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월간 데이트 드림웹진 《 HAPPY EVER AFTER : 해피 에버 애프터 》 10월-11월호

박병찬 우정 드림(재업로드)

이번 휴일에 부모님은 여행을 간다 그래서 휴일 동안 본가로 안 가기로 했다. 공부, 과제 한다고 밀린 집안일을 한꺼번에 하면서 느긋하게 집에서만 드러누울 생각이었다. 아주 그냥 백수처럼 생활할 거다. 해피해피햅삐한 이 기분에 뭘 할까. 과제는 미리 다 제출한 상태여서 무조건 놀고먹고만 할 생각을 하니 벌써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래. 이래야지. 아침부터 청소하기는 힘들지만 깨끗한 곳에서 지내야지 안 그러면 없던 병도 생길 지경이었다. 어느 정도 청소를 끝내고 친구들이 추천해 준 드라마나 몰아서 볼까 TV를 켜서 콘텐츠를 확인하고 있었다.

초인종 소리가 날 부르는 걸 깨닫기 전까지는 분명 그랬다. 오늘은 분명 햅삐한 날이었으니까. 인터폰을 확인하니 보이는 건 이곳에서 만날 거라 생각도 못 했던 박병찬이었다. 인터폰으로 문을 열어준 뒤 올라온 박병찬은 어째서인지 가방을 메고 있었다. 집 앞에 세워두기엔 뭐하니 일단 들어오라며 안내하면서 어색함을 이기려 대화를 겨우 이었다.


“박병찬 너 왜 여기에 왔어? 그 짐은 또 뭐야.”

“부모님들끼리 놀러 간대서 엄마가 나보고 여기로 가라고 주소 알려줬는데.”

“… 내 집에?”

“응. 나 급한데 화장실 가면 안 돼?”


화장실의 위치를 알려주니 고맙다며 빠르게 안으로 들어간다. 그래. 급했구나. 인천에서 여기까지 오려면 그랬겠지. 화장실에 들어간 그를 뒤로하고 휴대전화를 챙겨 들었다. 최근 통화목록에 가장 위에 있는 사람의 번호를 누르자 통화연결음이 들리기도 전 상대의 목소리가 확인된다.


“참 즐거우신가 봅니다. 어마마마.”

우리 공주 왜 그리 날이 선 반응을 하시는 겁니까.

“아, 엄마!”

병찬이 도착했어? 이번에 병찬이네 엄마랑 놀러 가는데 집에 병찬이 혼자 있으면 밥이나 해 먹겠어?

“나보고 밥해 먹이라고 쟤를 우리 집으로 보낸 거야? 종수면 몰라. 걘 어리니까. 쟤는 성인이잖아!”

어머 얘는! 언제는 병찬이가 고등학생이라면서~ 그리고 네가 언제 밥을 해 먹었다 그래? 맛있는 거 시켜 먹으라고 아빠한테 돈 보내라고 할 테니까 그걸로 사서 먹어. 엄마 놀아야 하니까 나중에 통화해!


끊긴 통화에 청소하면서 생각한 계획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소릴 질렀으니 화장실 안에서 대화 내용을 들었을 거라 생각되는 병찬이 슬쩍 눈치를 보며 화장실 밖으로 나오자 한숨 소리는 더 커져만 갔다. 그래. 쟨 또 무슨 잘못이 있겠어. 밥 먹었냐고 물으니 아직 안 먹었다는 말에 일단 병찬의 짐을 챙겨 들어 옮기려는데 무거워 낑낑대니 병찬이 자기가 들겠다며 한 손으로 번쩍 들었다. 역시 운동하는 애들은 다른가 보다. 일단 손가락으로 가리켜 내 방을 내어주고 거실로 나와 앉았다. 가방만 두고 바로 밖으로 나온 병찬 역시 다가와 옆에 앉는다.


“저번엔 집이 엉망이더니 오늘은 깨끗하네?”

