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2016년 이전 / 원피스 - 상디 드림
“상디.”
“네, 뭔가 필요한 거라도 있으세요?”
“아뇨, 그냥 한 번 불러봤어요.”
한가로운 오후, 둘이서 함께 있는 것이 이젠 낯설지 않아서 마치 숨 쉬는 것처럼 서로에게 익숙해져 있었다. 상디가 일을 하는 동안 그녀는 옆에서 책을 읽기도 하고, 상디를 구경하기도 하고 대부분 시간을 상디의 곁에서 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상디는 왜 그렇게 멋있어요?”
“…음, 레이디가 좋아해 주셔서?”
“지금 자기 입으로 자기 멋있다고 한 거예요?”
“그야 멋있다고 해주잖아요.”
배시시 웃는 그녀의 얼굴에 상디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녀와 있는 동안에는 당연하게도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였다. 그러니 멋진 것도 당연한 이야기였다.
“맞아요. 상디 엄청 멋있어요. 아주 많이, 아마 세상에서 제일!”
“고마워요.”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요.”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상디는 괜히 가슴이 간지러워졌다. 저렇게 열심히 칭찬을 해오면 멋있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었다. 물론 칭찬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녀 앞에서는 언제나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손, 줘볼래요?”
“손이요? 물 묻었는데.”
“괜찮아요.”
급하게 손의 물기를 닦아낸 상디는 냉큼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굳은살이 박인 단단한 손에 부드러운 손가락이 닿았다. 손바닥을 부드럽게 쓸고, 손가락을 어루만지는 손길에 상디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손가락과 손가락이 얽혀 부드럽게 맞물렸다.
“상디 손이 정말 좋아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목소리도.”
“목소리요?”
그녀는 상디의 전부가 다 멋있다고 생각하지만, 그중에서도 역시 손과 목소리는 특별했다. 그래서 자신을 불러줄 때면 가슴이 설렜다. 이름이 아닌 다른 호칭으로 불릴 때도 좋지만, 역시 이름을 불렸을 땐 표정을 숨길 수 없을 만큼 좋았다.
“가끔 상디가 이름을 불러주면, 어쩔 줄 모르겠어요.”
“왜요?”
“너무 좋아서요.”
“자주 불러야겠네요?”
“음…, 제 심장에 안 좋을 것 같아요.”
똑바로 눈도 쳐다보지 못하고 부끄러워하는 그녀에 상디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어루만지며 이름을 부르자, 그 파급력이 대단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의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즐거워져서 괜히 더 그녀를 불렀다.
“저 안 볼 거예요?”
“…너무 좋아서 안 될 것 같아요.”
머리카락 사이로 언뜻 보인 귓가가 빨갛게 달아올라 있어서 상디는 조금 더 이 시간을 만끽하고 싶어졌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이름을 불리는 것에 조금은 익숙해진 그녀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 다음엔 놀라게 해줄 거예요!”
다음엔 두고 보자는 악당처럼 말을 내뱉은 그녀가 새빨개진 얼굴로 도망치고 나서야 상디는 웃음이 멈췄다. 삐졌을 것 같아 좋아하는 디저트라도 만들어 가야겠다고 생각한 상디는 가슴이 벅찼다.
“누가 누구 보고 좋다고 하는지 모르겠네.”
목소리라고 한다면, 당연히 자신을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가 더 좋은 것이 당연했다. 이 배에서 가장 많이 불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불리길 원하고 있었다. 상디는 정말 그녀가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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