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소설 합작

박병찬, 최종수 우정드림

오늘 하루 어땠나요

 

 

 

최종수의 하루는 아빠 친구 딸을 만나 간단히 밥을 먹고 즐긴 다음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었다. 왜 만나야 할까 했지만 가끔 만났으니 오늘 하루도 그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었다. 피곤하다고 하면 알겠다며 일찍 헤어졌고 돌아가면 집에서 쉬어야지. 추운 날씨에 불어오는 바람을 맞서 걸었다. 일찍 나왔지만, 차를 놓치는 바람에 다음 버스로 이동하던 중 빠듯한 시간에 일단 메신저로 연락했다. 평소라면 빠른 답변이 왔을 텐데 읽은 표시가 사라지지 않자 몇 번 더 답을 보냈는데도 대답이 없어 초조하게 버스에서 내려 바로 보이는 약속 장소로 걸었다. 점점 가까워질수록 보이는 익숙한 얼굴이 평소와는 다르게 불편해 보였고 그 앞으로 한 남자가 그를 가리고 있어 맞은편에 있던 약속 상대가 남자의 움직임에 따라 보였다 안 보였다 한다. 요즘에도 헌팅 하는 사람이 있나?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아마 그 모든 화살은 약속 상대인 자신에게 화살이 돌아올 게 뻔했다. 종수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다가가 남자의 손을 잡았다. 목을 잡고 싶었지만. 가까이 오니 제법 몸도 크고 키도 큰

“어. 진짜 최종수네.”

“내가 뭐랬어, 박병찬. 나 오늘 종수 만난다고 했잖아.”

어?

최종수는 지금 당장 돌아가고 싶었다. 아빠 친구 딸의 엄마 친구 아들이 박병찬이라는 건 알고는 있었지만… 한 사람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피곤했는데 비슷한 성격의 두 사람을 상대해야 한다는 사실이 배로 피곤하게 만들었다.

잠깐의 해프닝이 끝나고 식당으로 가 식사 후 다음으로 갑자기 무슨 셋이 만난 기념으로 사진을 찍자며 셋이서 자신을 가운데로 두고 넷 컷 사진을 찍었다. 왜?라는 종수의 말은 두 사람에게 들리지 않았는지 피곤하다는 얼굴을 하는 종수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서 포즈를 잡고 미리 챙겨온 동물 머리띠를 각자 쓰고 남은 하나는 종수 머리에 씌우고 종수 보고 고개를 숙이라고 하더니 마무리는 형과 누나의 뽀뽀로 마무리까지 하는 어이없는 네 컷 사진이 끝이 났다.

그래. 이것까진 괜찮다고 하자. 의견이라도 하나도 맞추면 할까 말까만 고민을 하면 되니까. 문제는 지금. 한 명은 오락실 가서 농구 게임을 하자 한 명은 추우니 카페 가자. 서로 자신의 의견만을 가지고 대화가 이어졌다. 그리고 이것의 선택지는 자신에게 있었다. 한숨 푹 쉬고 있으니 한쪽에서 저를 보더니 반응이 약해진다. 늘 그랬다. 종수 자신을 우선시 생각해 주는 사람.

“오락실 가자.”

“어?”

“종수는 오락실 가서 농구 게임을 하는 게 좋지?”

한층 누그러진 시선이 저를 향했고 종수는 그런 표정에 약했다. 대화하던 병찬 역시 그런 반응은 예상 못 해 꽤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제게 보여주지 않는 반응과 행동이었기에 그런 걸까. 종수는 잠깐 시선이 마주쳤다. 이런 행동은 지나가던 사람들로부터 시선을 받았다. 남들이 보기엔 키 큰 남자 두 명이 키 작은 여자 한 명을 두고 어색하게 시선만 나누고 있는 이런 상황이었으니까.

두 사람 다 대답을 못 하고 있으니 픽 웃음소리가 들렸다.

“안가?”

“어?”

“괜찮아. 오락실 가자. 대신 농구 게임만 하고 카페로 가.”

두 사람이 어정쩡하게 있으니 그가 두 사람을 밀었다. 큰 덩치가 그대로 밀려 오락실 쪽으로 향했다.

시끌벅적한 이곳에서 두 사람이 농구 골대 앞으로 섰다. 지는 사람이 카페에서 커피 사는 거로. 안 그래도 된다고 남은 한 명이 말했지만, 게임을 제안한 병찬도 게임을 참가하게 된 종수 역시 그 말은 들리지 않았다. 종수는 오늘 하루 중 처음으로 즐거웠다. 게임기 안으로 동전을 넣기 전의 상황. 그들만의 리그에 집중하고 있어 손바닥에 생기는 땀도 주변의 시끌벅적함이 점점 줄어들게 하는 긴장감도 좋았다. 한숨 소리가 이어지고 얼마 안 있다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들리자 두 사람은 동시에 마지막 동전을 넣었다. 게임이 시작되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빠르게 농구공을 골대 안으로 넣는 모습을 촬영을 보고 있다 폰을 꺼내 촬영했다. 두 사람이 잘 보이게 게임기의 숫자가 올라가는 것이 잘 보이게 이리저리 움직이며 찍던 상황은 게임이 끝남과 동시에 촬영을 끝낸다.

