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장기 프로젝트 데이(기념일) 장기 합작 : 02월 14일 밸런타인 데이

기상호 드림

아기상호

[오늘 만나기로 한 거 안 잊었죠?]15:30

 

15:50[그래. 안 잊었어.]

15:59[그런데 오늘 꼭 만나야 하는 거야?]

 

아기상호

[당연하죠!] 

[오늘 안 만나면 저 삐질 거예요.]16:00

 

이어지는 이상한 그림의 이모티콘이 이어지니 웃으면서 답장했다. 지루한 강의를 들으면서도 상대의 대답을 보니 저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가끔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기상호와의 첫 만남은 3학년이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같은 반인 농구부원을 찾는 키가 큰 1학년. 문을 열자마자 큰 덩치에 놀라 몸을 움찔거리며 뒷걸음질을 치니 사과를 하며 문 옆으로 서서 허리는 꼿꼿하게 목은 빠질 듯이 내려 시선을 마주하던 모습에서 낯선 곳에 온 어린아이 같은 느낌을 받았다. 원하는 대로 농구부원을 불러줬고 다음 날 다시 찾아와 고맙다며 간식거리를 주고 갔다. 그것을 시작으로 친하게 지내다 졸업할 때쯤 갑자기 고백을 해와서 얼마나 놀랐던지. 성인이 되는 시점에서 미성년자와 사귄다는 게 부담스러워 이 생각을 그대로 전하면서 거절하니 상호 역시 알겠다고 답을 했다. 그리고 2년 후 졸업식에 와달래서 갔더니 아무도 없는 으슥한 곳으로 데려가서는 한다는 말이 성인이 되니 사귀어 달라는 또 한 번의 고백이었다.

 

“핸드폰 뚫리겠어.”

“아. 벌써 끝났어?”

“오늘 남친이랑 만나기로 했지?”

“응. 너는?”

“난 알바 가야지. 오늘 같은 날은 사람이 더 많겠지만.”

 

우울한 말을 뱉어내는 친구를 다독여 준 뒤 인사를 하며 헤어진다. 강의실에서도 느꼈지만, 오늘 여기저기 초콜릿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오늘이 무슨 날이길래… 요즘 과제, 알바, 강의 듣기 세 가지만 하다 보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잠을 줄여가며 하는 행동이니 여유로운 시간일수록 몸이 더 무거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런 몸으로 상호를 만나는 건 실례일 것 같아 일단 당으로 회복을 하기 위해 근처 편의점으로 가 초콜릿을 구매했다. 무슨 행사 기간 할인이라기에 조금은 풀어진 기분으로 초콜릿을 하나 입안에 넣었다. 그래. 초콜릿을 먹으니 생각난 게 있었다. 두 번째 만난 날 상호가 준 간식이 초콜릿이었다. 알파벳이 새겨진 초콜릿.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건데요.”

“네 생각 하고 있었지.”

 

들려오는 목소리에 답하며 다가온 온기를 맞이했다. 몸을 돌려 뛰어온 건지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이야기를 해주던 중 오늘이 무슨 날이었는지 알았다. 2월. 초콜릿. 연인 사이든 아니든 유명한 행사가 하나 있었다. 기억을 못 할 정도로 피곤했던 걸까. 어느새 상호의 기대하는 눈빛이 보였다. 자유로운 한 손으로 급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초콜릿으로 유명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상호가 알아차리지 않게 대화 주제를 다른 것으로 바꾸고 이동하면서 다른 손은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손가락에 쥐가 날 것 같아 손가락이 움찔거리자 손가락 위로 다른 손이 겹쳐왔다. 걸음을 멈춘 상호는…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는지 장난기 있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한숨을 푹 쉬며 몸을 기댔다.

 

“미안.”

“그럴 수도 있죠. 뭐. 아쉬운 건 아인데…”

 

상호의 시선이 닿은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도 모르게 숨을 뱉어냈다.

 

“그래. 알았어. 가자.”

“진짜로 아쉽거나 그런 거 아닌데요.”

“원하는 걸로 사줄게.”

 

 

 

그렇게 즐거운 데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하기 위해 메신저를 켰는데 업데이트한 프로필에 올라와 있는 상호의 이름을 눌렀다. 프로필 사진은 그대로지만 배경 사진이 데이트 도중 사준 초콜릿 사진인 것을 알고는 큰소리를 내어 웃었다. 메시지만 간단히 보내고 일찍 자려 했지만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초콜릿을 안 사줬으면 어쩔 뻔했어. 다음번엔 좀 더 좋은 거로 사줘야지.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그 외
추가태그
#드림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