“그땐 학기 중이라 그런 거고… 너 오기 전에 청소 다 해놨으… 아. 맞다. 밥 안 먹었다 그랬지? 시켜 먹을까. 먹고 싶은 거 골라.”


핸드폰을 병찬에게 쥐여주곤 리모컨을 들어 콘텐츠를 마저 확인했다. 가족 모임 때 만날때도 어색해 죽겠는데 한 공간에 둘만 있으니 더 어색해 죽을 거만 같았다. 대화할 때마다 단답형으로 말하던 종수가 떠올랐다. 날 만날 때마다 이랬을까. 다음엔 더 잘해줘야겠네. 콘텐츠 확인 한번, 병찬을 한번 쳐다보는 식으로 번갈아 가면서 보다 병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뭘 고르나 했더니 고르는 게 아니라 한 가게의 메뉴 반을 누르고 있더라. 소름이 끼쳐 손가락으로 장바구니를 확인했다.


“…이제 주문할까?”

“응.”


더 주문하기 전에 주문을 눌렀다. 카드 결제로 뭉텅이로 빠진 금액을 캡처해서 아빠에게 보낸 뒤 다시 콘텐츠를 고르려다 리모컨을 옆으로 넘긴다.


“보고 싶은 거 봐.”

“이거 볼래?”

“뭔지 알아?”

“그냥 재밌어 보여서.”


섬네일은 남녀가 등지고 서 있는 모습이 있었다. 러브스토리구나. 얜 이런 걸 좋아하나. 간단 소개 확인 넘기고 바로 재생 버튼을 눌렀다.




각자 개인적인 상황으로 상처받은 남녀가 만났다. 각자의 상처 때문에 조심스럽게 또는 날카롭게 서로를 대했고… 스토리가 생각보다 괜찮네 싶을 때 갑자기 시작된 몸의 대화. 아니 나야 괜찮지만 얘는… 괜찮지. 그래. 성인이니 괜찮겠지. 고등학교에 다니니 저도 모르게 미성년자 취급을 하게 된다. 기지개를 켜는 척 상체를 뒤로하고 슬쩍 눈치를 보니 표정 변화 없이 보더라. 뭐야 지금 나만 어색해? 내가 얘를 어색하게 생각해서 더 그런 걸까. 그는 눈동자를 베란다 쪽으로 옮겼다. 소리가 너무 적나라해.

어색한 사이의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이걸 보고 있어야 하나… 얼굴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손은 급하게 리모컨을 찾으려 리모컨이 있을 위치를 더듬거려 찾았다.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빠르게 손을 굴리다 무언가 닿았는데… 음. 그래. 죽자. 박병찬을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낸 뒤에. 멈칫하지 말고 다른 곳으로 손을 돌려 겨우 찾은 리모컨으로 실수인 척 끄려 할 때 핸드폰이 울렸다.


“야, 야아~! 밥 왔다! 문 열면 옆에 있을 거야. 문 앞에 두라고 했거든.”


다행이다. 안도의 숨을 뱉어 영화를 정지시키고는 병찬을 밀어내며 일어난다. 수저를 차리기 위해 바로 부엌 쪽으로 갔다. 문 여는 소리가 들리고 어째서인지 바로 닫히는 소리가 들리지 않기에 문 쪽으로 고개를 내미니 문을 닫으면서 밖을 흘깃 쳐다보는 병찬의 모습이 보인다.


“무슨 일 있어?”

“아냐. 아무것도. 다음엔 여기서 시키지 마.”

“뭔 소리야. 빨리 가져와. 배고프… 뭐야 이걸 우리 둘이서 먹을… 에이 오늘은 배 터지게 먹자!”


몇 번의 말을 고치면서 흐르는 물에 한 번 더 씻은 수저와 앞접시를 내밀자 고맙다며 받아서 든다. 미리 덜어서 얼려놓을까 했지만 젓가락이 바로 음식으로 향하자 포기하고 젓가락을 들었다. 그래. 이렇게 먹는 날도 있는 거지. …벌써 피곤한 건 아침부터 청소한 것 때문일 거다. …그렇지?


