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관찰의 결과

파판14, 에스히카

月卯奇話談 by 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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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티니앙 x 빛의 전사 (여비에라 개인설정 有)

※ 칠흑 이후 그 어딘가

"영웅 님, 이거 한 잔 하시죠!"

돌의 집과 이어지는 곳에 있는 주점의 점원이 대뜸 내미는 것에 그녀가 걸음을 멈췄다. 돌의 집으로 통하는 입구는 이곳 밖에 없으니 어쩌면 그녀가 드나드는 것을 모두가 자연스럽게 여김에도 같이 술을 한 잔 하자고 하는 이는 없었다. 모래의 집에서 돌의 집으로 이사를 올 때까지의 사건과 그 이후의 일들에서 그녀가 상당히 지쳐보였기에 그 누구도 섣불리 말을 걸지 못했던 것일 터였다. 그러나 최근의 그녀는 어쩐지 상당히 후련해보이고 편안해 보였기에 서로 며칠을 수군거리며 네가 해봐, 네가 해보라니까 하고 미루다 결국 점원이 대뜸 술잔을 내밀며 말을 붙인 것이었다.

그러나 편안해 보이는 것과 잔을 받는 것은 그녀에게 또 다른 거리감이었던 걸까. 머뭇거리며 잔을 받지 못하던 그녀는 남몰래 떨리는 손으로 느릿하게 잔을 받아들었다. 모두가 마셔라, 마셔라! 하며 불타오르는 것을 차마 싫다 거절하지도 못하고, 거부하지도 못한 채로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이봐, 파트너. 안 가고 뭐해?"

뒤이어 나온 에스티니앙이 그녀를 보며 의아한 낯으로 바라보았다. 임무라도 나가는 건지 중무장은 아니었으나 어느정도 갑주를 챙겨입고 창을 들고 있었다. 떨리는 손과 불안한 시선을 숨기려는 건지 에스티니앙, 하고 부르던 그녀는 괜히 잔을 더 꼭 쥐었다. 점원이 에스티니앙 씨도 한 잔 어때요? 하고 친근하게 말을 붙이자 그는 잠시만 하고 손을 내저었다.

"……."

"왜, 왜요?"

"이봐, 파트너. 넌 술도 못 하면서 뭔 술을 받고 있냐."

어? 영웅 님 술 못하세요? 그의 말에 의아하다는 듯 점원이 물었다. 에스티니앙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손에서 잔을 뺏어들어 냅다 마시고는 이 녀석한테 술 같은 거 주지 마. 어차피 못 마셔. 하고 대신 잔을 비우고 주점을 나갔다. 놀란 낯으로 멀뚱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그녀 역시 저도 가볼게요, 하고 서둘러 그의 뒤를 따라 나섰다. 그녀를 따라 소환된 요정이 쪼르르 움직였다.


"어떻게 알았어요?"

"뭐가?"

"내가 못 마시는 거."

그녀의 말에 에스티니앙은 되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걸 모를리가 있냐는 듯한 표정에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데……. 그녀의 중얼거림에 에스티니앙이 어깨를 으쓱였다. 모를 수가 없지 않냐. 그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다시 기울였다.

에스티니앙은 모를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며칠만 지켜본다면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타인이 주는 음료 혹은 먹을 것을 그녀는 받을 수가 없었다. 듣기로는 용시전쟁을 끝마친 직후에, 자신이 니드호그에 지배되어 있을 당시에 다른 이가 준 음료를 마시고 쓰러졌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보다 더 전에는 그녀의 앞에서 독이 든 음료를 마시고 울다하의 지도자가 쓰러졌다던가. 그 이후로는 새벽이 주는 것이 아니면 입에 댈 수 없게 되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실제 확인은 하지 못하더라도 다들 어림짐작은 하고 있을 터였다.

에스티니앙 역시 마찬가지였다. 같이 다니며 관찰한 결과 그는 그녀에 대해 심각한 트라우마가 자리잡고 있다고 판단을 내렸다. 전쟁터를 다니다보면 누구나 생기는 일이었다. 옆에서는 동료가 죽어나가고 그럼에도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전쟁이었다. 오랜 세월 자신보다 먼저 스러지는 동료들을 보며 정신이 깎여나가던 부하들을 기억했다. 그녀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아무리 빛의 전사라고, 에오르제아를 구한 영웅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은 인간이었다. 수많은 전쟁, 스러지는 이들을 두고 나아가야만 하는 이들은 누구나 그러한 두려움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가진 트라우마는, 그런 것이었다.

깊게 잠에 들지 못했다. 언제 돌의 집을 덮칠지 모르는 정체불명의 적을 항상 경계했다. 누구라도 자신을 해칠 수 있음을 알았다. 동료들이 사라질 것을 항상 경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앞을 막는 이를 두려워했다. 홀로 남겨져 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타인이 주는 것을 먹지 못했다. 그것을 먹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자신이 쓰러진 사이에 상황이 급격하게 변해있을 것을 두려워했다. 모두가 그녀의 어깨에 무거운 짐을 얹은 결과였다.

"어쨌든, 그런 일 있으면 대충 거절하고 나와."

"응, 그럴게요."

에스티니앙이 대충 얼버무리며 그녀의 머리를 대충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 투박한 손길마저도 그녀는 이제 익숙해진 건지 드물게 작게 웃으며 답했다. 새벽의 일원 한정으로는 이렇게 잔뜩 풀어져서 경계조차 하지 않는 모습에 그는 다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녀석을 데려갈 만한 사람이 있나. 뭐, 어쨌든 자신보다는 강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못 미더워서 보내지 못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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