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한 노래
2016년 이전 / 원피스 - 상디 드림
※ 현대물
지난번에 있었던 일 때문인지 그녀는 술을 마시기 전에 상디에게 술을 마시게 되었다며 연락을 했다. 술에 많이 취해서 또 이상한 짓을 하진 않을까 싶어서 조절해가면서 마시긴 했지만, 분위기에 타고나니 금세 주량을 넘겼다.
“상디, 왔어요?”
“네, 저 왔어요. 이제 갈까요?”
“더 놀다 가요!”
더 놀다 가자고 하는 그녀를 어르고 달래서 차에 태운 상디는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 그녀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 터라 자주 한눈을 팔 순 없었지만,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 걸 보니 기분이 좋아 보였다.
“기분 좋아요?”
“네! 내가 노래 불러줄까요?”
“정말요? 기대되네요.”
“하나둘셋 TV 유치원 출신이니까 잘 들어요!”
큼큼하고 목을 가다듬더니 그녀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상디에겐 처음 들어본 노래이긴 했지만, 가사가 마냥 귀여웠다. 진짜 입가에 미소가 번지다 못해 만개하기 시작해서 상디는 얼른 차를 몰았다. 집에 거의 다 왔을 때여서 참 다행이었다. 냉큼 그녀의 집 앞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상디는 아예 몸을 틀어 그녀를 쳐다봤다.
“다시 불러 줘요.”
“아무 데서나 앙코르 안 하는데….”
“부탁할게요. 네?”
“상디가 원하니깐 해줄게요.”
“고마워요.”
평소엔 전혀 이런 성격이 아닌데 술에 취해서는 훨씬 더 적극적이 되는 것도, 아침에 일어나서 다 기억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것도 귀엽기 짝이 없었다. 원래는 이렇게 적극적인 성격인데 술기운에는 수줍음이 가셔서 색다른 모습이 보이는 것이니 결국 그녀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니 훨씬 더 사랑스러워졌다.
“발견했어, 땡잡았어. 내가 찜! 했어!”
율동까지 하는 그녀의 모습에 상디는 도저히 이 모습을 혼자 보기가 너무 아까웠다. 핸드폰을 꺼내서 녹화하기 시작하자 그녀가 안전벨트를 한 상태에서도 열심히 팔을 움직였다. 상디의 눈에는 허우적거리는 것 같은 율동도 남다르게 보였다.
“나는 좋아, 네가 참 좋아!”
술 마시면 노래를 하는 버릇이 있는 것은 전혀 몰랐던 터라 신기하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노래를 불러주겠다고 했던 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그녀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색다른 사실을 알 때마다 가슴이 벅찼다. 녹화를 끝마치고 나서 다시 시작되는 노래에 상디가 그녀의 안전 벨트를 풀어주고선 차에서 내려 반대편 차 문을 열었다.
“참 잘했어요. 이제 그만 집에 가요.”
“더 부를 수 있는데….”
“집에 들어가서 제대로 보여줘요.”
그녀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왔기에 상디는 씩씩하게 걸어가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핸드백과 신발을 내던진 그녀가 그대로 바닥에 쭉 늘어졌다. 밖에선 그렇게 씩씩했지만, 집에 들어오면 긴장이 풀리는 모양인지 늘어져 버렸다. 그녀랑 같이 있으면 계속 웃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상디가 그녀를 안아 올렸다.
“침대 가서 자야죠.”
“…노래 더 불러야 하는데….”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불러주면 되죠. 자, 씻고 자요.”
화장도 지우고 옷을 갈아입게 계속 말을 걸자 잘 준비가 끝나있었다. 그녀가 잘 잠들 수 있게 잠자리를 봐준 상디는 조용히 문을 닫고 그녀의 집을 나섰다. 집에 돌아가서도 그녀의 노래를 들으니 입가에 미소가 번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누가 선물인지 모르겠어요.”
화면속의 그녀에게 말을 건넨 상디는 기분 좋게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온 그녀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오늘은 노래 안 불러줘요?”
- “잊어요! 빨리 잊어줘요! 안 돼!”
아침에 일어난 그녀는 간밤이 하나도 잊히지 않고 다 기억이 나는 것에 자신의 기억력을 원망했다. 이런 건 좀 잊혀도 좋은데, 웃음기 가득한 상디의 목소리를 들으니 점점 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어졌다.
- “녹화도 했는데.”
“녹화는 왜 했어요!”
- “괜찮아요. 귀여웠으니까.”
그런 모습도 귀엽다고 말해주니 고맙긴 했지만, 역시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았다. 수치사라는 게 이런 기분일까 싶었다. 한 동안은 금주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된 것은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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