에서 보내는, 혼자서도 즐거운… 종수는 그중에 혼자서도 즐거운...이라는 동영상을 클릭했다. 혼자서 보내는 것이 아닌 영상통화를 하며 친구들과 대화하는 영상을 보자마자 그냥 우주 영상을 하나 눌렀다. 여러 가지 별과 행성에 대해 설명을 하는 내레이션에 눈앞이 점점 흐려졌다. 배부르고 따듯하니 이젠 잠까지 쏟아지나. 종수는 그냥 그대로 눈을 감았다.

환영하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종수는 눈도 제대로 못 뜨고 고개만 문 쪽으로 들었다. TV에서 나온 소리일까 대화하는 소리가 많아져 다시 자야겠다 고개를 눕혔을 때 문이 열렸다.

“어. 종수 자는데요?”

익숙한 목소리에 눈을 번쩍 뜨였다. 눈동자만 소리 나는 쪽으로 굴리니 금방 들어왔는지 겉옷도 안 벗은 체 냉기를 뿜어내는 그가 제 얼굴 앞에 있었다. 놀라 알 수 없는 소릴 내뱉으며 눈을 찡그리자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뭐야. 안 온다며.”

“그랬지. 그랬는데 종수한테 줄 선물이 있다는 게 생각나서 일찍 왔어.”

“일찍은 무슨. 나중에 주던가. 추워.”

“가져왔는데 안 받아줄 거야?”

“뭔 선물 필요 없어.”

“종수가 가지고 싶다고 했던 건데.”

뭘 얘기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뒤에서 들리는 감탄사 때문에 궁금은 하니까 일단 다시 눈을 떴다. 선물 두 개를 확인하자마자 그대로 손을 뻗어 챙겨간다. 여전히 일어나지 않고 손만 뻗어서 제 품 안에. 그런 행동이 웃겼는지 상대가 소리 내 웃으니 종수를 받았으니 나가라며 손짓한다. 피곤해 다시 눈을 감으니 알겠다며 제 머리카락이 헝클어지는데도 인상만 쓸 뿐 가만히 있었다.

“밥은?”

“먹었어요.”

“술 마셔야지.”

“저 그럼 맥주 마실래요.”

문이 닫히니 아까와 같은 웅얼거리는 소리로 바뀐다. 밖에 있다 온 탓에 선물이 매우 차가워 인상을 쓰면서도 종수는 절대로 품 밖으로 선물을 꺼내지 않았다. 가지고 싶었던 것 때문인지 아니면 준 사람을 생각해서인지. 종수는 도대체 왜 온 거냐며 중얼거리면서도 품 안에 있는 차가운 선물을 꼭 쥔 체 다시 잠이 든다.

다음날 일어난 종수는 휴대전화를 확인하자 한참 전에 제게 온 답을 읽은 뒤 답과는 다른 말을 써서 보냈고 이번엔 전과 다르게 빠른 답을 받았다. 크리스마스 당일. 기숙사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해서 제 체온에 따듯해진 선물을 그대로 들고 침대 밖으로 나와 먼저 포장지를 뜯어 내용물만 가방에 넣은 뒤 방 밖으로 나가 부모님께 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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