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디드림

심장박동

2015. 9. 29 / 원피스 - 상디 드림

다들 슬슬 잠자리에 들 시간인지라 상디 혼자 내일 아침을 위해 주방에 남아있었다.마무리하고 나가려고 했던 터라 벌컥 열리는 문과 덥석 허리를 끌어안아 오는 그녀의 행동에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그녀의 심장박동이 무척이나 빨라,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했다.

“…무슨 일 있었어요?”

가슴에 얼굴을 묻고 고개를 들지 못하는 것을 보니 걱정이 앞섰다. 잠든 지 2시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을 시간이기도 했고, 그녀는 잠이 들면 중간에 잘 때지 않는 편이었다. 밤새도록 태풍이 와서 배가 심하게 흔들리던 날에도 그녀는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을 지어 보였을 정도였으니, 밖의 문제는 아니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괜찮아요.”

재촉하지 않고 느긋하게 등을 토닥이자 그녀의 호흡이 천천히 가라앉으면서, 쿵쾅거리면서 뛰고 있던 심장도 평소처럼 돌아왔다. 차갑게 식었던 어깨에 서서히 체온이 돌아오기 시작하고 나서야 마음이 좀 놓였다. 내리 서 있었던 터라 상디는 상관없지만, 그녀는 다리가 아플 만도 했다.

“일단 좀 앉아요.”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힌 상디는 가까이 있는 의자를 끌어다 앉으며 그녀와 눈을 맞췄다. 상디는 살짝 웃으며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주물렀다. 손가락 끝까지 피가 돌지 않아서 한기가 돌던 것이 서서히 풀려왔다.

“따뜻한 우유를 마시면 좀 괜찮아질 거예요.”

“…안 마셔도 되니까, 같이 있어요.”

조그맣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상디는 일어나려는 것을 멈추고 다시 의자에 앉았다. 상디의 다리 사이에 그녀의 다리가 들어와 있을 정도로 두 사람은 가까이 마주 보고 앉아있었다. 다시 그녀가 입을 다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상디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쥐었다.

“손이 차요. 많이 놀랐어요?”

“…그냥, 그냥요….”

“나쁜 꿈이라도 꿨어요?”

그녀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자 상디는 그제야 안심했다. 물론 그녀가 악몽을 꿨다는 말은 무척이나 걱정되고 가슴 아픈 일이었지만, 원인을 알았으니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이 모를 때보다 쉬워졌기 때문이었다.

“…꽉 끌어안아 줄래요?”

“물론이죠.”

그녀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끌어당겨 그녀를 품에 안은 상디는 맞닿은 가슴에서 쿵, 쿵, 쿵 소리를 내며 뛰는 심장박동을 느꼈다. 말랑한 가슴의 감촉도 느껴지기는 했으나 지금은 입술을 꾹 깨물고 참아야 할 때였다. 상디의 어깨에 턱을 올린 그녀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고마워요.”

“별말씀을요.”

“…좀 무서운 꿈을 꿨어요.”

꿈은 꿈일 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서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꿈에서라도 겪고 싶지 않았다. 몸이 힘을 빼고 기대자 귓가에 상디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라고 해야 할지, 감각이라고 해야 할지 맞닿은 피부를 타고 맥박이 느껴졌다.

“상디.”

“네.”

“나 두고 멀리 가거나 하지 않을 거죠?”

“그럼요.”

돌아오는 대답에 그녀는 눈을 느릿하게 떴다. 안심하고 나자 점점 잠이 몰려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몇 번이고 묻고 대답을 듣고 난 후에야 그녀는 스르륵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그녀의 고른 숨소리를 듣고 나서야 상디는 그녀가 잠이 들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자요?”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상디는 어깨에서 힘을 뺐다. 그녀의 숨소리를 듣고 있자니, 어떻게 숨을 쉬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서 엉성하게 그녀의 숨을 따라 숨을 쉬었다. 그런 자신의 모습이 어색해 상디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아 올렸다. 잠들면 누가 업어 가도 모를 거라더니 정말 상디가 그녀를 방으로 안아 옮기는 동안에도 그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잘 자요.”

그녀의 방에서 빠져나오고 나서야 상디는 의식하지 않고 숨을 내쉴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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