점심을 먹다 말고 잠든 사람은 누구다? 나다. 배불러 먹는 걸 지켜보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앞에 사람 두고 할 행동이 아니어서 정신을 차리자마자 사과했다. 괜찮다면서 가서 자라 했지만 물먹은 솜처럼 몸이 무거웠다. 어째서. 오늘 하루가 길게 느껴진다. 그냥 짧게 지나갔으면 싶어질 정도로. 몸을 겨우 일으키려는데 팔이 덜덜 떨려 결국엔 다시 앉았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아니야. 너 먹…었어?”

“무슨 말을 하려고 한 거야.”

“내가 그렇게 오래 잤나. 해서.”


웃음소리가 이어지자 얼굴에 열이 올라 그대로 몸을 숙인다. 벌써 다 먹고 치웠을 줄 누가 알았냐고. 웃으면서 이어지는 대답은 그게 아니었다. 잠깐 잠들었단다. 그 많은 걸 혼자… 그만 생각하기로 하자. 다 먹었으니 소화할 겸 나가자는데 안 나가면 안 되나. 투덜이니, 친절하게도 양팔을 잡아들어 일으켜주기까지 한다. 우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내뱉자 그대로 이끌려간 곳은 방이 아닌 거실이었다.


“나가자며?”

“마음이 바뀌어서.”

“갑자기? 나야 좋지만.”

“아까 영화 계속 볼까?”

“아. 오랜만에 오후 뉴스나 보자. 세상 돌아가는 것도 알아야지!”


열심히 힘내던 중 멈춰버린 장면의 콘텐츠를 꺼버리고 오후 뉴스를 틀었다. 오전에 한 내용이나 전날에 이슈였던 내용을 재방송으로 틀어주는 것일 테지만 괜찮았다. 괜찮고 소파에 등을 대고 편히 앉아있으니 피로함이 몰려야 눈꺼풀이 앞을 가리려다 마는 패턴이 몇 번. 

푹신한 곳으로 몸을 기대어 병찬의 말에 대답하며 결국 눈을 감았다.




“형 이번 휴일 잘 보냈어요?”

“너희들은 잘 보냈어?”


오랜만의 휴일에 다들 있었던 이야기를 하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물론 같은 반이기까지 한 애들의 이야기는 이미 들었지만 처음 듣는 것처럼 다른 애들과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병찬은 자신에게로 오는 대화를 가볍게 옆 사람에게 패스했다. 며칠 동안의 일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친구였다면서 사귀고 있었나부터 많은 얘기가 나올 게 뻔하니 그냥 넘겼다. 그래야만 했다. 안 그러면 나는 무사할지 못할 테니까. 그러면서 병찬은 머릿속에서 혼자만의 극장을 시작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냐면.


시간은 거슬러 휴일 하루 전. 집으로 가니 다들 짐을 싸고 있었다. 여행이라도 가는 걸까. 신이 나서 어디 가냐고 묻는 제게 부모님이 한 말은 너는 그 짐 들고 가라며 어떤 주소를 알려줬다. 이 주소는 기억난다. 농구를 잠시 쉬었던 적 심부름으로 반찬을 전해주러 갔던 그 장소였다. 그렇구나. 엉망이 된 방 안에서 늘어난 티와 무릎 나온 바지를 입고 덜 깬 눈으로 문을 열어줬던 그를 떠올렸다. 걔가 불편해할 텐데. 라고 말했지만 이미 이야기가 끝났다며 둘이서 맛있는 걸 사서 먹으라고 용돈까지 받았다. 그럼 괜찮겠지. 그렇게 당일. 문 앞에 도착해 초인종을 누르는 순간. 열린 문 안은 저번과는 다르게 깨끗했다. 나온다고 청소했나 보네. 그런데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전혀 달랐다. 왜 왔냐면서. 아. 쎄한데. 일단 이야기했다. 뚝뚝 끊기는 대화가 어찌해서 이어졌을 때쯤. 전화하라고 화장실을 핑계로 자리를 비켜줬더니 아니나 다를까. 예상치 못한 사람의 화가 잔뜩 들려왔다. 아. 나 쫓겨나겠네. 집으로 가야겠어. 그런 생각을 잠깐. 일단 가방을 놓고 와 옆에 앉으니 곧 점심 메뉴 고르라며 핸드폰을 넘겨주고는 볼 영화를 고르더라. 틀어 올린 제 머리 타래가 어깨에 툭 부딪친 것도 모른 체 리모컨만 누르고 있다가 그마저도 볼 게 없는지 바로 내 쪽으로 말을 걸어왔지.

