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2015. 8. 30 / 원피스 - 상디 드림
“상디, 못 봤어요?”
“부엌에 없으면 방에 있지 않을까?”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남자 방에는 들어가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그녀는 천천히 심호흡하고 똑똑,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들려오는 대답이 없어서 살짝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 안은 조용하기만 했다.
“상디…, 있어요?”
조심스럽게 방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가자 여자방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났다. 고른 숨소리가 들리는 것에 그녀는 최대한 발소리를 죽여 살금살금 침대로 다가갔다. 2층 침대에 위쪽을 쓰고 있는 모양이어서 그녀의 키로 위가 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렴풋이 보이는 상디의 모습에 그녀는 들고 온 물건을 내려다보았다.
“괜히 지금 왔나.”
어제 외출했다가 사온 것을 선물할 타이밍을 놓쳐 오늘에라도 주려고 들고 나왔는데 당사자가 자고 있으니 쪽지와 함께 두고 갈까, 아니면 깼을 때 다시 줄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그녀는 두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깨지 말아야 할 텐데.”
어릴 적에 이야기로만 듣던 산타클로스가 된 기분이 들어서 탁자 위에 종이와 펜으로 짧은 쪽지를 쓴 그녀가 살금살금 다시 상디의 곁으로 다가갔다. 얼굴 언저리는 깰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발 언저리에 선물을 조심스럽게 올려둔 그녀에게 상디의 신발이 눈에 띄었다.
“…진짜 크다.”
살짝 옆에 발을 두어 봐도 발 크기의 차이가 제법 컸다. 괜히 신기해서 1층 침대에 조심스럽게 걸터앉아 신고 있던 신발을 한쪽만 벗어 상디의 신발을 신어봤다. 힐끔 침대 위를 올려다보자 상디는 곤히 자는 모양인지 잠잠했다. 어쩐지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가슴이 콩닥거렸다.
“손도 크니 발도 큰 게 당연한가….”
반대쪽도 신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신발을 신는 게 아니라 거의 끌고 다니는 수준이었다. 두세 걸음 걸어본 그녀가 다시 자신의 신발로 갈아 신기 위해 몸을 틀었을 때, 침대 위의 상디와 눈이 마주쳤다.
“어, 언제부터 깨어있었어요?”
“음…, 처음부터요.”
상디의 대답에 그녀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얼굴이 터져버릴 것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상디의 신발을 신고 있다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그녀는 지금 당장 여기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커다란 신발은 마음처럼 잘 움직여주지 않았고 넘어질 것 같은 그녀의 모습에 상디가 맨발로 침대에서 내려와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귀여웠으니까 그렇게 허둥대지 마요.”
“아니, 그게, 으아, 아니, 그러니까, 그게…!”
“자, 이쪽에 앉으시고.”
능숙하게 침대에 그녀를 앉힌 상디는 한쪽 무릎을 굽히고 자신의 신발 대신 그녀의 신발을 신겨주었다. 웃는 얼굴과 마주하자 그녀는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처음부터 깨어있었다면 말을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상디가 얄밉기도 하면서 자신의 행동이 굉장히 부끄러워졌다.
“왜 자는 척했어요?”
“들어오고 나서 깼으니까요…?”
“그, 그 이후에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었잖아요…!”
“금방 안 나가시기에 뭘 하시나 궁금하기도 했고.”
더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그녀는 냉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일어서다가 2층에 침대가 있다는 사실을 잊고 머리를 부딪쳐 다시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요? 크게 부딪쳤어요? 많이 아파요?”
“으으, 아파요! 너무해!”
“제가 잘못했어요. 네? 우는 거 아니죠?”
“호 해줘요….”
얼마나 아팠으면 눈가에 눈물이 맺혀서 호해달라는 그녀의 말에 상디는 가슴 언저리가 간지러웠다. 원래 이렇게 어리광이 많은 성격임에도 다른 사람 앞에서는 전혀 안 그런 척하더니….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나니 이젠 부끄러운지 아예 상디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고개를 들질 못했다.
“선물 고마워요.”
“알면, 간식 맛있는 거 해줘요.”
“네, 좋아하는 거 만들어드릴게요.”
가슴에 닿는 숨결에 상디의 입가가 느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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