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 스위치 드림 합작

박병찬 우정 드림(재업로드)

* 드림 주 대학 동기 시점입니다.


온종일 이상했다. 평소엔 잘 입지 않는 편안한 차림부터 해서 강의실에 들어서자마자 싫어하는 위치인 강의실 한가운데 앉아서는 필기도 하지 않고 강의 중 주변 동기들과 웃으며 대화를 한 것도 그렇고. 강의 끝나면 웃는 얼굴로 과제 하러 간다, 아르바이트하러 간다 등 핑계를 좋게 풀어내 거의 같이 밥도 안 먹는 애가 밥 먹는데 따라와서는 입에도 안되는 술까지 마시고 있다. 몸속에 다른 사람이 들어온 것처럼. 잘못 본 걸까. 다른 동기들이 무슨 일이 있었냐며 물어보곤 싶었지만, 성격과 다르게 개인적인 대화를 잘하지 않은 탓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평소 자신이 엄청나게 불편해하던 남자 선배들을 앞에 두고 웃으면서 부어라 마셔라 하는 이 상황이. 심지어 걱정되기까지 했다. 저러다 후회하면 어떡하지. 저 남자 선배 놈이 꼬드겨 둘만의 2차로 가버린다면 안 되었다. 평소 부어라 마셔라 했던 것은 나지만 술은 입에도 대지 않고 옆 테이블만 흘겨보았다. 제발 정신 좀 차려. 하고픈 말은 많았지만 잘못했다가 저 남자 선배 놈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몰라 위기의 상황 가기 전까진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같은 강의를 듣는 동기들 역시 같은 생각인지 오랜만에 술 없이 밥만 먹는 상황이 왔다. 옆 테이블에선 왜 술을 마시지 않냐고 묻지만 대놓고 너 때문에요.라는 대답을 할 수 없기에 내일 강의를 핑계로 넘겼다.

그 핑계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 맞은편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으니 걱정이 되었다. 저 분위기를 어떻게 깨뜨려야 할까. 고민을 하던 차에 날카로운 소릴 내며 열린 문틈으로 남자 목소리가 비집고 들어왔다.


“야 박병찬-!!!”


가게 안으로 울리는 남자 목소리에 당연히 시선이 그곳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다. 저한테 쏠리는 시선보다 자신이 내뱉은 이름에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자 아차 싶었는지 뒤로 이어지는 말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자신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른 것이 되겠다. 누구를 부르고 싶은 걸까. 웃는 목소리가 들리니 빠르게 걸어 어딘가로 향했다. 그곳은 제 옆자리 테이블에 있는 오늘 제정신이 아닌 애였다.


“야. 너 따라와.”

“너 누군데 끼어드냐?”

“아, 네. 빨리 짐 챙겨.”


낯선 남자에게서 동기의 모습이 보였다면 나야말로 제정신이 아닌가 싶었다. 익숙한 말투와 대답이었다. 불편한 남자 선배의 질문의 형태가 어떻든 짧고 간결하게, 맞지 않는 대답을 내뱉고 대화를 끊어버리는 행동이. 어떻게 저 사람에게서 동기를 떠올린 걸까. 떠오르는 의문은 인상을 쓴 잘생긴 얼굴을 보니 저도 모르게 사그라들었다. 친한 사람일까? 가족이라기엔 전혀 안 닮았다. 애초에 제 얘기를 잘 안 하니 알 수가 없었다. 당황한 동기의 얼굴이 맞은편에 있던 남자 선배 놈의 손으로 뻗으려는 순간 먼저 그 손을 잡아 저지한다. 역시 남자친구일까. 주변에서 수군거리자 숨을 길게 내쉬더니 앞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쓸어 넘긴다. 이 역시 자주 본 행동이었다.


“일단 나가자.”

“…알았어.”


손을 잡은 채로 짐까지 대신 챙겨 들고 터벅터벅 앞서 걷는 남자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 눈이 마주쳤다. 남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건 예의가 아니고 동기와 아는 사이 같으니 일단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했다. 그러자 입을 벌리며 무언가를 말했다.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무슨 얘기를 하는 걸까 싶어 집중해서 입을 보니 상대가 다시 입 모양을 보여줬다. 고마워. 고마워였다. 이어지는 활짝 웃는 얼굴에 나도 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니, 두근거리면 안 되잖아. 친구 남자친구한테. 그리고 손 자유로운 한 손을 들어 손바닥을 보이며 흔들었다. 이 역시 많이 본 인사였다. 어? 그러고 보니 전에 입 모양으로 고맙다고 말한 것도 그렇고… 에이. 아니겠지. 

문이 닫히고 점점 가게 안은 아까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물론 옆 테이블은 동기를 데리고 나간 남자에 대해서 순하게 표현한다면 말을 하고 있었다. 귀가 썩을 것 같아 옆 테이블은 이제 무시하기로 하고 역시 술을 마시자며 종업원을 물러 술을 주문했다. 메신저로 동기에게 조심해서 가라는 내용을 보낸 뒤 옆에서 내미는 술병에 바로 잔을 내밀어 술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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