내가 고른 음식을 쭉 보고는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참고 바로 주문을 했던 것 같다. 평소였다면 투덜 거렸을 텐데 조용히 하자는 대로 다해주더라. 음식 메뉴 고른 것도 그렇고 고른 영화도 그렇고.


표지만 보고 고른 거긴 했다. 보통은 러브스토리 좋아하잖아. 같은 반 여학생들도 러브스토리 얘기뿐이고. 영화를 보다 갑작스러운 전개에 솔직히 뭐라 한 소리를 들을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조용했다. 조용하게 내 눈치를 보더라. 부모님하고 드라마 보는데 갑자기 진한 스킨십이 나와 내 눈치를 보던 이 비슷한 상황을 친구와 접하게 된 건 좀 그렇지 않나? 내가 미성년자도 아닌데. 그러다 갑자기 허벅지 위로 손이 올라와 순간 깜짝 놀랐다. 본인은 리모컨을 찾느라 그런 것 같지만… 내 쪽에 있던 리모컨을 슬쩍 옆쪽으로 옮겨놓고 그 리모컨이 상대의 손에 닿은 순간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갑자기 당황한 목소리가 음식을 찾기 시작했다. 문 옆에 있으니 가져오라는 말에 현관으로 가 출입문을 살짝 열었다. 음식만 가져가려 손을 뻗은 순간 장갑 낀 손이 덥석 내 손을 잡더라. 고개를 드니 오토바이 헬멧을 쓴 사람이 문 뒤에 서 있었다. 문 앞에 놓고 갔다면서 뭐 하는 짓인가 쳐다보니 말없이 손을 놓고선 가버리더라. 음식을 가져와서는 괜히 한마디 했다. 다음부터 여기서 시키지 말라고. 물론 얘는 귓등으로도 안 듣겠지만. 하여튼 고집은.