“오예!!”

“야 한번 더해.”

“단판 승부 아니었나?”

“왜 쫄?”

그렇게 시작된 2차전. 다른 결과에 대한 반응이 이어지고 3차전, 4차, 5차… 상황을 보고 있던 사람은 곧 흥미가 떨어져 촬영하던 것도 멈추고 SNS를 보면서 시작만 알려줬다. 함께 온 일행보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게임을 지켜보고 응원까지 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추운 날씨임에도 오락실 내의 온도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뜨겁게 진행되는 경기에 온도가 올라가 제법 덥게 느껴져 입고 있던 옷도 벗어 일행에게 맡기고 게임은 계속 진행이 되었다.

동전이 떨어져 진행될 수 없어 정해진 결과는 무승부. 세 사람은 늦은 시간에 밖으로 나와 카페조차 갈 수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기도 했고 두 사람은 일단 성인이니 괜찮지만… 두 사람의 시선은 당연하게 한곳으로 향했다. 종수는 그토록 원했던 상황이었지만 어딘가 찜찜했다. 피로가 몰려와 눈이 반쯤 내려앉기도 했지만 어째서인지 분위기는 자신을 보낸 후 오붓한 시간이 될 것만 같았다. 어색한 사이가 되었다고 해도 동갑이고 어릴 적부터 알던 사이기도 했으니까. 오가는 대화가 그런 것 같았기에 가만히 대화를 듣던 종수는 한 사람의 팔을 잡았다.

“아. 오랜만에 만난 것도 있고 사실 둘이서만 이렇게 있는 게 흔치 않아서 만난 김에...”

“가자.”

“뭐야 종수 혹시 혼자 집에 못 가?”

“어.”

병찬의 도발에 넘어가는 척 한 사람을 제 옆으로 당겼다. 왜 찜찜한가 했는데 그 이유가 있었다. 아무리 어색한 친구 사이라고 해도 종수는 어릴 적부터 봐온 사람은 믿지만, 맞은편에서 저를 놀리듯 말하는 사람은 믿을 수가 없었다. 둘 사이를 방해한다 하는 건 아닌데, 아니 그냥 방해하고 싶었다. 종수는 예상치 못한 손님이 만족할 만한 것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랑 같이 갈 거야.”

큰 웃음소리가 이어지고 억지를 부리는 건 자신이었지만 제 예상대로 저보다 상대를 보며 놀리지 말라며 편을 들어준다. 그러자 병찬 쪽에서 씩 웃다 급히 표정을 바꿔 어디선가 본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까와 같은 상황이 이어졌다. 사람이 바뀌었지만. 고민을 하고 있던 그에게 종수는 팔을 잡던 손을 떼어내 이번엔 손을 잡았다. 갑자기 손이 다가오자 놀라 병찬에게 향한 시선은 급히 종수 쪽으로 향했다.

“갈 거야?”

“그래. 집에 가자.”

“어?”

“미안. 병찬아, 우리 다음에 보자. 종수 혼자 보내기가 그래서.”

병찬의 당황한 목소리가 재차 이어졌지만 이어 숨을 짧게 내쉬더니 알겠다며 투덜거린다. 투덜거림에 병찬에게 메신저 하라며 대답하고선 인사를 한다. 종수보다 저 자신을 신경 써야 하는 거 아닌가? 병찬은 걸어가는 두 사람을 보고 있다 재미없다고 중얼거린 뒤 버스 타러 이동한다.

“종수야 오늘 어땠어?”

버스를 타고 함께 이동하던 중 잠깐 다른 생각을 하던 종수는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피곤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다가오는 손가락에 놀라 주춤 뒤로 물러났지만 다가온 손이 머리카락 끝에 붙은 먼지를 떼어내고 떨어져 나간다. 그러고선 가만히 저를 쳐다보자 종수는 바지 주머니에 들어있는 것이 거슬리게 느껴진다. 세로로 긴 사진 한 장과 남은 동전 하나. 생각 없이 무작정 골대로 향해 던져 넣던 농구공을 떠올렸다. 많은 사람이 사용한 탓에 표면이 매끄러워진 자신이 늘 사용하던 것과는 다른 농구공을. 또 결과물을 보고 어이없었던 것이 이어져 떠올랐다. 대답하지 않았는데 맞은편에선 웃으면서 그렇다고 말을 뱉어낸다. 종수는 그런 그를 보면서 다시 창밖을 보았다.

피곤해. 오늘은 평소보단 일찍 잠들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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