음식을 펼쳐놓고 앞접시와 수저를 받아서 들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잠깐 고민하다 맞은편에 앉아 밥을 먹는데. 잠깐 잊고 있었다. 얘 밥 먹을 때 말을 잘 하지 않는 타입이라는걸. 조용히 밥을 먹다 미안했는지 말을 꺼낸다. 그것마저 죄다 말이 뚝뚝 끊기는 억지로 이으려는 대화. 다른 건 모르겠고 상대가 자신을 생각보다 많이 어색해한다는 것만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렇게 한참 먹고 있던 중 갑자기 대화가 뚝 끊겼다. 맞은편에 있던 애가 배부르다며 숟가락을 놓은지 됐지만 그렇게 피곤했나 밥 먹는 상대를 앞에 두고 잠이 들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긴… 전혀 없는 일은 아니어서 먹는 걸 마저 먹고 정리했다. 설거지까지 마치고 다시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밥 먹고 바로 자면 속도 안 좋을 텐데. 자세도 그렇고. 깨울까 하던 차에 부스럭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제대로 된 문장조차 뱉지 못하는 모습에 웃음이나 빠르게 기침하는 척 고개를 돌렸다. 부끄러워하기에 놀리고 싶었지만 모르는  척해주고 집안에만 있으니 몸이 찌뿌둥해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거절할 줄 알았는데 그러자 말은 하는데 몸을 가누지 못하기에 일어나려는 걸 도와줬더니 이상한 걸 감지했다. 분명 팔을 잡았는데 팔이 뜨끈뜨끈했다. 제법 추워진 날씨라 몸이 열을 내려고 하는 걸까 싶었지만 목소리를 들으니 상태가 영 좋지 못한 것 같았다. 어색한 사람 상대해 주느라 몸살 났구먼. 그대로 끌고 가 소파 앞에 앉았다. 한국에서 소파란 등받이니까. 영화 계속 보자니 뉴스를 보자며 콘텐츠를 꺼버리고 뉴스를 틀었다. 아까 오면서 라디오로 들었던 뉴스 내용이 나오자 어깨로 무게감이 느껴지면서 따듯해졌다.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든 얼굴을 보니 조금은 미안해져 다시 몸을 일으켰다. 조금은 자게 두 자. 며칠간은 같이 생활해야 할 텐데. 얘 성격을 생각하면 피곤한 일일 거다. 방에 들어가 옆에 놓인 담요를 챙겨와 덮어주고는 옆에 앉았다. 리모컨을 챙겨 아예 TV를 꺼버렸다. 탁자 위에 놓인 책을 들어 펼쳤다. 영어로만 쓰여있는 책 안을 보고선 접어 겉표지를 확인하고 표지에 쓰인 영어에 다시 책 안을 확인했다. 설마 대학 가면 영어로 수업하는 건 아니겠지? 제 나름의 대학 강의를 떠올리면서 첫 장으로 돌아가 읽기 시작한다.


“그 뒤로 며칠은 비슷한 패턴으로 지내다 왔지...”

“친구였다면서 사귀고 있었네.”

“병찬형 계속 말 돌리더니...”

“… 나 방금 입으로 말했어?”

“네. 그래서 무슨 영화 봤는데요?”


옆에 있던 후배의 대답에 그런 걸 왜 물어보냐는 답을 하며 웃는다. 그러더니 자기들끼리 가상의 데이트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뒤로의 며칠은 이들이 생각하는 그런 달달한 상황은 전혀 없었다. 병찬은 첫날, 자신의 눈치를 보느라 몸살까지 난 친구의 눈치를 본다고 더 어색해져 버린 상황을 떠올렸다. 오히려 집에 가서 각자 지내는 게 더 편할 정도였다. 그냥 그러고 말만 맞출걸. 제 짐을 들고 집으로 가면서 떠올린 방법에 한숨만 푹 쉴 뿐이었다.


“얘들아. 내가 말한 거 비밀로 해줘.”

“그래요. 형 여자친구랑 데이트한 걸 왜 얘기하겠어요. 그리고 얘기했다간 학교 전체에 소문날걸요.”

“친구라니까. 다른 애들한테도 물론 비밀이지만 걔 앞에서 꺼내지마.”

“친구라니까. 래. 남녀 사이에 친구가 어딨어요!”

“형 잡혀 사는구나. 형을 잡다니 정말 대단하시다. 여자친구분.”


말할 생각이 없었는데 저도 모르게 답답해 말했나 보다. 부모님껜 그냥 잘 지내다 왔다고만 하고 방으로 들어가 잠들었으니 자신이 이렇게 힘들게 지냈다! 라는 말을 누구에게 할 수 있었겠는가. 병찬은 지금쯤이면 과제와 씨름을 하고 있을 친구를 떠올렸다. 그렇게 어색한가. 다음엔 좀 더… 병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 뒤로 누가 서 있는지 전혀 모른 체 오늘 어떻게 선생님 몰래 공을 던질까 즐거운 생각을 이으며 제 앞으로 굴러온 공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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